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오석 칼럼] 글로벌 AI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통신은 단순한 생활 편익을 넘어 국가 주권과 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다. 그러나 한국의 통신산업 구조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갇혀 있다.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 3사는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올리면서도 데이터 요금 인하에는 극도로 소극적이다. 이대로는 AI와 첨단산업 시대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
2024년 SK텔레콤의 연결기준 매출은 17조 9,406억 원, 순이익은 1조 4,388억 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AI·통신사업 다각화 전략 덕분에 외형 성장은 이어졌지만, 최근 발생한 유심(USIM) 해킹 사건은 SK텔레콤 보안체계의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냈다. 해커는 내부 시스템에 장기간 잠입해 권한을 획득했고 내부자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되었다. 막대한 수익을 기록하면서도 보안 강화에는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더 심각한 것은 데이터 요금 문제다. 정부는 올해 초 알뜰폰 데이터 도매대가를 최대 52% 인하했지만, SK텔레콤을 포함한 주요 통신사의 요금제 인하 움직임은 미미하다. 통신사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 국민은 여전히 과도한 통신요금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생활비 부담을 넘어 AI, 자율주행, 로봇 등 첨단산업의 성장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길은 분명히 존재한다. 고비용 외산 장비에 의존하는 현재의 통신망 구조를 벗어나, 국산 클라우드 + 국산 AI칩 + 국산 5G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미래형 통신체계로 전환하면 데이터 요금은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현재 10만 원대에 판매되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도 3만 원대까지 인하가 가능하다. 이는 통신비 절감만이 아니라 산업 주권 강화, 첨단산업 활성화, 미래 일자리 창출까지 직결되는 중대한 과제다.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발 빠르게 구조 전환을 시작했다. 중국은 제4이통 사업자인 CBN을 통해 700MHz 대역을 활용한 5G SA 전국망을 구축하고 있고, 미국은 디쉬(Dish Wireless), 일본은 라쿠텐(Rakuten Mobile), 독일은 1&1을 통해 새로운 이동통신사를 출범시켰다. 반면 한국은 제4이통 출범조차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금이 바로 전환의 골든타임이다. 정부는 '미래형 통신망 개편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해야 하며, 신규 사업자가 국산 클라우드를 활용해 통신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통신 3사에는 클라우드 전환과 비용절감형 개방형 장비 도입을 강제하고, 이를 통해 통신비 인하를 현실화해야 한다. 나아가 제4이통 출범을 본격적으로 검토해 폐쇄된 통신시장의 문을 열고 진정한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04/312828_221243_4719.jpg)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들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기득권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AI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자로 거듭날 것인가. 통신은 국가 산업의 혈관이다. 요금 인하와 통신망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의무다.
특히, 통신기업들은 이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넘어서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막대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통신과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 투자를 선도해 전국민과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첨단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ESG 경영이며 대한민국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초석이 될 것이다.
국민이 잘 살아야 기업도 더 잘된다. 기업이 국민과 함께 성장할 때 한국은 AI 시대를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통신 3사는 그 흐름에 앞장서야 한다. 미래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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