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이하 과기정통부)가 스테이지엑스에 '진짜 5G'로 불리는 28GHz 대역 주파수를 할당하는 결정을 철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 정책 실패를 사실상 자인한 것이다. 

경쟁을 도모해 가계통신비를 낮추겠다는 제4이통 정책은 반 년도 되지 않아 물거품이 됐고, 정부와 스테이지엑스 간 '소송전'만이 예고된 상황이다. 정부가 주파수 할당 사업자에 대한 재정능력, 28GHz 대역의 상업성, 통신시장 현황 등을 조사·검증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검증이 요구된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후보자격 취소 예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후보자격 취소 예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기정통부는 지난 14일 스테이지엑스가 자본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고, 주주구성도 주파수 할당 신청서와는 다르다며 제4이동통신사 후보 자격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테이지엑스는 올해 3분기까지 추가 증자 등을 통해 자본금을 납입하겠다고 했지만 과기정통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월 28GHz 대역 주파수를 4301억 원에 할당받았다. 스테이지엑스는 초기 자본금으로 2000억 원을 계획했지만 드러난 실제 자본금은 500억 원에 불과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경매 낙찰가의 10%인 430억 원을 납부했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는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전 더불어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는 "정부만 제외하고 전문가, 업계 등 대부분이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화되는 상황"이라며 "과기정통부가 제4이통사 후보자격을 취소하겠다는 방향을 발표한 것은 통신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졸속 정책이었음을 스스로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과기정통부가 제4이통사 정책을 현실에 대한 인식 없이 졸속으로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우선 가입자가 과포화상태인 통신시장에 제4이통사를 도입해 '메기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통사 수가 부족해서 통신시장 경쟁이 미흡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안 교수는 "국내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이통사가 3개이고 알뜰폰 사업자가 수십 개"라며 "회선 기준으로 국민 수보다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는 등 통신시장이 과포화상태다. 신규 가입자 확보는 불가능하고 사업자간 가입자 뺏기 전쟁 일색인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안 교수는 28HGz 사업의 특성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의 기준을 과기정통부가 따져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28GHz 대역 주파수는 '진짜 5G'로 불릴 만큼 속도가 빠르지만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 회절성이 취약하다. 때문에 현재 이통3사가 상용화 한 5G(3.5GHz 대역)보다도 최소 5배 이상의 기지국과 장비를 구축해야 사업의 영위가 가능하다. 현 5G 서비스보다 설비투자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통3사가 5G 상용화 초기 '28GHz 대역 5G'로 거짓광고를 하다 제재를 받고, 종국에는 손을 뗀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안 교수는 "28GHz 대역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할 신규 제4이통사는 무엇보다 확실한 재정능력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핵심 조건"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등록제라는 단 하나의 이유를 들어 재정능력 문제에 대해 매우 소홀했다. 사전검증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정부는 과거 기간통신사업자 선정을 '허가제' 방식으로 운영해오다 2019년 '등록제'로 변경했다. 

허가제는 신청 사업자의 서비스 제공능력, 재정능력, 이용자 보호 계획 등을 심사하지만 등록제는 경매 등을 통해 할당 사업자를 선정한다. 안 교수는 '주파수 할당 신청 고시' 단서조항은 경매방식으로 주파수를 할당할 경우 재정·기술적 능력 심사, 심사위원회 구성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를 두고 있다며 과기정통부가 고시의 단서조항을 고의적으로 미개정한 의혹이 짙다고 했다. 

안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네 번, 박근혜 정부 시절 세 번, 윤석열 정부에서 현재까지 한 번 등 총 여덟 번에 걸쳐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제4이통사 신규 진출 사업은 모두 실패했다"며 "왜 보수정부만 들어서면 제4이통사를 진출시키려고 애를 쓰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안 교수는 "정부가 파격적인 특혜성 지원을 했음에도 제4이통사업이 실패했을 경우 재정낭비와 국민적 공분을 불러오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런 미래 실패 우려 차원에서 보면, 과기정통부는 재정능력이 부실한 사업자가 첫 삽을 뜨기 전에 정리해 잠시 비난과 비판을 받는 것이 부담이 훨씬 덜할 것"이라며 "향후 과방위는 시장의 혼란만 야기하는 우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도록 제4이통사 실패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검증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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