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썰전>에 대한 말들이 많아졌다. 재미가 없다. 누가 하차해야 등등의 말들이 떠돈다. 그래도 마땅히 정치에 대해서 풀어주는 프로그램이 없다보니 불평을 하면서도 지금까지 봤던 사람들은 계속 보게 되는 형편인 것 같다. 그런 <썰전>은 자연 재미와 함께 의미도 사라졌다는 불만이 늘고 있다. 특히 12일 방영분은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특히 전원책 변호사 뒤를 이어 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박형준 교수가 온 이후로 두드러졌다. 일각에서는 유시민 작가가 박 교수에게 말리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사실 진짜 의심은 제작진을 향하고 있다. 유 작가와 박 교수가 제대로 붙어볼 만한 격투장이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12일 방영된 <썰전>의 첫 번째 주제가 미국 총기 사건이었고, 이어서 소방관 문제, 한미 FTA 재협상 문제 등등으로 이어졌다. 물론 각각의 이슈가 모두 다룰 만한 지구촌 소식이고, 국내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나 정작 시청자가 기대하고 있는 최대 이슈인 MB문제가 쏙 빠졌다는 것은 뭔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JTBC 시사 예능프로그램 <썰전>

이번 주 JTBC <뉴스룸>은 연일 MB를 향한 의혹들을 단독보도하고 있었다. 이를 매일 지켜보는 시청자들 중에 적지 않은 수가 목요일 방영되는 <썰전>을 내심 기대했을 것이다. 그게 맞는다면 이번 주 <썰전>을 보고는 실망을 크게 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기대가 없더라도 “이게 웬 봉창 뚜드리는 소리”인가 싶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언론이 다 MB를 뒤쫓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뉴스룸>만은 예의 악착같음, 집요함을 다시 이번 MB에 적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이상하리만치 <뉴스룸>의 특종은 타 언론에서 언급을 하지 않고 외면 중인데, 이를 자사 시사프로그램인 <썰전>마저 따라한다면 뭔가 문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썰전>을 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뉴스룸>도 빠뜨리지 않고 시청할 것이다. <뉴스룸> 분위기를 본다면 마치 MB전성시대를 맞은 것만 같다. 마치 지난해 딱 이즈음에 <뉴스룸>이 터뜨린 최순실 태블릿PC 때처럼 한동안 MB 보도로 쓸 실탄을 가득 채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직 MB의 핵심 의혹이라 할 수 있는 사자방에는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뉴스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JTBC 시사 예능프로그램 <썰전>

그러나 뜨거운 <뉴스룸>이나 시청자의 체온과는 달리, 요즘의 <썰전>은 맥이 풀린 느낌이 역력하다. 뉴스가 다 전하지 못하는 막전막후의 거친 썰도 마다 않는 '썰전'이 이제는 독기 빠져 부드러워진 ‘설전’이 된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크다. 프로그램을 열 때 김구라가 매번 반복하는 “한 주간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의 심장을 뛰게 한 가장 핫한 뉴스만을 골라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뉴스의 뒷얘기를 듣겠습니다. 하드코어 뉴스 깨기 썰戰”이라는 멘트는 요즘이라면 양심상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이처럼 <썰전>이 대부분의 시청자가 의아할 정도로 MB 이슈를 비켜가는 것은 아무래도 MB정부시절 핵심인물이었던 박형준을 의식한 것이거나 반대에 부딪힌 것이라는 의심을 품을 만하다. 녹화날짜를 변명 삼기도 적절치 않다. 과거에는 여러 번 보충녹화를 통해서 최신 이슈에 뒤처지지 않는 기민한 모습을 보였던 때문이다. 아무튼 <썰전>에 뭔가 재무장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치판엔 여전히 흙바람이 부는데 <썰전> 혼자 온실에 앉아 유유자적하자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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