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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배, 세계선수권 대표팀 탈락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블로그와] 임재훈의 스포토픽
스포토픽 | 승인 2017.09.28 10:54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데 이어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냈던 한국 양궁의 간판스타 기보배(광주광역시청, 리커브 세계랭킹 2위)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를 뽑는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기보배는 10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2017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3명의 국가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8명의 선수들을 뽑는 1차 관문을 통과하고, 4명으로 추려진 2차 관문까지 넘어섰지만 마지막 1명의 탈락자가 되고 말았다. 

2011년 토리노 대회부터 3연속 세계선수권에 나서서 대회 때마다 한 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냈던 기보배는 아쉽게도 내년에는 세계선수권대회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대신 오는 11월에 대표팀 1.5군이 나서는 아시아 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기보배 개인적으로는 분명 아쉬움이 크겠지만 아시아선수권도 만만치 않는 경쟁국 선수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리우올림픽 당시 기보배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보배의 국내 대표 선발전 탈락소식은 세계 양궁계도 화제가 될 만한 소식이다. 세계양궁연맹(WA)은 27일 한국 대표팀에 기보배가 탈락했다는 소식을 홈페이지 메인 페이지에 소개했다. 

사실 기보배의 대표팀 탈락은 이번만 화제가 된 것은 아니다. 

기보배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대표선수를 뽑는 선발전에서도 탈락의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2014년 3월에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기보배는 여자부 출전자 12명 가운데 10위를 기록, 상위 8명이 참가할 수 있는 평가전 자격을 얻지 못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당시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으로 대중적으로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던 때였기 때문에 파장이 상당했다. 

대표팀 탈락 이후 기보배는 현역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아시안게임 중계방송 해설자로 나섰다. 자신이 선수로서 서 있어야 할 아시안게임 무대를 중계석에서 마이크를 들고 지켜봐야 했던 기보배의 심정이 편하지만은 않았으리라는 점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어쨌든 그때나, 그보다 더 오래된 과거나 지금이나, 철저하게 기록과 원칙에 입각한 양궁 국가대표 선발 방식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난해 전국남녀양궁종합선수권대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선수들 역시 양궁협회의 투명한 선발방식에 따라왔고, 그 결과 세계무대에서 한국 양궁이 30~40년을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을 수 있었다. 

또 올림픽 때마다 한국 양궁이 신데렐라를 배출할 수 있었던 이유도 철저한 원칙에 입각해 당대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에게만 국가대표 유니폼을 허락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 보면 1984년 LA올림픽을 앞두고 누구나 예상했던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는 김진호였지만 정작 금메달리스트는 ‘꽃돼지’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서향순이었다. 

김진호라는 ‘부동의 원톱’이 금메달 획득에 대한 부담감으로 멘탈이 흔들렸던 반면,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갖췄지만 대중에게 덜 알려져 부담감 없이 실력으로만 승부할 수 있었던 서향순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 속에서 금빛 과녁을 명중시킬 수 있었다. 

이후에도 한국 양궁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신궁’ 김수녕을 제치고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던 조윤정이나,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던 김경욱 역시 한국 양궁이 올림픽 무대에서 배출시킨 신데렐라였다. 

<그래픽> 역대 여자 양궁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연합뉴스

이처럼 한국 양궁은 이미 1980-90년대부터 기록과 원칙에 따른 투명한 대표선발을 실천해왔고, 그러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도 이뤄왔다.

대표선발전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올린 선수가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를 제치고 슬그머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수영 등 국내 몇몇 종목의 경우와는 분명한 대조를 이루는 한국양궁의 미덕이다. 

기보배의 대표팀 탈락은 그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분명 아쉬움과 충격일 수 있지만 그래도 기보배가 오늘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다음 선발전에서 다시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도, 올림픽에 나갈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기록과 실력만 뒷받침해 준다면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이유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기회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종목이 한국 양궁이다. 

다음 세계선수권에서, 그리고 다음 아시안게임에서, 그리고 다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미소 짓는 기보배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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