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대형 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5선·서울 동작을)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선임 안건을 놓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나 의원이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호통을 치면서 법사위는 정기국회 첫날부터 난장판이 됐다.

국민의힘은 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나 의원의 간사 선임 안건 상정을 요구했다. 나 의원은 "여야 합의 정신이 존중되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간사 선임의 건을 먼저 회의에 올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나 의원을 '내란 앞잡이'로 규정하며 간사 선임에 반대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해당 안건을 올리지 않으면서 법사위 회의장은 결투장으로 변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추미애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추미애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지난달 28일 나 의원을 야당 법사위 간사로 지명했다. 민주당이 6선의 추미애 의원(경기 하남갑)을 법사위원장으로 발탁하자 국민의힘이 맞불을 놓은 것이다. 통상 상임위 간사는 재선 의원이 맡는 것이 관례다. 현재 법사위 여당 간사는 김용민 의원(재선·경기 남양주병)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나 의원의 간사 선임 안건이 채택되지 않자 추 위원장 자리로 다가가 항의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맞대응하며 소란이 벌어졌다. 나 의원은 "교섭단체가 요구하는 간사를 선임해 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추 위원장의 독단적인 운영, 편파적인 운영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나 의원은 "여야가 안건을 간사끼리 협의해야 하는데 오늘 회의에서 간사 선임의 건이 빠졌다. 이런 식의 국회 운영은 한마디로 '국회 독재'"라고 했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은 "간사 선임까지도 미루며 파행 법사위로 몰고가는 민주당의 행태를 강력 성토한다"고 말했다. 곽규택 의원은 "야당 간사 선임 안건이 어제까지만 해도 포함돼 있었는데 갑자기 빠졌다. 간사가 없는 기괴하고 엽기적인 회의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가만히 두고 볼 수 있겠느냐"며 윤리위 제소를 포함해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사위 회의를 보이콧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폭주 기관차가 멀리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 안건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구치소 접견 관련 서류 제출 요구 안건을 차례로 통과시켰다.

나경원 "초선은 가만히 있어"… 추미애 "계엄해제 내뺀 의원이 전투하러 와"

나 의원은 이날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소리쳐 빈축을 샀다. 반말의 대상이 된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뭐 하시는 건가 지금?"이라고 반발했고,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지금부터 초선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윤석열 영장 공무집행을 방해했던 자들이 여기 와서 법사위를 방해하고 있다"며 "발언 내내 손가락질하고 떠들어댄 것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징계도 내려야 한다. 반말을 하는 사람은 확실히 윤리위에 제소해달라"고 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등이 추미애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등이 추미애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내란 앞잡이에 준하는 나 의원이 어떻게 법사위 간사냐. 간사 선임 자체에 반대한다"며 "초선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간사를 하고 싶으면 내란 혐의 자수를 하고 어떻게 내란 모의를 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SNS에 "회의 중 초선이면 조용히 하라는 그의 권위주의적 발상과 정신세계가 놀라울 따름"이라며 "민의의 중심 국회에서 마지막 동물국회를 연출하는 데 앞장섰다는 모 의원의 망발과 위세를 다시금 경험한 순간"이라고 했다.

추 위원장은 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계엄을 해제하러 오다가 다시 내빼버린 의원이 법사위 간사를 맡겠다고 하고 있고, 민의의 전당에서 본인들이 가장 안방을 차지해야 할 것처럼 큰소리치는 이 비정상적 상태를 보고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나 의원이 보임돼 마치 여기를 전투장처럼 여기는 모양인데, 여기는 법안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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