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DI 보고서
옛 정보통신부가 ‘정보화’란 명목의 사업을 추진해 오면서 다양한 갈등 상황을 겪었다. 기술발달에 따른 합리적 ‘효용성’의 도입과 효용성 때문에 버릴 수 없는 다양한 ‘가치’의 추구가 대립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전자주민카드 도입논란에 있어서도 시민사회와 정부가 대립했고, 2001년 <전자정부법 제정> 당시 기술발달을 앞세운 정부 부처 간 모호한 역할과 영역 구분 때문에 소관 부처를 두고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가 갈등을 일으킨 사례도 있었다.

30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정보화 추진과정의 정부 갈등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 <정보화 추진과정상의 갈등관리와 추진전략 연구>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옛 정보통신부가 정보화 추진과정 중에 갈등을 빚었던 전자주민카드, 전자정부법, 인터넷민원정보시스템(G4C), 지리정보시스템(GIS) 등의 사례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정보 기술이 국가발전의 주요 인프라로 등장하면서 정보기술의 가치사슬 전부를 한 부처가 관장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으로 정보통신부가 탄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부서와 업무부서의 갈등이 심각해졌다"며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정보통신부가 해체돼 이러한 관점에서의 갈등은 대부분 소멸되는 대신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게 된 행정안전부와 다른 부처 사이의 갈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통합전산센터를 고도화하는 사업'을 예로 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그리고 더 나아가 데이터의 통합도 논의될 터인데 이 과정에서 업무부처와의 갈등은 필연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 KISDI 보고서의 갈등사례분석 구조

2001년 전자정부법 시행과정에서 통합전산센터 주관 부처를 어디로 하느냐를 두고, 행정안전부와 옛 정보통신부 사이의 갈등이 벌어졌다. 보고서는 '부처 간 명확한 역할 분담이 되지 않아 발생한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정부 부처 간)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조정"이라며 "위원회를 통해 이해관계자간의 원활하고도 체계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때로는 강력한 조정력을 발동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과거 정보통신부 주도의 국가정보화 추진기능이 이제는 정보화 영역에 따라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구분되어 진행된다"며 "향후 예상되는 통합전산센터 고도화를 위한 정보자원 통합과정에서 행정안전부가 다른 부처의 협조를 얻기가 과거 정보통신부 중심의 국가정보화를 추진했던 시기보다 더 어려워지고, 따라서 갈등의 양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민원정보시스템(G4C)은 주민, 부동산, 자동차, 세금, 기업 분야의 행정정보를 공동 이용하기 위해 정보제공기관과 정보이용기관간의 자료중계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보고서는 “전자정부단일창구 및 정보공동활용시스템을 구축하는 인터넷민원정보시스템 사업 모두 부처와 관련된 사업으로, 사업의 성격상 관련 부처 간 갈등을 안고 출발하는 사업”이라며 이 시스템의 도입과정에서 일어난 갈등을 '정보공동이용 및 관련 업무 통합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라고 분류했다.

이어 보고서는 정보를 공동이용하면서 생기는 부처 간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참여자간 파트너십', 타 부처의 정보고유 요구를 거부하는 근거이자 회피수단인 '법제도적인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만들어진 많은 법들은 기밀이나 보안으로 보호할 가치가 적은 정보들까지도 모두 보안등급을 올려 공동활용을 금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대적 기준에서 이들을 새롭게 따져보고 타당성이 떨어지는 규정을 개정·폐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G4C 개념도(행정안전부)

정부 부처 간 갈등 외에도 ‘정보화’ 추진과정에서 정부 부처와 시민단체의 갈등, 산업계에서 벌어지는 갈등도 있었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이데올로기 대립을 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06년 전자주민카드를 두고 일어난 갈등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전자주민카드 정책은 결국 공중의제화 과정에서 국민과 시민단체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와 인권침해라는 주장을 펴면서 이 정책에 강력하게 반발하여 결국 정책자체가 백지화 되었다"며 "정책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공중 의제화 과정에서 등장하는 여론을 다각도로 수렴하여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자주민카드는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많은 국가에서 도입되거나 준비 중에 있다"며 "이 추세를 우리나라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전자주민카드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리정보시스템 사업은 국토해양부와 옛 정보통신부 사이에 소관 부처 문제로 갈등이 있었지만, 정보통신부의 해체로 갈등이 해소됐지만, 지리정보시스템의 산업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높아지자, 정부와 무관하게 산업계 내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지리정보시스템 사업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보고서는 "정부 부처와 산업계가 서로 다른 과정을 거쳤다"며 산업계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지리정보 DB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 지면서 민간의 갈등은 더 심각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고서는 "산업의 본질이 변한 만큼 산업 전반의 가치사슬구조를 재설계하고 기존의 기득권과 제도적 장벽을 과감히 해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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