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본연의 임무인 권력 비판, 감시 활동으로 인한 언론인 체포, 구속, 벌금, 파면, 해임 등 징계는 없어야 하며 이들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유규제 완화를 통해 언론의 다양성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미디어법(언론관계법)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결정대로 절차가 위법하므로 무효이며, 헌재의 권고대로 국회에서 재논의 하여야 한다.”

95년 이후 15년 만에 한국을 공식 방문하는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랭크 라 뤼(Mr. Frank LA Rue)에게 전할 「2010 한국 표현의 자유 보고서」중 ‘언론의 자유’ 부분에 대한 언론 및 인권관련시민사회단체들의 권고문이다.

▲ 4월 28일 프랭크 라 뤄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방한을 앞두고 진행된 '2010 한국 표현의 자유 보고대회'의 모습ⓒ권순택

‘2010 한국 표현의 자유 보고대회 - 프랑크 라 뤼 방한에 즈음하여’가 28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프랭크 라 뤼는 5월 5일부터 15일까지 한국을 찾는다.

이 자리에서 한국인권재단 이성훈 상임이사는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전 세계 112개국 중 2~3개국을 방문하는데 이번에 이란과 한국만이 해당된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표현의 자유가 국제사회에 심각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며 프랑크 라 뤼 방한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이성훈 상임이사는 또한 “그러나 문제는 한국정부가 그의 방한 의미를 알고 있는지 여부”라며 “특별보고관이 방한하는데 아직 정부와의 면담이 정해지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왜 만나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력을 총괄하는 행안부인데 면담조차 꺼려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특별보고관이 물었을 때 ‘이런 것도 표현의 자유냐?’라고 되묻는 등 부실한 답변이 나올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은 “특별보호관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한국을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얼마 전 중동에서 온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한국의 표현의 자유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혹시 중국이야기를 하고 있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Korea’의 이야기라고 했더니 또 그는 ‘North Korea’이야기냐고 되묻기에 ‘South Korea’라고 말했다.”

김희진 사무국장은 “국가가 국민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형사고소하는 것에 대해서 아시아 국가들이 '좋은 샘플'로 가져가고 있다고 들었다”고 비꼰 뒤, '좋은 샘플'의 의미를 “민주주의의 틀을 갖춘듯 하지만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억압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프랭크 라 뤼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언론의 자유 및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중점적으로 관심있게 볼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주되게 볼 한국의 ‘언론의 자유’는?

▲ 김병주 국제연대위원장ⓒ권순택
이날 보고대회에서 ‘언론의 자유’ 부분을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김병주 국제연대위원장은 MBC <PD수첩>을 비롯한 미디어법(언론관계법의 국회 통과), 친 정부여당의 인사들이 각 방송사 사장으로 선임된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병주 위원장은 “MBC <PD수첩> 사건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언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는 지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PD수첩> 사건은 다행히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왔지만 검찰이 즉시 항소함으로써 추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고서를 통해 “정부여당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친여성향의 인사들로 교체한 후 엄기영 사장을 압박해 사퇴를 유도하고 친정부인사 (김재철 씨)를 신임사장으로 임명함으로서 <PD수첩> 등 사회비판 프로그램을 옥죄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장 선임 과정에서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추문이 방문진 김우룡 전 이사장의 인터뷰 과정에서 알려짐으로써 MBC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병주 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에 취임한 KBS 정연주 전 사장의 경우,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관련법안을 통해 권력에 의해 함부로 해임할 수 없도록 장치를 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런 저런 방식을 동원해 해임을 단행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방송전략실장을 역임한 김인규 씨를 KBS 신임사장으로 선임한 후 KBS는 관제방송이라 비판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08년 YTN노조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방송특보 출신인 구본홍 씨가 사장으로 선임된 것과 관련해 방송의 공정성 및 장악음모라며 이의를 제기해 파업 등 다양한 투쟁을 전개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노종면 전 위원장이 구속되는 등 10년 만에 언론인 구속 사태가 재연됐다”며 “이는 1980년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대량 해직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09년 서울중앙지법은 ‘방송사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공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며 해고 무효 선고를 내렸지만 사측의 항소로 6명의 기자는 여전히 해직 상태”라고 전했다.

김병주 위원장은 또한 “미디어법(언론관계법) 개악문제는 정치권을 비롯해 국민들을 들끓게 했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른바 신문법 및 방송법 등은 여야합의 없이 여당에 의해 단독 강행처리됐다”며 “법률안들이 가지는 핵심은 결국 우리나라에서 재벌이라고 불리는 자본권력으로 하여금 언론까지 장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결국은 이런 내용 법률에 의하면 공공성에 충실해야하는 방송 및 신문 등 언론분야에 자본에 의해서 청소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양적·질적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 후퇴

▲ 장여경 진보넷 활동가ⓒ권순택
이날 보고대회에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부분 발제를 맡은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94년 인터넷에 대한 행정심의가 도입된 이후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양적·질적으로 뒤지지 않을 정도로 표현의 자유 침해사례가 늘어난 것은 이명박 정부 2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에 대한 행정심의의 특징적인 부분은 국가권력 및 정부관계자에 의한 일반 시민들의 비판적 표현물에 대한 형사고소”라며 ‘회피연아’ 동영상과 관련해 8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이어 장여경 활동가는 인터넷실명제와 관련해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의한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93조 제1항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후보에 대한지지, 반대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 조항으로 인터넷 게시물, 패러디 이미지, UCC와 트위팅이 규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는 지난 2월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를 합헌이라고 결정했다”며 이 같은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날 ‘2010 한국 표현의 자유 보고대회’에서는 △사상·양심의 자유, △퍼블릭액세스와 독립미디어와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직장에서의 표현의 자유, △청소년·장애인·성소수자와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15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아비드 후싸인은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 △표현의 자유 행사 관련 수감자의 석방, △노동자의 표현의 자유 보장하는 노동분야조정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이날 사회를 본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95년보다 별로 나아진 것이 없고 오히려 더 후퇴한 것들이 있어 씁쓸하고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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