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헌법재판소가 '고발사주' 사건 연루자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손 검사장의 헌법·법률 위반행위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헌재가 또 권한을 남용한 검사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어떤 공무원이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17일 헌재는 손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7대0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일부 직무집행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기는 하나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의 정도가 중대해 피청구인(손준성)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손준성 대구고검 차창검사가 지난 5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에 출석한 모습 (공동취재=연합뉴스)
손준성 대구고검 차창검사가 지난 5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에 출석한 모습 (공동취재=연합뉴스)

고발사주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인 지난 2020년 4월 3일, 8일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검사가 김웅 국회의원 후보를 통해 미래통합당에 범여권 정치인들과 '검언유착'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넘겼다는 의혹을 말한다. 고발사주 고발장에 적시된 피해자는 '윤석열·김건희·한동훈'이다. 당시는 2020년 21대 총선 법정 선거운동기간이었다.  

헌재는 손 검사가 선거를 앞두고 1차 고발장 관련 자료, 실명 판결문, 1·2차 고발장 사진을 담은 메시지 원본을 생성한 사람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손 검사가 생성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전송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하지만 손 검사로부터 메시지를 직접 전달받은 사람이 김웅 전 의원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고발사주 사건 2심 재판부는 손 검사가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 전 의원에게 직접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의원이 미래통합당 측에 넘긴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2심 재판부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는 제3자를 거치더라도 표시되기 때문에 손 검사가 김 전 의원에게 직접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고발사주 사건의 몸통이 윤석열 검찰총장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손준성 검사)이 아니라 피고인에게 고발장 작성 등을 지시한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미래통합당을 통한 고발을 기획하고, 미래통합당 측에 고발장 등을 전달할 자로 김웅을 선택한 다음 김웅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고발사주 고발장의 이동 경로가 손준성 검사→제3자(검찰총장 등 상급자)→김웅 전 의원일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손 검사 무죄를 확정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탄핵 심판 선고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탄핵 심판 선고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어 "헌재는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해 온 검찰의 행태에 경종을 울렸어야 함에도 또다시 법률과 헌법을 위반해 권한을 오남용해 온 검사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손 검사 탄핵 기각 결정은 애써 정의를 외면한 결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검사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징계절차로는 해임까지만 가능하고, 탄핵을 통해서만 파면할 수 있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 처분'으로 이어져 온 바, 검사 탄핵은 검찰의 권한오남용을 견제하는 헌법적 장치"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헌재는 '간첩조작 공소권 남용' 안동완, '각종 개인 비위' 이정섭, '김건희 무혐의' 이창수·조상원·최재훈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고발사주' 손준성 탄핵까지 기각하면서 단 한 명의 검사도 파면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고발사주’ 사건은 단순한 위법 행위를 넘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며 대의민주주의의 중대 절차인 선거에 개입하여 헌법질서를 위협한 행위"라며 "이러한 위법·위헌 행위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가 아니며' '파면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는 헌재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중략) 공수처는 '고발사주' 혐의자 모두가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지난 3월부터 고발사주 사건 제보자 조성은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김웅 전 의원, 전직 대검찰청 간부 8명 등을 직권남용·위증·증거인멸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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