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수입금지/허용, 010 번호통합, 아이폰의 도입 과정 등 우리나라 모바일 정책, 스마트폰 정책은 스마트 한 적이 없었다. 통신정책이 산업적 측면에 치우쳐 커뮤니케이션 정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27일, 문화연대와 진보네트워크는 '스마트폰이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이유 - 모바일 규제 쟁점들'이라는 포럼을 열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가 발제를 하고, 참석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토론이 뒤를 이었다.

전응휘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통신정책을 산업정책적인 차원에서 보고 있다”며 “경제 활성화,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진흥정책, 활성화 정책'을 앞다퉈 내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 이사는 “진흥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정통부 부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진흥정책에만 관심을 기울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 문화연대·진보네트워크, 뻔뻔한 미디어 농장 10차 포럼 [스마트폰이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이유 - 모바일 규제 쟁점들]

3세대 전환, 누구의 필요에 의한 것인가?

전응휘 이사는 “스마트폰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3세대(3G) 전환’ 방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무선데이터를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와 사업자의 필요에 따라 이동전화가 3세대로 전환됐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정 사업자의 의지로 진행됐다는 것으로 수 년간 무선데이터 통신의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응휘 이사는 “최근 아이폰 때문에 데이터 통신이 조금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아이폰이 도입되기 전에는 (3G) 데이터 통신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전응휘 이사는 “다른 나라의 경우, 통신사의 수입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 수익을 위해) 3세대로 갔지만, 우리나라는 만년 2위인 KT가 1위로 치고 나가기 위해서 3세대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응휘 이사는 “이통사의 고민은 모바일 인터넷을 쓰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량이 늘어나야 하는데 3세대 전환 이후 데이터 사용량이 늘지 않았다는 데 있다”며 “(3세대 도입 후)다른 나라의 경우는 전체 무선데이터 사용금액이 증가하는데, 우리나라는 무선데이터 사용금액이 낮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전응휘 이사는 “사람들의 니즈(needs)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3G를 KT가 무리하게 끌고나가고 다른 이통사들이 뒤쫓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욕구나 필요를 고려하지 않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유선 통신망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데이터 통신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010 번호통합이 아니라 “010번호 강제변경정책”

전응휘 이사는 많은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010번호통합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전응휘 이사는 자신이 아직도 아이폰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010번호통합 정책에 있다"며 “010번호 통합 정책이 아니라, ‘국가에 의한 번호 강제 변경정책’”이라고 비판했다.

010번호통합 정책은 최초 통신사별로 부여받은 011, 016, 017, 018, 019 등으로 시작된 번호를 010으로 통합하는 정책이다. 2G에서 3G로 기기를 변경하면 무조건 010번호를 재발급 받아야 한다. 아직 약 20% 정도는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아닌, 이전의 사업자별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응휘 이사는 “현재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없다"며 "(010 번호통합 정책을) 폐지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방통위가 OECD 통신요금비교 조작

전응휘 이사는 통신요금에 대한 참석자의 질문에 “OECD 요금 가지고, 국회에서 비싸다고 난리가 나니까, 청소년 요금제를 끼워서 낮췄다"며 "2번 그랬다. 6~7년 정도 우려먹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응휘 이사는 “OECD가 국제기구이기 때문에, 초안을 회람하고 각국의 이견을 받는다”며 “지난해 초안에서는 우리나라 요금이 다른 나라보다 높았는데 최종판에서는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전응휘 이사는 “우리나라가 ‘OECD 요금 비교 대상군’에서 비교할 수 없는 상품인 ‘청소년 요금제’를 넣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응휘 이사는 “이동통신 요금제의 국제비교를 많이 하는데, 국가 간의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요금의 국제비교가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국제비교를 하는 이유는 정부가 적정한 요금을 산출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비교라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적정한 통신요금을 산출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 요금 수준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응위 이사는 “이동통신 요금은 장치 산업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 이후에 한계비용이 계속해서 낮아진다”며 “한계비용이 낮아지는 만큼 요금이 내려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가 요금을 내리지 않고 지난 5년 동안 고정시켰기 때문에 세계에서 최고로 비싼 요금체계가 됐다”고 비판했다.

아이폰에 대해 …

참석자 가운데 ‘아이폰 유행’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전응휘 교수는 “책, ‘인터넷의 미래(The Future of Internet)’에서 저자인 지트레인이 끝까지 문제로 지적하는 것이 아이폰의 폐쇄성”이라며 “아이폰 문제는 다루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전응휘 이사는 “(아이폰이) 독점규제로 FCC에 고발이 됐지만, 독점이라고 FCC가 판단하지 않았다”며 “미국 같은 시장환경에서 통신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업체의 독점적 제휴가 다른 사업자들과의 경쟁을 촉발하기도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전응휘 이사는 “(아이폰이) 완전히 폐쇄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게이트웨이(Gateway) 역할을 하지만 개발자들에게 열려있고, 개발자들에 대한 수익배분도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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