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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말하는 홍준표와 조선일보의 노림수적폐청산에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대응…보수층 단결 및 보수정치 통합 추진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10.11 09:18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에 의해 자신이 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은 거의 ‘우스개’에 가까운 얘기로 귀결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걸 쉽게만 볼 일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을 할 때가 많지만 나름의 이유가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홍준표 대표가 사찰 논란을 자처한 것에도 ‘노림수’와 사정이 있다는 거고 이걸 제대로 해석해야 여의도 정치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홍준표 대표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첫째는 홍준표 대표 수행비서에 대한 군 경 검의 통신자료 조회 6건 중 4건은 이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다. 이전 정부의 일을 문재인 정권에 따지면서 사찰 의혹을 제기한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이 의혹에 대해 직접 발언한 이후 관계기관들이 해명한 내용을 보면 홍준표 대표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었다기보다는 다른 범죄 내용을 수사하면서 통화 상대를 식별하다 생긴 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 주장을 우스운 수준으로 만드는 두 번째 요인은 현실적으로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통신자료 조회를 요청한 것 자체를 정치사찰로 볼 수는 없다는 거다. 통신자료 조회의 대상은 휴대폰 가입자의 신원과 가입일자 등 기본적인 정보만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기관이 통화 내역이나 위치 등 ‘사찰’로 부를 수 있을만한 정보들을 얻기 위해선 통신사실확인 조회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조선일보도 11일자 지면에 실린 기사를 통해 이런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통신자료조회는 통신 수사의 한 수단일 뿐 특정인을 겨냥한 사찰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민주당도 야당 시절부터 이런 경우를 문제 삼아 사찰 의혹을 계속 제기해왔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표 주장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현재의 여당이 이를 무리한 주장으로 규정하는 건 ‘내로남불’이다, 이런 얘기다. ‘내로남불’은 별개로 따질 일이고, 어쨌든 홍준표 대표의 주장이 무리한 수준이라는 건 보수언론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문제는 조선일보 자신도 홍준표 대표의 주장이 나온 맥락에서 자유로워 보이지는 않는다는 거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TV조선의 8일자 보도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날 TV조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두 달간 수사 및 정보기관이 수집한 통신자료 건수가 100만 건에 이른다고 ‘단독 보도’했는데, 홍준표 대표의 주장은 이 보도 내용에 대한 일종의 ‘거들기’이다.

TV조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수집된 통신자료 건수에 대해 “한 달 평균 50만 건으로 박근혜 정부 때였던 올해 1월에서 4월까지 평균 수치와 비슷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무분별한 사이버 사찰과 도감청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도 야당 시절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열람을 ‘대국민 사찰’이라고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보도의 핵심은 문재인 정권이 사찰을 했다는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행태가 과거 정부와 똑같다”는 논조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TV조선이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의 발언을 함께 전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 한다. 이은권 의원의 발언은 통신자료 수집이 수사와 관련돼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과거 정부가 잘못했다고 몰아세운 일을 사과해야 한다는 취지다. 홍준표 대표의 주장을 무리한 것으로 규정한 11일자 조선일보 기사의 주장과 핵심에 있어서는 같은 맥락에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논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표의 주장이 실체적 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조선일보 보도와 정치적 효과라는 측면에서 한 곳으로 수렴된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한다며 무리수를 두고 있지만 결국 과거 정부와 똑같은 행태일 뿐인 ‘정치보복’에 매진하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 수사기관과 정보기관 등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라면 과거 정부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여야에 구분이 없이 수사를 해야지 왜 보수정권을 창출한 야당만 문제 삼느냐, 결국 불순한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다.

보수세력은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의 국정원 문제 등을 건드리기 시작한 이후 ‘정치보복 프레임’의 재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앞서 보았듯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은 이 대목에서 서로 의기투합하고 상부상조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보수언론은 보수야당의 주장을 보도를 통해 재생산하고, 보수 정치인들은 언론 보도를 근거로 해서 애초 보수언론이 제기한 프레임을 정치적으로 강화하는 데 앞장선다. 닭이 달걀을 낳고 달걀이 다시 닭이 되는 것에 비견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보수정권이 외면하고 은폐해온 과거 정부의 불법적 행태가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는 이 시점에 보수야당이 해야 할 일은 반성과 사과를 통해 뼈를 깎는 혁신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의 정치혐오와 냉소주의를 자극해 작은 정치적 이득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정권의 정치에 반기를 들고 뛰쳐나온 집단이다. 과거 보수정권의 정치와 결별한 형태로 보수정치의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을 존재 의의로 여겨야 할 정당이다. 그러나 최근 바른정당 주변을 휘감고 있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론은 보수정치의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한겨레는 10일 국정원 개혁위 등이 이명박 정권 시절에 이어 박근혜 정권 시절의 불법 행위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국정원 관계자는 “본류의 실체를 확인하려다 지류가 갑자기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나오는 바람에 그쪽에 치중을 했는데, 이제는 다시 본류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본류’란 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고 ‘지류’란 이명박 정권의 일을 말하는 것인데, 한겨레에 따르면 곧 2012년 대선 직전 ‘NLL 대화록’ 문제에 대해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 문제에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직접적으로 연루돼있다. 김무성 의원은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화록 일부를 선거 유세 과정에서 줄줄 읽어 논란을 자초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이 내용을 ‘지라시’를 통해 보고 재구성한 것이라는 성의 없는 해명을 내놓았는데, 국정원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불가능했다는 사실이 그 당시에도 지적된 바 있다.

바로 이런 상황이 바른정당 내의 의원들의 의지를 꺾어 놓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전체가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는 한 지금 구도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하나로 묶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바른정당은 이미 심리적 분당 상태에 도달했고 11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는 이른바 ‘자강파’들끼리의 잔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홍준표 대표는 아예 그 이전에 통합을 할 거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통합’이란 당대당 통합이 아니라 전당대회 출마를 결정한 유승민 의원 등을 제외한 이른바 바른정당 통합파들과의 통합이다. 유승민 의원은 김무성 의원을 직접 설득하려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다는 게 11일까지 나온 보도의 내용이다. 홍준표 대표의 사찰론 제기는 바로 이런 구도를 강화하고 보수정권 지지자들을 단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원내교섭단체 지위가 무너져도 소수정당으로 버티겠다는데, 지향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바른정당은 결국 없어지고 말 것이다. 그 ‘지향’에는 보수정치를 박근혜 정권 뿐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실패로부터도 구해내야 한다는 결의가 깔려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바른정당은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에 ‘정치보복’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힘을 실어줘야 한다. 협조할테니 철저히 수사하라며 아예 목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결단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홍준표 대표와 조선일보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거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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