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총선 영향’ 등을 이유로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을 지시한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 관련 경위를 시청자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시작 전 불참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KBS시청자위는 “이제원 본부장이 ‘시청자에 대한 설명책임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KBS)
(사진=KBS)

지난 18일 열린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윤수희 시청자센터장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이제원 제작본부장이 계열사 미디어와 협찬 관련 긴급한 업무 협의를 위해 회의 참석이 어렵다고 조금 전 알려왔다. 이와 관련해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경진 시청자위원장은 “세월호 10주기 다큐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 왜 불방됐는지 그 합당한 사유를 듣고자 했는데, 듣지 못했다”며 “어제까지만 해도 제작본부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회의 시작 불과 1시간 20분 전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얼마나 중대한 일이길래 참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 문제는 시청자위원회만이 아닌 대한민국 최대 언론사이고 공영방송사인 KBS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의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양이현경 위원은 “총선 끝나고 방송되는 프로그램에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가 도대체 무엇이냐’라는 이해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KBS는 그 의미가 무엇이고, 그런 판단을 내린 근거는 무엇인지 시청자들에게, 특히 세월호 유가족에게 설명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이것조차 답변하지 않는 상황이 처음이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소형 부위원장은 “여러 의문이 보도됐고,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사안을 정치 쟁점으로 만든 이제원 본부장이 직접 나와서 해명하는 게 타당하다. 또 류삼우 부사장이 직접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도 하셨다”며 “시청자위원회는 오늘까지도 그렇게 믿고 기다렸는데 불참한다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김 부위원장은 “이 본부장은 전 국민, 시청자를 대변해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시청자위원회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충실하게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의무를 쉽게 저버린 것인데 그러면서 KBS가 공영방송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굉장한 의문이 든다”고 따져 물었다. 

정진임 위원은 이날 시청자위 시작 전 이제원 본부장의 설명 책임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 위원은 ”KBS 핵심가치가 ‘우리 중심에 시청자가 있다’고 적혀 있는데, 이것을 기망한 것“이라며 ”KBS 중심에 시청자가 있으면, 신뢰받는 KBS가 되려면 최소한의 설명 책임성은 지켜야 한다. 이제원 본부장에게 사과를 하라고 했나, 해명을 하라고 했나, 설명을 부탁드렸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은 ”이제원 본부장이 설명할 책임을 본인이 저버린 것이고, 이제는 사과를 해야 할 단계가 됐다“며 ”회의 1시간 20분 전에 불참을 통보하는 것이 어딨나. 시청자위 역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드리는 것이고 급하게 피켓시위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다음 달 시청자위 전에라도 자리를 만들어 이 내용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명명백백하게 설명해 달라. 사안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데 사과해 달라“고 말했다. 

시청자위 말미에 윤수희 센터장은 “이제원 제작본부장이 오늘 못 오는 대신 서면 답변 내용이 있다고 한다”며 “그래서 혹시 내용을 시청자위원회에서 저희가 전달할 기회를 주실 수 있는지 한번 논의해 주길 부탁드린다. 그 내용을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그 내용대로 이행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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