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오석 칼럼] 최근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는 미국과 중국의 AI 전략을 비교하며 의미 있는 진단을 내놓았다. 미국은 범용 인공지능(AGI)의 실현에 집중하는 반면, 중국은 실용적이고 응용 중심의 AI 확산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6~7년 내 AGI가 등장할 것”이라 예측하면서도, 중국이 소비자 앱, 전기차, 로봇, 드론 등 다양한 산업에 AI를 접목하며 성과를 내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 

여기서 먼저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은 특정 분야의 문제 해결에 특화된 ‘좁은 AI’와, 인간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학습과 추론을 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AGI)'으로 나뉜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챗봇이나 추천 시스템은 좁은 AI에 속하며, AGI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미래의 목표다. 반면 '피지컬 AI'는 지능이 소프트웨어에만 머무르지 않고 로봇, 드론,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와 같이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AI를 뜻한다. 피지컬 AI는 현실 경제와 직접 연결되는 만큼 생산·고용·국부 창출에 미치는 효과가 막대하다.

AI (인공지능) (PG) (이미지=연합뉴스)
AI (인공지능) (PG) (이미지=연합뉴스)

한국의 AI 전략은 이 세 가지 개념을 어떻게 균형 있게 다루느냐가 관건이다. AGI 연구는 장기적으로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반면 피지컬 AI는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기반 산업과 결합할 때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물류센터의 자동화, 고령화 사회의 돌봄 로봇, 농업 현장의 드론 방제 시스템은 생산성 향상과 사회 문제 해결을 동시에 이끌 수 있다. 이는 곧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국민 생활의 질 개선으로 이어진다.

생산 측면에서 피지컬 AI는 제조업 혁신의 핵심 열쇠다.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는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불량률을 최소화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 고용 측면에서도 피지컬 AI는 단순 노동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봇 운영·데이터 분석·서비스 설계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국부 창출의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이 피지컬 AI를 내재화해 수출 상품에 포함시킬 경우 ‘첨단 제조 솔루션’이라는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이는 반도체에 이어 또 다른 수출 주력 산업을 만들어낼 잠재력이 크다.

군사·안보 영역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저비용 드론이 고가의 전차를 무력화하는 전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안보 리스크가 높은 국가인 만큼, 드론과 국방 AI 기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동시에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국제 규범 논의에 적극 참여해 기술의 오남용을 방지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결국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첫째, 장기적으로 AGI 연구를 이어가되, 당장의 성과와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피지컬 AI에 정책적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 핵심 기술인 센서, 엣지 AI, 저전력 반도체, 로봇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안전성 인증과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이 실험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인재 전략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국내 인재 양성과 함께 해외 우수 인력을 적극 유치해야 하며, 이를 통해 피지컬 AI 산업 생태계를 튼튼히 해야 한다.

AI 경쟁의 본질은 단순히 누가 먼저 AGI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누가 AI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적 성과를 창출하며,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가이다. 한국은 피지컬 AI에 집중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을 창출하며, 새로운 국부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AI 전략이며, 우리가 지금 선택해야 할 길이다.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똑똑한 인공지능을 보유한 나라가 아니라, 가장 현명하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나라일 것이다. 한국이 그 길을 선도한다면, AGI의 꿈과 피지컬 AI의 현실 전략을 동시에 손에 쥔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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