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정부 비판' 방송에 중징계를 남발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방향지시'가 있을 것이라고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말했다.
홍 정무수석은 방통심의위의 무더기 징계가 대통령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다만 이 같은 발언은 민간독립기구에 대한 개입을 시사하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또 홍 정무수석은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입법 폭거다. 대통령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홍 정무수석은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에서 언론을 쥘 방법은 알지만,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이 맞나’라는 질문에 “비슷하게 말했다. '장악할 방법은 알지만, 할 생각도 없고' 이런 말은 원론적으로 말한 것”이라며 “그래서는 안되는 거 아니냐. 오해는 앞으로 해소하자는 그런 말을 했다”고 전했다.
홍 정무수석은 ‘윤 대통령이 방통심의위의 무더기 징계에 대해 모르는 것 같다’라는 질문에 “그런 사안 사안마다 대통령이 다 알 수 없고, 과거 같으면 민정수석이나 이런 곳에서 관련 내용을 대통령에게 별도 보고를 해줬어야 하는데, 그런 기능을 하는 수석실이 없다. 그런 부분은 앞으로 보완될 것으로 영수회담에서 두 사람이 말하더라”고 했다.
진행자는 ‘윤 대통령이 새벽 5시에 조간을 챙겨본다는 말을 한 적 있고, 방통심의위의 무더기 제재는 조간신문에 보도됐던 사안이다. 또 징계 대부분이 윤 대통령 부부 관련 내용이었는데 전혀 몰랐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정무수석은 “‘전혀’ 자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예를 들면 행사장에서 고함지르고 하는 사람들 처벌하겠다는 것들은 대통령이 화를 내거나 그래서 진행되는 게 아니고 부처에서 정해진 업무에 따라 하는 것 같더라. 그런 것들은 대통령이 아마 방향지시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홍 정무수석은 “무더기 징계든 과잉적인 추가 조치든 이게 결국은 다 대통령께 좋지 않은 국민들께 보이는 현상들이다. 그래서 저도 그런 부분은 대통령에게 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 정무수석은 ‘방향지시가 어떤 뜻인가’라는 질문에 “상식적이다. '그런 일은 신중해라. 국민정서가 있는데 나에 대한 위해가 있던 것도 아니고, 너무 업무만 갖고 보지 말아라'라는 말을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최근 ‘류희림 체제’의 방통심의위는 ▲‘김건희 모녀 주가 수익 23억 원’ 보도 ▲MBC의 ‘바이든 날리면’ 보도 ▲방통심의위 징계 비판 보도 등에 대해 중징계를 이어가고 있다.
또 ‘류희림 체제’의 방통심의위가 구성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도 선거와 무관한 ▲김건희 모녀 주가 수익 23억 보도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 방송 ▲‘고발사주’ 사건 관련 방송 ▲윤 대통령의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행사’ 비판 방송 ▲윤 대통령 비판 방송 등에 대해 중징계를 쏟아내 ‘정권심기경호위원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방통심의위와 선방심의위의 중징계는 MBC 프로그램에 집중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발언은 민간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에 대한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방통심의위원 추천권은 대통령과 국회가 행사하고 임면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현재 방통심의위는 윤 대통령이 야권 추천 위원을 해촉하고 보궐 위원을 임명하지 않고 있어 여권 절대 우위 구조다.

이날 홍 정무수석은 전날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사법 절차에 상당히 어긋나는 입법 폭거”라며 “대통령은 이것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정무수석은 “공수처가 지금 수사를 하고 있는데, 법을 초월해서 여야 합의도 더더욱 없는 부분에 대해 덜커덕 받아들일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10번째 거부권 행사는 부담스럽지 않나’라는 질문에 홍 정무수석은 “국회가 여소야대다 보니 민주당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게끔 밀어붙인 것도 분명히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건수가 아니라 내용”이라고 말했다.
홍 정무수석은 ‘민정수석실 신설'과 관련해 “방향은 맞다. (명칭은) 민정도 있을 수 있고, 민생도 있을 수 있고, 민정소통도 있을 수 있고 버전이 몇 개 있는데 최종 결심은 대통령이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 주쯤 발표가 나오나’라는 질문에 홍 정무수석은 “그렇다. 2주년도 곧 오니까 기자회견도 해야 하잖나”라고 말했다.
‘다음 주에 대통령 기자회견은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홍 정무수석은 “맞다. 취임일은 안 넘기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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