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토요타를 잘 몰랐다. 단편적으로 몇 가지의 사실만 알고 있었다. 비싼 외제차 넥서스를 만들고, 얼마 전 토요타 그룹의 수장이 미국 청문회 장에 끌려가 눈물을 흘렸다는 정도다. 우리나라 사람이 토요타를 인식하는 수준일 것이다. <토요타의 어둠>에서 전하고 있는 일본사회에서 토요타 위치는 이러했다.

모든 여론매체에서 토요타를 성역시하는 태도는 토요타의 광고 선전비가 비할 데 없이 거액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유가증권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3월 결산의 토요타 단일기업 광고선전비는 1,054억엔으로 2위인 마쓰시타(831억 엔), 3위인 혼다키텐공업(815억 엔)을 제치고 이미 10년 이상 전부터 수위를 지켜왔다. 마쓰시타처럼 업적악화와 구조조정으로 광고선전비를 대폭 감소하는 일조차 없이 안정적으로 매스컴에 돈을 뿌려온 스폰서 중의 스폰서인 것이다.

토요타와 언론

토요타는 2006년 한해동안 1,054억엔, 우리나라 돈으로 1조2964억원이라는 천문학전 금액을 언론에 뿌리며 언론을 길들이기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어떤 기업이 비판언론을 옥죄는 수단으로 광고를 활용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일본에서 출간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출판사에서 혹은 잡지사에서 책의 출판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책은 원래 <도요겐자이신보사>에서 출판하기로 했다가, 돌연 임원회의에서 출판이 거부당하고, <니혼지츠교출판>과 출판논의 중 간부들에 의해 출판이 막히는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출판에 성공(?)하게 됐다고 한다.

이 책은 마이뉴스재펜이라는 인터넷 신문의 대표 와타나베 마사히로와 기자들이 썼다. 이들 기자들은 이러한 책을 쓸 수있었던 이유는 마이뉴스재팬은 유료회원제로 광고에 신경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토요타의 어둠>은 토요타가 뿌리는 광고비 때문에 자기 검열에 충실한 일본 대다수의 언론사를 두고 "'입막음 비용'을 받고 알아서 기는 잡지"라는 평가를 내렸다.

책, <토요타 어둠>

<토요타의 어둠>을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와 같이 구입했다. 왠지 연관성이 있을 것 같아서다. 물론 두 책 모두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을 폭로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재의 동질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두 책은 비교가 쉽지 않다. '내부인의 시선'과 '외부 관찰자의 시선'에서 오는 차이 때문이다.

내부인의 시선에는 주관이 당연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또한 ‘분석’보다 ‘느낌’이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세하고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심도 깊은 여러 이야기를 들 수 있다. 반면 외부의 시선은 냉정하다. 냉혹한 시선으로 대상을 외연부터 낱개로 조각조각 내어서 분석한다. 대개 이러한 분석은 대상의 문제점을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며 잘 드러낼 수 있다.

토요타의 어둠은 매체사 기자들이 쓴 장문의 기사라 할 수 있다. 토요타와 일본사회의 언론구조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다. 그러나 기자들이 사건을 대했을 때, 전형적으로 가지는 태도를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피해자와 인터뷰를 할 때도, 자신들이 취재경험을 이야기할 때도 토요타와 거리를 두고 있다.

토요타에서 과로사한 사원 아내의 인터뷰를 전할 때도 여느 인터뷰 기사와 큰 차이가 없었다. 두 아이의 아빠아기도 한 우치노 겐이치 씨는 직장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우치노씨는 토요타의 생산방식인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즉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만든다’는 방침에 따라 많은 작업량에 시달리다 결국 30세의 나이로 세상과 등졌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토요타에서 우치노씨의 죽음을 직무와 관계없는 죽음으로 보고 과로사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책에서는 토요타에 처사에 대해 단 한마디의 평가도 남기지 않았다. 다만 남편과 사별 후 4년이 넘게 법정에서 토요타와 싸우고 있는 우치노씨의 부인의 인터뷰를 통해 그 장을 이렇게 마쳤다.

올 해 아버지날에 아들이 보육원에서 아빠에게 주는 선물을 만들었습니다. 페트병 용기로 만든 인형에 아이들이 공통으로 쓰는 메시지, "아빠, 열심히 일해 주셔서 고마워요!"라는 말이 쓰여 있었습니다.…… 아이가 불단에 이 선물을 올리면서 "아빠, 열심히 일해 주셔서 고마워요"라고 긍정의 말을 해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하는 수밖에요.

<토요타 어둠>의 예언?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뉴스 가운데 토요타와 관련된 것이 있다. 토요타의 대량리콜과 토요타 사장의 미국 청문회 출석이다. 토요타 사장의 눈물은 어떤 사람들에게 연민을 자아내기도하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통쾌하게 보였을 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2007년 10월 발간된 이 책은 토요타의 추락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많은 자료를 전달하고있다. 이 책에서는 2001~2005년 동안 토요타가 525만대를 리콜한 일본에서 가장 많은 '리콜왕'이라고 전했다. "2004년과 2005년에서는 판매대수가 각각 173만대와 170만대인데 비해, 한해 리콜대수가 188만대였다. 결함률이 100%가 넘는다"고 밝혔다.

또 차의 결함을 은폐시키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2004년 10월 토요타는 '하이럭스'라는 차종의 2000~2004년까지 부품파손이 11건이라고 국토교통성에 보고했지만, 2006년에 다시 정부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82건(국내 46건+국외 36건)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이 책은 "리콜대수나 판매대수가 단연 1위인데 판매대수 대비 결함건수의 비율은 0.04%로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것이야말로 은폐가 만들어낸 작품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합리주의처럼 보이지만 비합리적인 시스템", 책에서 평가하는 토요타의 시스템이다. 책은 토요타에 대해 "내부 고발이 없고, 매스컴과 같은 외부의 비판도 없기 때문에, 사내 사상통제를 기반으로 현재의 시스템이 온전되어 큰 자기개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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