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오석 칼럼] ‘진짜 성장’ 얼마나 듣기 좋은 표현인가. 체감 가능한 성장, 모두가 참여하는 포용적 성장, AI·기술 기반의 미래산업 육성,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국가 비전이라면 누구라도 반대할 수 없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위한 전략'은 바로 그러한 기대를 담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포장된 수사는 많지만 정작 실현을 위한 구체성이 부족하다. 이제는 ‘진짜 성장’이라는 브랜드를 넘어 '진짜 실현 가능'한 전략이 필요하다.
‘AI 3대 강국’에 대한 과잉 집중은 전략적 불균형을 초래한다. 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키워드는 단연 ‘AI 3대 강국’이다. 100조원 규모 투자, AI 고속도로, 초대형 데이터센터, 국가단위의 AI 부트캠프까지 열거된 공약은 화려하다. 문제는 여기에 다른 성장전략들이 부속물처럼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공정한 성장’이나 ‘모두의 성장’ 전략은 말 그대로 원론에 머무르고 있다. 중소기업, 지방, 자영업자 등 대다수 경제 주체는 AI 중심 전략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6월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 대통령,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07/313779_223297_710.jpg)
또한 보고서는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레토릭만 반복될 뿐 실질적인 제도 개혁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규제개혁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떤 법령을, 어떤 절차로, 어느 부처가 책임지고 개혁할 것인지 구체적인 일정표와 실행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AI, 바이오, 우주항공, 콘텐츠산업 등 미래전략산업은 빠른 진입과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이며, 복잡한 인허가와 중복심의는 성장을 지체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성장률 3%라는 목표는 수요 측 전략 없이 성취될 수 없다. 공급 기반 강화만으로는 지속성장 달성이 어렵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고금리, 고물가, 고령화, 고부채의 ‘4고(高)’ 구조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청년들은 소득이 적고, 자영업은 위축되어 있으며, 지역 내수는 소멸 위기다. 그런데도 이 보고서에는 소비 진작책, 관광과 내수 확장 전략, 지방재정 투자 계획 등 수요를 일으킬 장치가 전혀 없다. 수요가 없는 공급 확대는 ‘빈 수레’에 불과하다.
공정경제와 상생 전략은 10년 전 문서와 무엇이 다른가. ‘공정경제, 상생시장’을 내세우지만 실질적 내용은 공정위 권한 강화, 갑질 근절, 플랫폼 불공정 시정 등 과거 정부와 큰 차별성이 없다. 공정성과 혁신은 반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혁신적 스타트업이 안정된 지분구조와 정직한 거래 질서를 갖출 수 있어야 제대로 성장한다. 예컨대 스타트업을 위한 이중상장 제도 허용, 납품단가 연동제의 실효적 보장, 공정한 기술거래 표준계약서 도입 등과 같은 제도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이 보고서가 ‘진짜 성장’이라는 이름을 떳떳하게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체성과 실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예산은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법 개정은 어느 부처가 언제까지 주도할 것인가? 국민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며, 어느 시점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진짜성장은 기술과 자본, 인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기획과 설계, 조율과 결단, 실행과 책임의 정치과정이 함께 움직일 때 가능한 일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07/313779_223299_737.jpg)
지난 20여 년 전 참여정부에서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여러 정책을 실시해 왔지만, 그 결과는 수도권 집중으로 오히려 참담하며, 젊은이들은 자기의 고향을 떠나게 되는 현실이며, 꿈과 희망을 가지기 힘든 실정이 되어 버렸다. 필자는 이러한 노력이 실패로 귀결된 원인으로 국가의 행정제도 자체에서 오는 구조적인 문제, 즉 중앙정부의 우월적 지위와 각 부처간의 이기주의, 그리고 기득권화된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판을 바꾸지 않는다면, 인사만으로는 쉽게 변화되거나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둔다. 보고서가 비전만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구조적 문제점을 다시 정리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각각의 해결 방안별로 각 전략별 실행계획을 법령 단위로 정리하고, 재정소요와 입법 일정, 정책 주체별 책임 분장을 분명히 하라. 그래야 이 전략이 말뿐이 아닌 ‘진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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