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해 12·3 비상계엄 수개월 전 국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의 KBS 방문을 두고 KBS와 수방사의 답변이 엇갈리고 있다. KBS는 2024~2025년 수방사 방문 여부와 내역을 묻는 국회의원 질의에 두 차례에 걸쳐 "수방사가 방문하거나 둘러본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수방사는 지난해 1월 KBS에 협조를 요청, 승인을 받아 'KBS 내·외부'를 '정찰'했다고 답변했다.
KBS가 군의 방문 사실을 숨기려 했거나 수방사가 KBS는 모르는 상황에서 방문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계엄 사전작업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수방사는 지난해 2월 MBC를 시찰하고 방송사 도면을 요구했으며 4월에는 KBS·MBC 등 5개 방송사에 건물 도면을 요구했다.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수방사 제1경비단이 MBC에 건축물 현황도를 요구하며 소속 군인 5명을 MBC에 보내 방문·시찰한 사실을 확인했다. 수방사 제1경비단은 MBC 본사 '주조'(주조정실)와 뉴스센터 '부조'(부조정실), 본사 외곽을 시찰했다. 시찰 시점은 지난해 2월이다.
MBC 박건식 기획본부장은 국회에서 "2024년 2월 6일 수방사 제1경비단에서 MBC 시찰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며 이것은 사상 처음이기 때문에 매우 의아했다"고 밝혔다. 박건식 본부장은 "전에도 군이 보안시설인 MBC를 찾아온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일반 보병 사단이었고 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경찰·소방서와 함께 합동점검을 했다"며 "2024년 2월 6일자 공문은 수방사만 단독적으로 저희에게 보낸 것이어서 이례적이고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동영 의원실은 12·3 비상계엄에 실제 투입됐던 수방사 제1경비단의 방송 3사 사전작업을 의심, MBC와 같이 방송사 도면 제출을 요구받았던 KBS·SBS에 2024~2025년 수방사가 방문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KBS는 정동영 의원실에 "수방사 제1경비단(또는 55경비단 및 수방사 예하부대 일체)이 실제로 방문하거나 둘러본 사실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답변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SBS에 수방사가 방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동영 의원실이 수방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방사는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총 6차례 KBS를 방문했다. 이 중 5차례는 통상적인 방호훈련이었으나 1월에 있었던 수방사의 '중요시설 지형정찰'은 2월 MBC 시찰과 같이 이례적인 사례라는 게 정동영 의원실 설명이다.
수방사 제3033-3부대 소속 군인 9명은 지난해 1월 11일 '중요시설 지형정찰' 목적으로 KBS를 방문했다. 수방사는 정동영 의원실에 제출한 설명자료에서 "제3033-3부대에서 KBS 방문 전 방호담당자와 유선으로 협조하였고 관련 공문을 지참하여 현장에서 제시 후 지형정찰만 요청하였다"고 밝혔다.
당시 수방사가 KBS에 제시한 공문을 보면, 수방사는 테러 상황 발생 시 작전 수행을 위해 'KBS 내·외부'에 대한 지형정찰을 실시한다고 했다.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단 기동로와 KBS 내·외부 취약지역을 판단하기 위해 지형정찰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수방사는 KBS에 ▲내·외부 시설을 안내하고 일반현황을 소개할 것 ▲주차공간을 제공할 것을 협조요청했다. 수방사는 KBS 지형 어디를 정찰했느냐는 정동영 의원실 질의에 "주차장, 공개홀, 방송국 체험관"이라고 답변했다.

정동영 의원실은 수방사 답변을 확보한 후 다시 KBS에 '2024~2025년 KBS에 수방사 제1경비단 또는 제55경비단 또는 수방사 예하부대 일체가 실제로 방문한 사실이 있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KBS는 "수방사 제1경비단(또는 55경비단 및 수방사 예하부대 일체)이 실제로 방문하거나 둘러본 사실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라는 이전과 동일한 답변을 내놓았다.
정동영 의원은 KBS가 수방사 방문 사실을 부정하고, 수방사는 KBS 방문 사실을 자료를 통해 답변하고 있다며 계엄 전 군의 방송장악 시도가 실제 있었는지에 대한 진상규명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의원은 "KBS는 의원실의 두 번의 질의에도 해당 내용을 숨기고 정확히 답변하지 않고 있다"며 "고의적으로 숨기거나 허위 답변이라면 방송사의 신뢰도에도 심각한 손상을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의원은 "방문 목적이 단순 정찰이라고 하더라도 계엄을 앞둔 시점에 MBC에도 들어갔던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며 "지금 KBS는 수방사가 왔는지 안 왔는지도 자체적으로 파악이 안 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방송장악 청문회에서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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