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무명은 아니나 무명처럼 3대 방송사에서 묵묵히 일해온 김생민. 그에게 햇볕은 우연 아닌 우연처럼 찾아왔다.

팟캐스트를 실험적으로 진행하던 차에 아예 지상파 방송까지 진출해 정규 편성을 받아낸 건, 분명 행운이 따른 결과다.

일반적으로 팟캐스트 코너가 지상파 방송사에 진출을 한다는 건 꿈도 못 꾸는 일이지만, 김생민은 고정 팬층을 서서히 넓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주말드라마 시작 전 간이 코너로 진출한 <김생민의 영수증>은 ‘통장요정’ 김생민과 ‘소비요정’ 송은이-김숙이 진행하는, ‘저축/적금으로 부를 축적하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기대한 것 이상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정규편성까지 따내는 분위기다.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

워낙 팟캐스트에서 고정 팬층이 많은 프로그램이긴 했어도 팬들의 바람처럼 처음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라디오스타> 논란으로 뜻밖의 행운(?)을 얻은 것도 사실. 초반 2회까지는 별 반응이 없다가 논란 이후 시청자가 많이 유입돼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어냈다.

<김생민의 영수증> 코너는 사실 코너라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방송 시간이 짧았다. 시청자가 아쉬워할 만한 짧은 시간 진행했기에 여운도 길게 남을 수밖에 없었다. 단타로 치고 나가는 웃음은 강렬했고, 그래서 더 정규편성을 바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규편성은 말이 달라진다. 제작진 측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했지만 방송 시간이 60분이라는 말이 들려오고 있고, 이 소식은 정규편성을 바란 시청자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문제는 60분을 다 채울 수 있느냐이다. 몇 회 방송 정도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겠지만, 반복되다가 보면 에피소드 조달도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 김생민의 ‘그레잇’ 칭찬과 ‘스튜핏’ 조언 또한 반복해서 장기간 본다면 생각보다 빨리 질릴 수 있다.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

그래서 파일럿이 아닌 정규편성이라고 해도 시즌제로 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편성 관계자도 10회 분량이 될 것 같다는 말을 해 안심하게 하는 분위기. 하지만 역시나 충성 시청자는 장기간 지속 방송이 되길 바라는 분위기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김생민의 영수증>은 소재가 다양하지 않은 특정 소재 타겟팅이기에 장기 지속 프로그램으로 권하긴 어렵다. 시즌제로 준비된 에피소드를 완벽히 보여주고, 다시 새로운 에피소드를 모아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돌아오는 식으로 반복해야 인기도 오래 유지될 수 있기에 시즌제를 강력히 권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수명을 늘리고 좋은 퀄리티의 프로그램으로 유지하려 한다면 <김생민의 영수증>은 시즌제로 가야 한다. 그게 프로그램도 충성 시청자도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시즌 별 주제를 정해 매 시즌 다른 컬러를 보여줄 수도 있으니 더 자유로울 것이다. 요구가 있다고 하여 무작정 장기 정규편성을 한다면 <김생민의 영수증>은 ‘무모 스튜핏’이 될 수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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