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오석 칼럼]  “자본주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막스 베버는 100여 년 전 이 질문에 답하며 근대 서구 자본주의의 뿌리를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찾았다. 그는 칼뱅주의 예정설에 따른 구원의 불안이 인간을 금욕과 근면, 자기통제의 삶으로 이끌었고, 그것이 자본 축적과 이윤 추구라는 새로운 경제적 윤리로 발전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자본주의는 과연 그런가? AI(인공지능)가 인간의 사고를 대체하고, 자본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형태로 움직이는 지금, 금욕적 노동윤리와 종교적 구원은 자본주의를 설명하기에 너무 낡은 언어다. 

오히려 지금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원리는 ‘창조적 욕망’이다. 더 만들고, 더 알고, 더 연결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충동. 이것이 자본주의를 새롭게 쓰고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그 욕망을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자 가장 거대한 거울이다.

AI (인공지능) (PG) (이미지=연합뉴스)
AI (인공지능) (PG) (이미지=연합뉴스)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의 두 번째 변곡점에 서 있다. 첫 번째는 기계의 등장이었고, 지금은 인공지능이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결정, 판단, 생산을 대체하며 ‘자본의 자동화’를 현실화하고 있다.

- AI는 노동을 재정의하고, 인간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동시에, 창의성과 감정·윤리를 요구하는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낸다.

- AI는 자본 축적의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이며, 데이터·알고리즘·연결성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자산’을 축적하는 기업에 부를 집중시킨다.

- AI는 사회의 효율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인간성의 상실과 소외를 낳을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떠오른다. AI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욕망해야 하는가? 그리고 대한민국은 그 욕망을 실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위대한 국가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저성장, 저출산, 저자존감의 3저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청년 세대는 기회 없는 경쟁 속에서 미래를 포기하고 있고, 중산층은 몰락하고 있으며, 정치와 관료, 제도는 기득권의 안정을 위해 과잉 규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제 AI가 세계를 재편하는 이 시점에서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과거 산업화 시대의 규제와 이해관계에 얽매여 창조적 전환에 실패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본질인 욕망과 창조의 흐름을 스스로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 (PG) (연합뉴스)
저성장 (PG) (연합뉴스)

이제 대한민국은 자본주의의 정신을 다시 써야 한다. 금욕도, 지대추구도 아닌, 창조적 욕망의 실현과 공공선의 확장을 위한 체계적 혁신이 필요하다. 다음은 핵심 전략이다.

1. AI·디지털 기반 경제 시스템 전면 전환

- 정부는 AI를 전 산업에 접목시키는 ‘국가 디지털 대전환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 공공 데이터 개방과 민간 활용 확대, 산업별 AI 접목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를 상시 운영해야 한다.

 

2.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의 대개혁 

- 신산업·AI 기술·플랫폼 경제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문제 발생 시 사후 제재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 '허가받고 시작하는 경제'에서 '실패를 허용하는 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3. AI 윤리와 인간 중심 기술 생태계 조성

-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고 확장하는 방식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 기술과 데이터가 공공선과 결합될 수 있도록 AI 윤리법과 인권 중심의 알고리즘 거버넌스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4. 글로벌 인재·자본·산업 유입을 위한 ‘열린 한국’

-우수 인재의 이민 유치, 디지털 노마드 비자 제도, 글로벌 AI 기업의 R&D 거점 유치 등을 통해 ‘코리아 디지털 허브’를 실현해야 한다.

- 지역 거점(예: 새만금, 부산)을 중심으로 ‘글로벌 특화 AI 특구’를 조성해야 한다.

 

5. 국민의 마인드셋 전환: ‘공공욕망’의 회복

-국민은 ‘내 이익만 지키는 좁은 욕망’에서 벗어나, 공공을 위한 창조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 창업, 기술도전, 실패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회복되어야 한다.

막스 베버가 설명한 자본주의 정신은 예정설과 금욕의 시대를 설명하는 데 유효했다. 그러나 지금의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과 기술, 창조와 연결, 그리고 자유의지를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

AI 시대의 자본주의 정신이란, 인간의 욕망을 공공선과 창조로 연결하는 자유인의 책임이다. 한국 사회가 이 정신을 회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다. 그 첫걸음은 우리 자신에게 묻는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가? 

그 욕망은 나를, 우리를, 다음 세대를 더 자유롭고 창조적인 존재로 이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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