최근 아이패드까지 애플이 출시한 대부분의 제품들은 미디어 시장 변화를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사람들은 애플이 출시할 다음 미디어가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 5월 1일, <애플의 TV산업 진출 가능성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고, 애플이 출시할 새로운 미디어가 “TV가 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애플의 TV산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애플 TV가 추구하는 전략이 우리나라 매체 환경에 적용될 수 있을지를 타진했다.

앞으로 나올 애플 TV는?

이 보고서는 “사실 애플은 이미 TV산업에 진출한 전례가 있다”며 “2007년 3월 미국에서 애플 TV를 정식으로 발매하였고, 한국에는 2007년 5월에 출시했다”고 전했다.

iTV로 알려진 옛 애플 TV는 컴퓨터에서 아이튠즈를 이용해 다운로드 받은 디지털 콘텐츠를 TV 화면단자에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샛톱박스다. 이 아이티비가 우리나라에 출시된 지 3년 됐지만,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이튠즈의 콘텐츠를 TV에 실행시키는 기능만을 할 뿐 실시간 방송을 연결시키지도 못하고, 아이튠즈와 직접 연결을 할 수 없는 기능상의 한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2007년 출시된 애플의 iTV (KISDI)

보고서는 앞으로 나올 애플TV가 샛톱박스 형태를 탈피하고 화면을 가진 수상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이폰 생산을 대신하는 대만 기업 홍하이(鴻海精密工業)가 멕시코와 슬로바키아에 있는 소니 LCD라인을 구입한 사례를 들며, “홍하이가 LCD 디스플레이 기기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은 애플이 TV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시간 방송 비중 약화, 콘텐츠 별로 개별 구입하는 VOD 전략

보고서는 애플TV가 실시간 방송 비중을 낮추는 한편 “편성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성 한계를 벗어나는 방향에 대해 보고서는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구매하도록 한다는 것”이라며 “이 경우, 애플 TV의 역할은 시청자와 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애플사가 CBS, 디즈니와 진행 중인 가입자 기반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진출 전략 중에서 ‘채널 선택형 상품(a-la-carte)’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애플TV 전략이 케이블TV, IPTV 등의 네트워크 사업자를 통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애플은 선별된 TV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 선택형 상품(a-la-carte)’ 형식의 ‘아이튠즈 TV Pass’를 제공할 수 있도록 100개가 넘는 TV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애플은 이미 영화, TV 쇼, 음악 등의 콘텐츠를 아이튠즈(iTunes)를 비롯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TV의 전략에 대해 “콘텐츠 제작업체도 애플 TV의 전략이나 서비스 방식을 지금의 방식보다 선호할 개연성이 높다”며 “미디어 콘텐츠 유통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의 궁극적인 지향, 3-스크린과 홈네트워크

이 보고서는 “애플TV는 애플이 추구하고 있는 3-Screens와 홈 네트워킹 전략의 일환으로 출시될 수 있으며, 그 경우 애플 TV는 애플 전략에서 핵심 미디어로서의 위상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통신 기업인 AT&T가 최초로 주창한 것으로 알려진 3-스크린은 좁게는 “사용자가 동일한 콘텐츠를 모바일 기기의 화면과 PC화면, TV화면으로 언제 어디서나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하고, 넓게는 유무선통신과 방송플랫폼의 컨버전스를 통한 통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전략”을 뜻한다.

애플의 3-스크린은 아이튠즈의 콘텐츠를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애플TV 등를 통해 서비스의 차별화를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또 이 보고서는 “애플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집안 내의 모든 기기들이 애플의 서비스를 통해 호환될 수 있게 한다는 홈네트워킹”이라며 “애플 TV의 출시로 인해 홈 네트워킹이 실질적으로 구현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 애플의 홈네트워크(KISDI)

우리나라에서 애플 TV가 통할까?

이 보고서는 애플TV가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방송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료방송 요금(ARPU)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보서는 “(애플 TV의) ‘공급사슬의 단순화’ 전략은 이용자들이 현재 과도하게 많은 콘텐츠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한국의 이용자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케이블을 통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한국의 미디어 시장에서 애플 TV가 채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콘텐츠 유통과정의 단순화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 전략이 한국의 미디어 이용자들에게는 큰 매력이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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