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3사의 중계권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경기, 개막전과 결승전 경기를 내어 줄 수 없다는 SBS와 우리나라 경기가 포함되지 않은 월드컵 중계는 의미가 없다는 KBS와 MBC의 입장이 결국 좁혀지지 못했다.

방송3사는 오늘(3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의 중계권 협상과 관련한 시정조치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KBS와 MBC에서 협상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모두 “사실상 협상이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중계권 협상의 최대 쟁점, ‘한국 경기’

SBS는 협상 시작부터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SBS가 배재당한 것을 지적하며,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전 경기를 포함한 아시아축국연맹(AFC) 소속 국가들의 경기는 SBS가 중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협상이 진행돼 가면서 SBS가 중계권 협상에서 제외시킨 경기는 AFC 소속 국가들에서 우리나라와 북한의 경기로 좁혀졌다. 그러나 KBS와 MBC는 한국전이 빠진 월드컵 중계는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KBS와 MBC 관계자 모두, “보편적 중계권의 핵심은 우리나라 경기의 중계”라며 "SBS가 월드컵 중계권 협상 대상에서 우리나라 경기를 제외하는 것은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KBS 관계자는 “SBS가 한국과 북한전, 개막전, 결승전 경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며 “보편적 시청권 경기인 한국전을 중계하지 말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MBC 관계자도 같은 사실을 전하며 SBS의 협상자세가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중계권료, 240억과 408억의 차이

쟁점 가운데 하나인 중계권료도 이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KBS와 MBC가 최초 SBS에 제시한 금액은 SBS가 FIFA에 지불해야 하는 중계권료의 1/3과 이자 등 포함한 240억원 수준. 그러나 SBS가 요구한 금액은 MBC 408억, KBS 316억이다. KBS가 MBC보다 적은 이유는 KBS1TV로만 방송하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KBS의 관계자는 “우리(KBS)가 316억, MBC가 408억을 요구받았다. 여기에 뉴미디어와 케이블을 더하면 (SBS가 받는 돈은)846억 수준”이라며 “846억은 SBS가 FIFA에 지불한 중계권료와 세금을 합한 금액보다도 많다”고 주장했다.

MBC 관계자는 “SBS가 (조금씩 낮춰가며)가격을 제시하고 마치 가격협상이 잘 돼 협상이 끝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며 “한국과 북한 경기를 빼고 408억을 내라는 것은 협상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직권 중재 여부는?

방통위가 지난 해 WBC때처럼 이번 월드컵 중계권 협상도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해 초 월드 베이스볼 클레식(WBC)의 중계권 협상을 직권 중재한 바 있다. 당시 WBC 중계권은 WBC위원회로부터 IB스포츠가 획득했으며 방통위의 중재로 지상파 방송 3사가 중계할 수 있었다.

당시 방통위는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달리 WBC는 보편적 접근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협상을 중재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일자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직접 나서, IB스포츠와 지상파 3사 사장단의 막후 협상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중계권 중재에 있어서는 KBS와 MBC 모두, 방통위의 직권중재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MBC 관계자는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중재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한다”며 “위원들도 공개적으로 중재할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위원장도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또 KBS도 “WBC 때 힘없는 IB스포츠를 강제 조정하고 힘있는 SBS는 조정할 권한이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방통위에서 중계권 협상 시정명령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방통위 이용자보호국 시장조사과는 “조사부서 이기 때문에 법적 위반 여부만을 판단한다”며 "직권 중재의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또 중재 관련 실무 부서로 지목되는 방송운영총괄과는 “시정명령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중재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창희 방통위 시장조사과 과장은 “협상결과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며 “결과보고서를 보고 시정조치가 잘 이뤄졌는지 여부를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시정조치 결과가 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방송사에게는 3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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