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을 서로를 향해 꾸는 이유가 밝혀졌다. 경찰이었던 우탁의 추론은 맞았다. 홍주가 재찬을 재찬이 홍주를, 그리고 우탁이 재찬에 대한 예지몽을 꾸는 이유는 서로의 생명을 구해준 것 때문이다. 서로의 목숨을 구해 그들과 관련한 예지몽을 꾸게 되었다는 사실은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홍주의 복귀;
기자로 사망할 홍주, 그녀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서기 시작한 재찬

예지몽을 꾸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분명 흥미롭다. 홍주를 시작으로 재찬과 우탁으로 이어진 예지몽은 그렇게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혼자만 꾸던 예지몽과 달리, 서로를 위한 꿈을 꾸는 동갑내기 친구들이 모였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잘나가는 사회부 기자였던 홍주는 엄마가 운영하는 삼겹살집에서 일하고 있다. 그 이유는 미래를 꿈을 통해 보는 홍주가 기자인 자신이 숨지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죽음을 목격한 후 기자 일을 그대로 이어가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그렇게 포기한 기자였지만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었다. 더욱 그런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예지몽을 꾸는 것은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앞집으로 이사 온 신임 검사 재찬이 예지몽을 꿔서 자신과 엄마의 목숨을 살렸다.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예지몽을 꾼 재찬은 그렇게 그들을 구했다. 그의 이 선택으로 신임 경찰이었던 우탁의 목숨까지 구했다. 신기하게도 우탁은 재찬을 위한 예지몽을 꾸기 시작했다. 왜 그런 꿈을 그들만 꾸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예지몽은 동갑내기 그들에게 신의 선물처럼 주어졌다.

신의 선물이라고 믿는 이도 있지만, 저주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홍주는 저주라 생각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이어, 어머니를 넘어 자신의 죽음까지 예지한 그 꿈은 자신에게는 저주였다. 하지만 재찬이 등장하며 절대 바뀔 수 없어 보이는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 꿈이 바뀔 수도 있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복직을 하려는 홍주와 달리, 딸이 죽을 수도 있음을 알고 있는 어머니로서는 막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갈등 속에서 새로운 사건들은 시작되었다. 대학교에서 프러포즈를 하는 과정에서 여학생이 화재로 숨지는 꿈을 꾼 홍주는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직접 가게 소화기를 옆에 끼고 대학을 향해 가는 홍주. 흥미롭게도 같은 꿈을 재찬도 꾸게 되었다. 재찬의 꿈속은 홍주가 프러포즈를 준비하던 남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었다. 홍주가 결심을 하자 재찬은 그녀를 위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재찬이 홍주를 찾아 나서니 뒤이어 우탁은 두 사람이 한 무리의 대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꿈을 꾼다. 그들의 예지몽은 그렇게 서로를 위해 작동하고 있었다.

홍주는 재찬이 잘 가는 커피숍 알바생을 구했다. 그리고 남학생들에게 쫓기던 홍주는 재찬이 구했다. 이후 벌어질 일을 전혀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의 운명은 우탁이 책임졌다. 이들의 예지몽은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 서로를 구하는 이유가 되었다. 우탁이 마지막 주자가 된 이유 역시 그가 현직 경찰이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우탁이 추론한 것처럼 예지몽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이들을 위해 꾸는 것이다. 어린 재찬을 구했던 밤톨이는 바로 홍주였다. 어린 시절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홍주는 머리까지 짧게 깎고 다녔다. 남들이 보면 남자라고 오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말이다.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었던 재찬을 구한 것은 홍주였다. 장례식장에서 울고 있던 홍주에게 손을 내민 재찬의 행동은 그래서 이유가 명확해진다. 둘 다 아버지를 탈영병에게 빼앗겼다는 공통점만이 아니라 생명의 은인이 홍주였다는 사실은 이후 전개될 이야기를 더욱 뚜렷하게 해준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목숨이 구해져도 이들은 벌어질 일들을 그대로 몸으로 느끼게 된다. 커피숍 알바생은 몸에 불이 붙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우탁은 차에 치이는 모든 과정을 그대로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목숨을 구하기는 하지만 그 기억마저 가져갈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역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자 정신을 드러내게 만들었던 치킨집 주인 사건은 충격이다. 닭의 부위를 조금씩 빼내 장사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홍주의 예측은 맞았다. 예측이라기보다는 반복적으로 벌어진 결과에 대한 합리적 추론이 맞은 셈이다. 집으로 향하던 홍주는 골목에서 고양이에게 빼돌린 닭고기를 나눠주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장사를 위한 것이 아닌 길고양이들을 먹이기 위함이라 생각한 홍주는 그렇게 지나쳤다. 하지만 이를 목격한 다른 이는 죽어야만 했다. 치킨집 배달 알바를 하는 남학생은 주인이 길고양이를 죽이기 위해 독을 묻힌 닭고기를 주는 것을 목격했다. 커피숍 알바생의 오빠이기도 한 그는 이를 목격했다는 이유 하나로 죽어야 했다.

홍주가 그녀를 살리지 않았다면 남매가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부검도 하지 못하게 막으며 서둘러 장례를 치른 치킨집 주인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까? 증거 자체인 사체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진실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을 부추긴 동승자에 대한 법의 심판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겨우 차 키를 전해준 것이 죄냐고 따져 묻는 자의 오만함에 분노가 치미는 것은 음주운전은 운전자만이 아니라 동승자 모두 동일한 예비 살인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겨우' 키만 전해줬을 뿐이라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가려는 파렴치한 범죄자에 대해 어떤 단죄가 내려질지 궁금해진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쉬운 걸 알고 무시한 죄는 더 크다. 만약 적극적으로 음주한 이에게 키를 건네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그 쉬운 행동 하나로 인해 한 가족은 파괴되었다. 겨우 살아남은 어린 아이는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죄책감조차 없는 음주운전자에 대한 공분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기대된다.

자신의 딸을 지켜주기 바라는 홍주 어머니의 마음을 재찬은 알게 된다. 재찬의 꿈으로 인해 홍주의 삶이 달라졌음을 알고 있는 이들의 대화는 명확하다. 홍주를 위한 예지몽을 꾸는 재찬이 꼭 자신의 딸을 구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니 말이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홍주가 다니던 방송사다. 하지만 홍주는 쉽게 건너지 못한다. 자신의 죽음을 목격한 홍주로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단 한 번도 자신의 꿈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선택은 더욱 힘겨울 수밖에 없다. 망설이는 홍주의 손을 잡아준 것은 바로 재찬이었다.

재찬은 홍주 앞에서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지켜주겠다고. 자신의 꿈속에 등장한 방송사 팀 복을 받아 들고서 홍주가 당당하게 좋다고 말한 이유는 재찬이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들이 목숨을 건 사랑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사건들 속에 분명 그들이 예지몽을 꿀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도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죽음도 막아낸 사랑을 재찬과 홍주가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