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오석 칼럼] 최근 한국 정부는 AI 국가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100조 원대 규모의 'K-AI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민간 출신의 AI 미래기획수석을 이미 임명하였다. 이는 명실상부하게 국가가 AI를 산업혁명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질문을 던질 때다. 한국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이 인공지능 시대를 설계해야 하는가? 대기업 중심의 기술 쇼케이스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국민 모두가 참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주권적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가?

그 핵심 키워드는 바로 '소버린 AI(Sovereign AI)'다. 이는 단순히 '국산 모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주권과 기술 자율성을 갖춘 공공성과 개방성을 아우르는 AI 체계를 뜻한다. 즉, 한국 사회가 앞으로 AI 기술의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이자 설계자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이다.

AI (인공지능) (PG) (이미지=연합뉴스)
AI (인공지능) (PG) (이미지=연합뉴스)

현재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X', 카카오의 'KoGPT' 등 민간 LLM 모델 개발이 진전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훈련 데이터 접근, GPU 인프라, 멀티모달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에 봉착해 있다. 더욱이 이 인프라와 자산이 소수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스타트업이나 지역 기업, 청년 창업자들은 참여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형 AI 생태계가 '공공재로서의 AI'를 지향하지 않는다면 기술 격차는 곧 사회적 격차로 확대될 것이다.

이제는 방향을 틀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AI 거버넌스'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는 AI 인프라를 공공재로 규정하고 전국 단위 GPU 클러스터, 고성능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이 인프라는 민간과 국민이 함께 쓰는 '디지털 사회기반시설'로 설계돼야 하며 모든 AI 스타트업과 연구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국가 AI 기초모델과 데이터셋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산업별 특화 LLM이나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학계·민간이 협력하는 리싱크(Rethink) 연구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사, 의사, 농민, 중소기업인 등 다양한 국민들이 자신의 삶과 산업에 맞춘 '작은 AI'를 개발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AI 창업과 교육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AI 개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창업 펀드, 오픈 GPU 리소스, 데이터 라벨링 크레딧 등을 지원하고 전국 어디서든 AI 개발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공공대학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AI는 서울 강남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며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는 시급히 관련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 '국가데이터기본법'을 제정해 공공과 민간이 데이터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고, 둘째, 'AI 인프라 투자촉진법'을 통해 GPU와 데이터센터 같은 핵심 기반 시설에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AI 윤리 및 안전관리법'을 통해 생성형 AI 등 신기술이 사회에서 신뢰받고 책임 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윤리 기준과 안전장치를 갖춘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일러스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공지능(AI) 일러스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는 초기 마중물 투자자로서 적극 나서야 하며 이후 민간 대기업, 중견기업, 시민 펀드가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해 국민이 AI 성과를 공유하는 '국민참여형 AI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ESG 경영 차원에서도 대기업은 이제 더 이상 수혜자에 머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촉진자로 거듭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이야말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정부와 국회,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AI 주권과 공공성'이라는 원칙 위에서 AI의 미래를 재설계해야 한다. 기술의 방향은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누가 설계하고 누가 접근하며 누가 그 혜택을 누리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이제 AI는 대한민국 모두의 것이다. 공정하고 개방된 AI, 그리고 국민 모두가 창조자이자 수혜자가 되는 생태계를 만들 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소버린 AI 시대를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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