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논설실장이 자신의 취재를 바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 상황을 전한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대해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앞서 제작진 의견진술에서 CBS가 갈등 상황을 전한 취재원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CBS 제작진은 '정치 보도 대부분이 윤핵관과 같은 익명 보도로 이뤄진다'며 정치 뉴스를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밝혔다. 야권 추천 위원은 출연자의 논평성 발언에 대해서도 취재원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9일 <박재홍의 한판승부> 지난 4월 23일 방송분에 대한 제작진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문재완 방통심의위원은 “본인은 취재원이 확실하다고 말하는데, 그게 누구인지는 왜 정확하게 밝히지 않나라고 지적하니까, 기자에게 취재원을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고, 취재원의 신분을 외부에 밝히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면서 "그런 권리가 어디에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문 위원은 “취재원 보호가 기자 입장에서 소중한 것은 맞지만, 신문윤리실천요강은 취재원을 밝혀야 한다고 한다"며 "취재원을 제대로 안 밝히면 기자가 자의적 판단으로 공정하지 못한 보도를 할 수 있고, (익명의)취재원이 자의적 정보를 제공했을 때 소위 여론조작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 위원은 “CBS가 (자신들은)엄청난 피해를 받고, 방통심의위를 언론 탄압하는 기관인 것처럼 만들고 있다”고 적했다.
이에 대해 유창수 CBS 부장은 “(논설위원이)'한 전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라고 밝힐 수 있는 부분은 밝혔다”면서 “수많은 정치 기사들에서 '윤핵관'과 같은 이름으로 익명 기사가 나온다. 그 뉴스들이 다 잘못됐다는 취지로 말씀하는데 그러면 정치 뉴스 대부분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유 부장은 “김 논설위원이 최근 ‘김건희 여사 문자’도 단독 보도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때도 누구에게 받았는지 밝히지 않았고 후속 보도들도 취재원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 정치 기사 상당수는 나와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장은 출연자의 발언 내용에 대한 사전 검증을 충분히 거쳤다며 김 논설위원이 자신의 취재원을 제작진에게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류 위원장은 “문 위원도 기자 출신이고, 저도 방송기자 출신”이라며 “우리가 관행적으로 해온 익명 취재원은 없어져야 할 나쁜 형태나 마찬가지다. 김건희 여사 문자 같은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사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문 위원이 말하는 것은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 위원장은 “CBS 측이 의견진술서를 통해서 심의위원의 말을 발췌해 왜곡되게 부각시킨 부분에 대해 굉장한 유감을 표하고, 방통심의위 심의 과정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과장된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도 굉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반면 윤성옥 위원은 “취재원 공개 원칙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는 취재원 없이 방송해도 되고, 한 전 비대위원장의 경우는 취재원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공인 중에 공인”이라며 “당사자들이 문제제기도 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행정기구가 데일리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한 부분을 떼어내서 신속심의 대상으로 삼고 심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윤 위원은 “정치 평론가들이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하는 정치 전망과 논평의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는 추후 평판을 통해 평가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을 제외한 방송소위 전원이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내면서 ‘권고’가 결정됐다.

김규완 논설실장은 지난 4월 23일<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날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거절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이에 앞서 비대위원들과 만찬을 가진 내용을 전했다.
김 논설실장은 “한 전 비대위원장이 주재한 게(만찬) 아니고, 모 비대위원이 갑자기 텔레그램 단톡방에서 밥 먹자 한 것”이라며 “한 전 비대위원장은 1시간 반 정도 밥만 드시고 가셨고, 나머지 분들은 2차 술도 한잔했다고 하는데 그 자리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굉장히 피곤해하고 말하는 걸 굉장히 귀찮아하는 표정이었다고 얘기를 하더라. 지금 한 전 비대위원장의 상태는 어떠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한 전 비대위원장하고 가까운 모 인사는 저에게 ‘윤 대통령보다 더 극대노 상태’라고까지 전해줬다”고 했다.
김 논설실장은 “심지어 단톡방에 ‘용산의 간신 3인방’ 이런 기사도 올리고, 윤 대통령 지지율 기사도 공유하고 유력인사들한테 조언을 구하는 문자도 보내고 제가 그 문자를 받은 분이 문자를 보여준 것까지 봤다”고 했다.
국민의힘 공보실은 같은 날 저녁 “김 논설위원이 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해 발언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며 “한 전 위원장이 참여하는 단톡방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해당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내 단톡방에 현 대통령에 대한 분노 표시 및 지지율 그래프 등을 올렸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이정옥·허연회·김우석 위원이 신속심의 안건으로 상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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