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외교부(장관 조현)가 윤석열 전 대통령 '바이든-날리면' 발언과 관련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취하했다. 사법부는 사건을 종결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정확히 무슨 말을 했다는 것인지 가리지 않았다. 대신 판단은 공론장에서 이뤄지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MBC에 정정보도 책임을 묻는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 1심 재판부가 MBC에 주문한 정정보도문은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는다"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캡처)​

20일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문광섭)는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바이든-날리면' 정정보도 청구 사건을 종결했다. 정권 교체 이후 외교부가 MBC에 사과하고 소 취하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외교부와 MBC 모두 법원의 조정을 통해 분쟁이 종결되기를 희망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패소한 당사자의 주장에 아무런 정당성이 없거나, 승소한 당사자에게 아무런 잘못 없음이 이 사건 소송에서 밝혀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이 사건 보도의 핵심인 이 사건 발언은 당시 현직 대통령의 발언이었고, 이미 국민 대부분이 여러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그 발언을 청취하였으며, 다소 늦게 발표된 대통령실의 입장도 여러차례 보도가 되어 사회적 이슈로 충분히 다루어졌다"며 "이 사건 보도의 진위 여부와 이에 대한 평가는 사법적 판단보다는 사회적 공론장에서의 비판과 반박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양 당사자의 입장, 제출된 주장과 증거에 대한 법원의 판단, 언론과 표현의 자유, 판결 결과에 따라 예상되는 사회적 갈등비용 등을 모두 종합했다면서 "법원의 일도양단적 판결보다는 원고가 소제기 자체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소송을 종결해 당사자 간의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고법의 조정 결정은 외교부와 MBC가 2주 이내에 이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서울고법 재판부의 조정 결정에 비춰보면 지난해 1월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당시 재판장 성지호)의 1심 판결은 판단 근거가 부족했으나 대통령실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일도양단적 판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외교부는 대통령실이 사건 발생 후 15시간 만에 내놓은 해명인 '날리면'을 주장하지 못한 채 MBC 보도를 '의도적 허위보도'로 규정해 소송을 제기했다. 윤 전 대통령이 실제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면서 MBC 보도를 거짓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한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바이든은 물론 이 새끼 발언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의 외부 감정 결과는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 ***(판독불가) 쪽팔려서 어떡하나"였다. 최소 윤 전 대통령의 '욕설'이 확인됐다. 

2022년 9월22일 당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미국 뉴욕에서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2년 9월22일 당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미국 뉴욕에서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입증 책임을 MBC에 떠넘기고 당시 윤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박진 외교부 장관의 진술이 신빙성이 높다며 MBC 보도를 허위보도로 규정했다. 박진 장관은 2022년 9월 30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는지 단 한 문장이니까 이 자리에서 공개해달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표현 하나하나에 대해 말씀드리지는 않겠다"며 "다만 제가 대통령 옆에 지나가면서 이해한 취지는 '우리가 세계 질병 퇴치를 위해서 공여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그것이 제대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창피한 것 아니냐' 이런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사건 발언의 배경, 전후 맥락에 비추어 신빙성이 높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의회'가 아닌 '국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이는 '대한민국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의 정정보도 판결 핵심 논리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7일 윤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과거 이란-콘트라 케이스 같은 경우, '미국 국회'에서 특별검사법이라고 하는 것은 '국회'가 특별검사로 수사해야 되지 않느냐고 결의를 하게 되면 임명할지 말지 여부는 법무부 장관이 판단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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