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오석 칼럼] 2024년 세계는 AI가 ‘현실 세계’에 침투하는 대전환의 초입에 들어섰다. 이제 AI는 더 이상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나드는 디지털 존재에 머물지 않는다. 센서와 모터, 컴퓨팅이 결합된 지능형 기계,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사람처럼 보고 듣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디지털이 물리적 현실을 지배하는 거대한 플랫폼 전환을 의미한다. 마치 인터넷이 정보 흐름을 바꾸고, 스마트폰이 컴퓨팅의 접근 방식을 재정의했듯이, 피지컬 AI는 산업과 사회 전체의 작동 원리를 다시 쓰게 될 것이다.

글로벌은 질주 중, 한국은 초입에도 못 미쳐
2023년 한 해 동안 글로벌 피지컬 AI 스타트업에만 64억 달러(약 8.9조 원)가 투자되었고, 2024년에는 75억 달러(약 10.4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Figure AI는 올해에만 6억 7,500만 달러를 유치했고, 자율로봇 기업 Physical Intelligence도 4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는 2026년부터 5년간 약 2조 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이는 글로벌 연간 투자 규모의 2%에도 미치지 못하며, GDP 대비 AI 투자 비중도 OECD 중 하위권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2026년 글로벌 AI 투자규모는 4,800억 달러이며, 피지컬AI의 투자액은 10~20%에 달할 것이라 한다. 한화로 약 600조 원에서 1200조 원이라는 거대 규모이며, 이러한 글로벌 투자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한 조치들이 시급히 수립되고 시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국과 중국의 피지컬 AI 전략: '총력전' 수준
미국: 민군 융합과 파괴적 투자의 결합
미 국방부는 최근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를 중심으로 피지컬 AI에 기반한 자율 전투 드론, 로봇 병참 시스템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OpenAI, Figure AI, Boston Dynamics 등 민간 기업에 대한 방대한 투자와 동시에, 스타링크 기반 통신망을 활용한 자율제어 실험도 진행 중이다. 2024년 바이든 행정부는 AI Chips & Robotics Act(가칭) 입법을 통해 AI 엣지 칩과 피지컬 시스템에 연방 차원의 세제지원과 국채 발행 기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제조 대국에서 '로봇 대국'으로의 대전환
중국 국무원은 ‘2025 스마트 제조 전략’에 따라 지능형 공장 10만 개 건설, 산업 로봇 100만 대 보급, 산업 특화 LLM 개발을 공식 추진하고 있다. Baidu, Alibaba, Huawei 등은 각기 로봇 운영체제(ROS)와 산업별 특화 LLM(특히 물류, 유통, 제조)에 대한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AI 엣지 컴퓨팅 칩 자체 개발과 더불어, 수출 통제를 우회한 공급망 자립화를 피지컬 AI 산업과 결합해 전략적 무기로 삼고

기술은 준비됐다… 이제는 ‘의지’와 ‘전략’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영상 인식, 메모리 중심 AI 반도체, 센서 기술 등에서 분명한 기술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세 가지 전략 없이는 피지컬 AI의 글로벌 흐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1. 산업 특화 주권 LLM 개발: 제조, 물류, 농업 등에 최적화된 한국어 기반 AI 모델 개발은 필수다. 단순히 외산 API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2. 엣지 컴퓨팅 기반의 인프라 투자: 자율주행, 산업용 로봇, 드론 등은 실시간 연산을 요구한다. GPU·FPGA·엣지서버 등의 현장형 인프라 보급이 시급하다.
3. 오픈소스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 형성: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 참여 없이 독자적 생태계는 존재할 수 없다. ROS2, Isaac 등과 호환되는 개방형 구조 채택이 필요하다.
‘토지’에서 ‘지능’으로: 투자 패러다임의 전환
현재 한국 가계 자산의 76%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으며, AI 벤처 및 사모펀드 투자 비중은 2% 미만이다. 이러한 자본 왜곡을 바꾸지 않는 한 피지컬 AI 육성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 AI산업 전용 세액공제 확대 및 사모펀드(PEF) 활성화
- AI 특화 규제프리 경제지구 지정 (예: 전북 새만금, 동해·부산 로봇 클러스터)
- 국민연금, KIC 등의 전략적 LP 참여 의무화 (해외 사모펀드에 위탁만 하지 말고 국내 창업 AI펀드 GP로 직접 육성)
- AI 개발자·이민자에 대한 세제 혜택 및 오픈소스 활동 지원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07/314049_223905_826.jpg)
선택하지 않으면, 선택당한다
피지컬 AI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농업, 제조, 물류, 의료, 국방 등 산업 전반에서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로봇이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금 이 분야를 선점하려는 국가는 미국, 중국뿐 아니라 이스라엘, 스위스, 아랍에미리트, 인도 등 다양하다. 이들은 모두 국가의 전략 산업으로 피지컬 AI를 선언하고, 기술+데이터+자본+인재+제도를 통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도 기술 자립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부동산 중심 자본구조’를 넘어 ‘AI 중심 생산성 자본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금융권과 가계의 유휴자금을 인공지능 분야로 끌어들이는 세제 유도책과 국제 협력형 개발 모델, AI 기반 규제 혁신 등 복합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할 때다. ‘뒤늦게 따라간 나라에 기회는 없다.’ 지금이 피지컬 AI라는 거대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올라탈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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