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직무대행 김태규)가 전체회의장을 '심판정'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회의장과 방청석 사이에 칸막이를 치는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다. 해당 공사는 지난 8월 김태규 직무대행의 '대회의실 봉쇄' 지시로 시작됐다.
최근 김태규 직무대행은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사 과정에서 방통위의 기본경비가 대폭 삭감되자 "국가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심판정 설치는 야당의 방통위 경비 삭감 의지에 기름을 부었다. 방통위는 주요 심의·의결이 이뤄지는 장소의 의미를 명확히 한 공사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일 채널A '뉴스A'는 단독 <‘심판정’ 문패 달고 출입문 분리한 방통위 회의실>을 보도했다. 채널A는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로부터 공사가 완료된 방통위 심판정 내부 사진을 입수해 공개했다. 방통위 대회의실 문에는 '심판정' 명패가 붙었다. 회의장과 방청석 사이에 칸막이가 생겼고, 상임위원과 일반인이 회의장에 출입하는 문이 분리됐다.
채널A는 "민주당은 판사 출신인 김 직무대행이 회의실을 재판정으로 만들어놓았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최민희 의원은 채널A에 "김 직무대행은 마치 방통위 회의실을 재판정처럼 꾸몄다"며 "방통위는 사법부가 아니다. 취재도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에 회의장 형태가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2일 방통위는 채널A 보도에 대한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방통위는 "그간 회의실의 명칭을 심판정 또는 회의실로 혼용하여 사용해 왔으나, 민생에 밀접한 방송통신 관련 주요정책 등에 대한 심의‧의결이 이루어지는 장소임을 고려하여 이번에 심판정이라고 명확히 한 것"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아울러 심판정 내 칸막이를 설치한 이후에도 취재진, 일반인 등 외부인의 취재와 방청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며 "또한 회의장 내 동선과 출입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상임위원과 일반인 간 출입문을 분리한 것"이라고 했다.
방통위 대회의실 리모델링 공사에는 방통위 시설관리 경비 1천만 원이 소요됐다. 지난 8월 김 직무대행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2인 체제 방통위의 불법적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검증하기 위해 방통위를 방문하자 '모독을 당했다'며 공사를 지시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8월 7일 단독 <방통위 대회의실 놓고 김태규 "기관 모독, 봉쇄하라"…野 “국회 모독”>을 보도했다. 김 직무대행은 중앙일보에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에게 야당 처사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며 "대회의실은 방통위의 주요 의결이 이뤄지는 ‘심판정’인 만큼, 기관장이나 상임위원회 외 누구도 함부로 점거할 수 없도록 현판을 걸고 배치를 손보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김 직무대행의 심판정 공사는 국회의 방통위 예산 심사 당시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11일 과방위 소속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지금 심판정 만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는 것 같다. 김 직무대행은 심판정 발주했나"라고 질의했다. 김 직무대행은 "아직 정확한 예산은 안 나와 있다. 1천만 원 이하로 얘기는 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액수까지는 정해진 게 아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시설관리비 1천만 원 정도를 쓰려고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방통위 직원들을 위해서 노후시설을 관리하고 개보수하라고 책정된 항목인데, 만약 안 해도 되는 심판정을 만드는 데 투입된다면 시설관리비 예산을 대폭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민수 의원은 "심판정 공사는 부적절한 집행 예산이다. 대회의실 리모델링은 김 직무대행의 여러 사적 감정도 담기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므로 내년도 관련 예산 전액 삭감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과방위는 방통위 본부 총액과 기본경비 중 34.7%를 삭감하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방통위 운영지원과 기본경비는 9억 3000만 원에서 5억 9800만 원으로 3억 500만 원 삭감됐다.
과방위는 방통위 운영지원과 기본경비 예산에 대해 "극우성향 방통위원장 임명, 불법적 2인 체제 의결 등 방통위는 정부의 방송장악을 위한 기구로 전락했고 위원장이 부재한 상황에도 비서실 운영비, 위원장 유관기관 업무 협의, 직원 간담회 등 불필요한 예산을 과다 책정해 감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반수용비, 피복비, 임차료, 유류비, 시설장비유지비, 국내여비, 관서업무추진비, 포상금 등이 감액됐다. (관련기사▶과방위, '방송장악' '용산' 예산 삭감 총정리)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과방위, '방송장악' '용산' 예산 삭감 총정리
- 아리랑·국악방송 전액 삭감…지역방송·TBS 지원 늘렸다
- 과방위, "언론장악 소송비" 방통위 부서 예산 35% 삭감
- 방통위, 올해 9월까지 소송비로 3.9억원 썼다
- 방통위, '방심위 홍보비' 1억 5천만원 신규 편성
- '방심위 제재 위법' 본안 판결에 "류희림에게 소송비 청구하라"
- “폐국이 사필귀정? TBS는 무도한 시대의 희생양입니다”
- 국악방송, 방통위 지원사업 수익금으로 '동물의 왕국' 틀어
- 방통위, 소송비 예산 초과에 기름값까지 전용
- 방심위 '가짜뉴스센터' 운영비 변상 요구안 의결
- 정동영 "방통위·방심위 운영예산 '변상'시키겠다"
- 방통위 '방심위 무더기 제재' 변호사 착수금만 2억 6천만원
- 방통위, '밑빠진 독' 소송비용 불법 전용 논란 예고
- 정동영 "방통위·방심위 운영예산 전액 삭감할 것"
- 윤 정부 2년 '방통위원장 청문회 비용', 전 정부 5년 초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