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앞 분수 ⓒ미디어스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부 권력기관이 개입해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김 사장이 지난 8일 19개 지역 MBC(계열사)와 9개 자회사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에 ‘큰집’(사실상 청와대를 의미)쪽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17일 발행된 <신동아> 4월호는 “‘김우룡과 MBC, 8개월 전쟁”을 통해 두 차례에 걸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김우룡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김 이사장은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엄기영 전 사장의 사퇴가 사실상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 김재철 사장이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 쪽으로부터 크게 혼났다는 점 등을 밝혔다.

“큰집(청와대)이 김 사장 불러 ‘쪼인트’ 까”

▲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미디어스
김우룡 이사장은 지난 8일 MBC 임원 인사에 대해 “이번 인사는 김 사장 혼자 한 게 아니라, 큰집(청와대)이 김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김 사장이)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며 “이번 인사로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다”고 말했다고 신동아는 보도했다.

김 이사장은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하니까) 김재철은 청소부 역할을 한 거다. 그 점은 인정해야 된다. 그걸로 (김 사장은) 1차적 소임을 한 것”이라며 “대체적인 그림(인사안)은 만나서 그려줬다. 사장으로 선임하자마자 바로 불러서 얘기했다. 김 사장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했다”고 신동아는 전했다.

“대통령, 엄 사장에게 ‘조만간 좋은 일 있을 것’ 언질”

김 이사장은 지난해 11월27일 MBC에서 열린 특별생방송 ‘대통령과 대화’를 마친 뒤 이명박 대통령과 엄 사장 사이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엄 사장의 거취와 관련해 대화가 오갔다는 것. 당시 이 대통령은 생방송을 마친 뒤 MBC 경영진, 청와대 참모 등과 막걸리를 마시며 1시간 가까이 담소를 나눴다.

신동아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대통령이 엄 사장과 막걸리를 먹으면서 ‘조만간 엄 사장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언질을 줬다. 그리고 며칠 뒤 엄 사장이 자기와 본부장들 사표를 들고 왔다”며 “그 전에 (엄 사장과) 얘기가 잘될 줄 알았는데 얘기가 잘 안 됐다. 내 앞에서는 네네 하면서 뒤통수를 치기에 내가 엄 사장에게 ‘이사들 사표 받아오라’고 시켰다. 엄 사장은 (대통령의 얘기를 듣고) 자기 사표는 반려될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사퇴, 사실상 예정… “전략이었다”

김 이사장은 엄기영 전 MBC 사장을 지난 8월27일 해임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이사장은 당시 국정감사 등을 고려한 ‘정무적인 판단’으로 해임을 미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사실 내가 지난해 8월27일 엄 사장을 해임하려 했다. 하지만 국정감사, 정운찬 총리 임명 문제 등의 정무적인 판단으로 미룬 거다. 취임 직후 업무보고를 받을 때부터 MBC의 문제를 계속 제기했다. 전략이었다”며 “솔직히 (엄 사장이) 2월 말까지는 버틸 줄 알았다. 그때까지도 안 나가면 해임하려 했다”고 말했다고 신동아는 전했다.

김 이사장은 엄 전 사장의 사퇴를 “공영방송을 위해 8부 능선은 넘어선 것으로,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고 평가했다.

“사장 선임 기준, 말 잘 듣는 사람”

김 이사장은 엄기영 전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뒤 신임 사장을 뽑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방문진’과 조율할 수 있는 사람, 즉 “말귀 잘 알아듣고, 말 잘 듣는 사람”을 첫 번째 기준으로 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 김재철 MBC 사장
김재철 사장에 대해 김 이사장은 “(김 사장의) 지금 언행이 많은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지만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본다. 첫 째는 조기에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 거기에만 너무 집착하다가 저지른 실수 혹은 과오다, 두 번째는 지역방송 사장을 오래 하다보니 경험과 훈련이 덜 되어있다”고 말했다.

방문진이 추천한 황희만 보도본부장, 윤혁 TV제작본부장 교체를 노조와 합의한 것과 관련해서는 “솔직히 기분은 아주 나쁘지만 본부장 및 이사 인사를 노동조합과 협상한 것은 사장이 인사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사장이 자기 방에 들어가기 위해 인사권을 (노조에) 바친다는 건 논리적으로 안 맞다”고 비난했다.

김재철 사장 쪽 “들은 바 없다”

한편, 신동아는 ‘김재철 사장이 MBC 간부 인사를 앞두고 권력기관(큰집)과 접촉했다’는 주장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김 사장에게 접촉했으나 김 사장 쪽은 “처음 듣는 얘기”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 사장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기화 정책기획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며 “신동아 보도를 접하지 못했지만, (인사와 관련해) 협의를 했겠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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