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능력을 지닌 최고 지도자, 거스 히딩크 감독과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0년 넘게 '통치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묘한 매력을 느끼며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표현할 수 없는 감독을 단 한 명 꼽는다면 조세 무리뉴 인터밀란 감독을 꼽습니다.

통역사 출신에서 조국을 대표하는 클럽(FC 포르투)을 유럽 정상으로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랐던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스타일 뚜렷한 팀 운영으로 맡는 팀마다 리그 정상에 올린 '명장 중의 명장'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그랬던 그가 유럽 정상에 한을 갖고 있는 팀, 인터밀란을 맡아 마침내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이끌며 또 한 번 주목받게 됐습니다. 'I think I'm the Special One(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특별한 존재)'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그의 모습이 더욱 당당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무표정한 얼굴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모습이 인상적인 감독, 주제 무리뉴(사진- Picapp)

무리뉴가 이끄는 인터밀란은 28일 새벽(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09-10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전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1차전 3-1 승리를 등에 업고, 전술적으로 지키는 축구를 구사한 끝에 0-1 패배로 막아내며, 1-2차 합계 3-2로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결승 무대를 밟는데 성공했습니다. 35년 만에 유럽 정상을 꿈꿀 수 있게 되자 인터밀란 선수들은 휘슬이 울리자마자 그라운드에 뒤엉켜 기쁨을 만끽했고, 평소 딱딱해 보이던 무리뉴 감독 역시 두 손을 치켜 올리며 기쁨을 표현해 내 바르셀로나 관중들을 침묵시키게 만들었습니다.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만큼이나 많은 안티를 거느리고 있다고 하는 무리뉴 답게 이날도 상대팀이었던 바르셀로나 선수들과 팬들은 엄청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축구가 아니었다', '제대로 붙으려 한 게 맞느냐'는 조롱과 비아냥이 뒤섞이면서 그를 비난해 댔습니다. 하지만 부정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전술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지키는 축구'를 구사했을 뿐이었습니다. 몇 차례 위기가 있고, 숱한 고비가 있었지만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 지 알았던' 무리뉴 덕분에 인터밀란은 마지막 승자가 될 수 있었고, 바르셀로나는 2년 연속 우승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무리뉴가 참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여건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상대방을 자극시킬 만큼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할 줄 알며, 그로 인해 얻을 것을 최대로 얻어간다는 점입니다. 상대팀을 있는 대로 약 올리고 자신이 맡고 있는 팀에는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며 승부욕을 불태우게 만드는, 그야말로 심리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얘깁니다. '독설가'로 이름을 날리고, 입담이 남들과 다른 면이 있는 점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인데요. 상대의 허를 찌르고, 짜증나게 만드는 전술 운영과 심리적인 싸움을 통해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다지고 강한 조직력을 갖춘 팀을 만든 무리뉴의 지도 방식은 여러모로 묘한 매력을 발산해내고 있습니다.
이는 바르셀로나 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경기 초반에 티아고 모타가 퇴장을 당했고, 원정 경기라 불리한 입장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카드'를 꺼낼 기회도 없었던 무리뉴 감독은 중원 이하 전 선수들에게 '지키는 축구'를 지시하며 공격할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당황하고 짜증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결승 진출의 마지노선인 '단 한 골'만 실점하는데 성공하면서 무리뉴는 최악의 조건에서 최대의 이익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경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그리고 상대를 얼마나 짜증나게 만드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며 무리뉴는 마지막에 특유의 '거만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오합지졸'이란 평을 들었던 인터밀란을 이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린 데에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부드러운 소통을 동시에 바탕으로 한 팀 장악 능력이 돋보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잘 하지 못하는 선수에게는 가차 없는 채찍질을 가하는 반면 노력을 하는 선수에게는 배려하며 꾸준히 신뢰하는 이른바 '당근과 채찍'을 구사하고 있는 무리뉴 지도 방식이 2년 사이에 제대로 뿌리내린 셈입니다. 자신의 축구에 적합한 선수를 쓰기 위해 스타 플레이어조차도 과감하게 내치고, 다른 팀으로 보내버리는 그만의 독특한 팀 운영은 첼시를 2년 연속 우승하게 만들고, 인터밀란 역시 리그 연속 우승을 차지한 끝에 유럽 정상에 도전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선수들에게도 다양한 색깔을 드러내는 감독, 그래서 선수들이 싫어하려 해도 '실력 있는 대단한 사람'으로 인정하고야 마는 감독이 바로 무리뉴 감독이라는 얘깁니다.

아직 리그(세리에A)가 남았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남아있기에 그가 어떤 결말로 이번 시즌을 마칠지는 알 수 없고, 그래서 올 시즌 '성공한 시즌'을 보냈는지를 딱 집어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47살)임에도 자신만의 독특한 지도 방식과 색깔 있는 팀 운영으로 이미 유럽 축구 감독의 별로 떠오른 무리뉴의 행보가 대단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발산해 내면서 그의 실력에 걸맞는 성적을 매년마다 내고 있는 무리뉴는 진정한 '스페셜 원'이 되기 위해 전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유럽 정상의 꿈에 목말라있는 네라주리(인터밀란의 애칭) 군단의 한을 풀어내는데 무리뉴 리더십이 또 한 번 빛을 발할 것인지, 그래서 '진짜 스페셜 원'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다음 달에 있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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