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연예 콘텐츠로 여러분의 주말을 찾아갔던 미디어스의 '주말, 그리고 말랑한 미디어' 코너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버전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름하여 '말랑 미디어 시즌2'. 책, 영화, 공연, 음반, 만화책 등 각종 문화콘텐츠에 대한 발랄한(?) 리뷰와 '이주의 검색어'에 대해 미디어스 기자들이 '썰'을 푸는 두가지 꼭지로 분류됩니다. 주말이 심심하시다구요? 미디어스에 잠깐 들러보세요! <편집자주>

가수 루시드폴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하다. 심지어, 내 귀 옆에 바짝 붙어 무언가를 읊조리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다. 과도한 바이브레이션과 ‘우어~~’하는 소몰이 창법으로 온통 장식된 가요가 익숙한 이들에겐 루시드폴의 노래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해한다. 나도 처음 루시드폴의 노래를 접했을 땐 ‘이렇게 노래를 못 부르는 가수가 있구나’ 했으니까.

▲ 루시드폴 4집 앨범 자켓
루시드폴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건, 기자가 되고 난 뒤였다. 시끄러운 소식들로 가득 찬 사회 현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벅찼기에, 음악만큼은 빽빽 소리 지르는 시끄러운 것 보다는 우울할 만큼 조용한 음악을 즐겨들었다. 그 무렵, 그의 음악은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됐다. 어쿠스틱 기타 소리와 어우러진 그의 목소리는 힘든 내 하루의 일상을 토닥토닥 다독여주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다리던 루시드폴 4집 앨범 ‘레 미제라블’이 나왔다. 설렌 마음을 안고, 광화문 한 서점에서 CD를 구입했다. ‘오 사랑’ ‘보이나요’ 등과 같은, 조용하면서도 다소 밝은 노래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1번 트랙 ‘평범한 사람’을 듣고 ‘폴 노래답지 않은 다소 심오한 의미가 담겨있는 노래’라는 생각을 했다. 가사가 예사롭지 않았다.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루시드폴 4집 ‘ 평범한 사람’>

▲ EBS <지식채널ⓔ> ‘평범한 사람’화면 캡처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용산 참사가 떠올랐다. 그리고 얼마 뒤 루시드폴 4집 앨범을 소개하는 언론 기사를 통해 이 노래가 실제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한참 뒤, EBS <지식채널ⓔ> ‘평범한 사람’을 통해 용산 망루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참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루시드폴 노래와 함께 접했다.

용산 망루에 오른 이들은 분명, 평범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투쟁’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누군가는 “선동꾼” “과격한 시위꾼”이라고 매도하며 맹비난했지만, 이들은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옆집 아저씨 등 늘 옆에서 만날 수 있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 루시드폴 ⓒ안테나뮤직
2010년 3월,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직장에서 제 역할을 하고, 번 돈으로 제 생활을 꾸려가고, 가정에서는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혹은 자녀로, 사회에서는 시민으로서의 몫을 감당하는 것이 평범한 삶의 모습이라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삶’을 살기란 쉽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거리고 나선 대학생들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의 뜻을 밝히며 나선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과 정부의 “언론 장악”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언론인들. 그리고 사회 현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선 종교인들까지….

평범하게 자신의 삶만 오롯이 감당하기에도 벅찬 지금의 상황에서, 사회가 더 이상 평범한 사람들을 향해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도록 강요하지 않았으면 한다.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 이상의 ‘투사’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세상이 어두워질 때
기억조차 없을 때
두려움에 떨릴 때
눈물이 날 부를 때
누구 하나 보이지 않을 때
내 심장 소리 하나 따라
걸어가자 걸어가자

<루시드폴 4집 ‘ 걸어가자’>

루시드폴은 뚜벅뚜벅 세상을 향해 걸어가라고 이야기 한다. 세상이 어두워질 때, 두려움에 떨릴 때, 누구 하나 보이지 않을 때, 심장 소리 하나 따라 걸어가라고 이야기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삶 모든 순간 위에 루시드폴은 그렇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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