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라는 이름은 이제 모욕과 명예훼손의 의미를 갖게 됐다. 자신을 최순실에 빗대 비난했다며 고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이는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판결했다.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가 상대를 모욕하는 대명사가 되었다는 의미다.

손연재 비방 합리화;
리듬체조 스타 선수는 왜 지독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했나

손연재를 비방한 악플러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고 한다. 악플러에게 벌금형이 내려지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당연한 처벌이니 말이다. 보다 강력한 처벌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이 정도면 일상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재판부의 판결에도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은 여전하다. 악플러를 동조하며 표현의 자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 정도 표현을 악플이라고 하면 문제가 있다는 식이다.

지난 이명박근혜 시절 국정원이 앞장서 댓글 조작에 나서며 쏟아낸 심각한 막말들이 일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악플은 손쉽게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는 행위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악담을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안위를 찾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타인에게 표출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악플이라는 행태는 결국 자기비하의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MB정부 국정원 문화·예술·연예계 '블랙리스트' (PG) Ⓒ연합뉴스

최근에는 묻지마 범죄들도 성행한다. 아무 이유 없이 자신과 상관없는 이를 공격한다. 강자가 아닌 약자를 상대로 벌이는 이 묻지마 범죄는 사회적 문제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고, 어떤 식으로 표출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는 심각하다.

악플러의 경우도 묻지마 범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이런 악플러들의 공격이 전 방위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국가기관이 일조했다는 사실은 심각하게 다가온다. 그들은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전이었다고 반문하겠지만, 이는 인터넷 생태계 전체를 변질시켜버렸다.

잔인한 막말들을 쏟아내던 자들이 국정원 직원이고, 그들에 의해 지시를 받은 일반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명박근혜가 국정원과 국방부를 동원해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쏟아낸 말들은 졸렬한 악플들이 대부분이다.

문성근이 이명박 정권에 대해 일베 수준의 권력이었다고 일갈하는 모습은 정확하다. 그들이 만들어 확장시킨 악플러들의 온상이 일베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9년 정도 지속되니 악플러들의 막말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심각해진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연예인들을 향하던 악플들은 이제는 전 방위적으로,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쏟아내는 행태로 변했다. 이 모든 것이 이명박근혜 시절이 만든 풍경이다.

한때 연예인들이 악플러들의 무자비한 공격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당시만 해도 연예인들은 악플을 받아도 내색할 수 없는 문화가 있었다. 그렇게 안으로 삭이던 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반복되자 연예인 본인이나 소속사 역시 달라졌다. 악플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손연재 Ⓒ연합뉴스

손연재에 대한 악플 역시 이런 범주다. 의혹 수준이라고 옹호하는 이들도 있지만 최순실이 더는 후원하지 않아 은퇴했다는 식의 글이 의혹으로 들리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의아하다. 손연재의 악플은 자연스럽게 김연아 팬으로 연결된다. 그런 연결고리는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논란에도 이런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최순실'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 명예훼손이 되는 세상이다. 손연재가 정말 최순실에게 후원을 받았다면 그건 이번 국정농단 조사에서 밝혀져야 했던 일이다. 자신의 딸 외에는 관심이 없던 최순실이 과연 손연재를 후원했을까? 상식 수준에서 생각해봐도 이는 그저 손연재를 비하하고 조롱하기 위한 악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악플러 역시 최순실 사건에 손연재 이야기가 나와서 쓴 글이라고 하지만, 당시 연결된 기사는 늘품 체조가 유일하다.

스포츠 스타들을 모아 놓고 박근혜까지 직접 늘품 체조를 하는 장면은 시간이 흐르며 기이한 모습으로 각인되었다. 그곳에는 손연재만이 아니라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함께했다. 악플러에게 이는 핑계였을 뿐이다. 손연재에게 악플을 달고 싶었는데 마침 이런 기사가 나오니 반가웠을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그저 욕할 수 있는 꺼리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악플은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나서 국민을 조롱하고 욕해왔던 시절이 얼마 전이다. 그렇게 서로를 욕하고 비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이어져왔던 시절은 수많은 상처만 남겼다. 그런 댓글부대를 만들어 운영했던 권력자들은 이제 법정에 서야 할 때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최악의 저질 문화로 자리잡은 악플도 이제는 정화가 되어야 할 시점이다.

악플 대신 건강한 비판이 자리잡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증오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난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적폐 청산 없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는 불가능하니 말이다. 갈 데까지 간 악플 문화는 그래서 서글프게 다가온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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