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욕설 논란 3년 만에 외교부와 MBC의 ‘바이든 날리면’ 정정보도 청구 소송이 외교부의 소 취하로 종결됐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판단하지 못한다면서도 MBC 보도를 '허위 보도'로 규정한 1심 판결은 없었던 일이 됐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문광섭)는 4일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의 강제조정 결정을 확정했다. 외교부와 MBC가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문 송달 2주째까지 이의신청을 제기하지 않아 강제조정이 확정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캡처)​

강제조정은 민사소송 조정 절차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법원이 직권으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리는 제도로 양측이 2주내로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재판부는 지난 6~7월 두 차례에 걸쳐 조정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재판부는 지난달 18일 강제조정에 나서며 원고 외교부에 소 취하를, 피고 MBC에 이에 동의하라고 권고했다.

재판부는 강제조정문에서 “발언의 성격,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사회적 갈등 비용이나 부작용 등을 모두 종합할 때 외교부가 소 제기 자체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소송을 종결해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바이든은’ 발언에 대해 “감정 결과 ‘판독 불가’ 의견이 제시됐다. 외교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해당 부분 단어가 '날리면'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조정결정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발언 시기와 장소 등 전후맥락을 고려하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을 합리적인 가능성이 배제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실제 국내 방송사 대부분은 해당 부분이 ‘바이든은’이라고 판단하고 MBC 보도와 같이 ‘바이든은’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자막을 송출했다. MBC 유튜브 보도가 다른 언론사 보도에 어 영향을 주었다고 볼 여지가 있기는 하나, 각 방송사들은 MBC 보도 이전에 관련 동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었고 확인절차 등 취재를 거쳐 주요 기사로 보도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대통령실이 16시간 뒤에서야 대응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이 사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반박했어야 하지만 엠바고 해제 전후 기자단의 반복적인 문의, 기자단 브리핑에서 전혀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당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진술은 선뜻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 

7월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7월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민사소송법상 소 취하는 항소 취하와 달리 처음부터 소송이 없었던 것이 된다. 이에 따라 앞서 MBC에게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는 1심 판결도 사라진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정확히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증명하거나 판단하지 못한다면서도 MBC 보도를 '허위보도'로 규정해 논란이 일었다. 

1심 재판부는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도 특정 단어가 언급되었는지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경우 언론사로서는 합리적인 근거 없이 특정 단어가 언급되었다는 식으로 단정적인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입증책임을 MBC에 돌렸다. 그러자 MBC 내부에서는 외교부의 소 취하 의사에 응하지 말고 1심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바이든 날리면’ 논란은 지난 2022년 9월 21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 참석 이후 한 발언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MBC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미국)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붙여서 보도했고, 140여 개 언론사들이 '국회는 미 의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등으로 전했다.

약 16시간 뒤 김은혜 당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금 다시 한 번 들어봐 달라”며 “국회에서 승인 안 해 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날리면’ 논란 이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MBC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대통령실은 MBC에만 공문을 보내 보도 경위를 소명하라고 요구했고, 국민의힘과 보수 성향 단체들은 MBC 사장·보도국장·기자들을 무더기 형사 고발했다.

한편 지난 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바이든-날리면’ 사태와 관련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MBC 기자들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고발 약 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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