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경영진이 '우파 장악' 대외비 문건을 '괴문서'로 규정하고 이를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에 대해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KBS 경영진은 대국민 사과, 진행자·앵커 교체, 인력감축 등은 문건이 작성되기 이전에 박민 사장이 제출한 경영계획서와 2022년 경영평가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민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해당 문건을 보거나 생산·유통한 적 없으며, 자체 계획과 경영권 행사에 따라 업무를 진행해왔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KBS 경영진은 MBC 보도로 일부 공개된 대외비 문건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임직원에 대한 관련 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일부 내용에 대한 반박으로 대국민 사과, 진행자·앵커 교체, 인력감축 등의 문제를 합리화 한 셈이다.

KBS 이춘호 전략기획실장은 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근거 없는 내용을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과 괴문서를 작성하고 배포한 성명불상자를 상대로 법적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대외비 문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언론노조 KBS본부)에 대해서도 법적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MBC <스트레이트>는 18페이지 분량의 KBS '대외비 문건' 중 일부를 보도했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사장 제청 즉시 챙겨야 할 긴급 현안'으로 대국민 담화 준비, 우파 인사 통한 조직 장악, 국장 임명동의제 무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문건을 제보한 KBS 직원은 MBC에 고위급 간부 일부가 업무 참고용으로 공유하고 있는 문건"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괴문서'는 KBS로서는 출처를 전혀 알 수 없고, KBS 경영진이나 간부들에게 보고되거나 공유된 사실 역시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 실장은 '대외비 문건' 작성 시점은 지난해 10월 이후로 추정된다며 '방송 장악용' 주장은 허위라고 했다. 지난해 9월 25일 박민 사장 후보자가 이사회 사무국에 제출한 경영계획서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등의 내용이 이미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언론노조 KBS본부가 게시한 '대외비 문건' 일부에 '김의철 전 사장 가처분 기각사유에서 언급한'이라는 부분이 있다며 "괴문서 작성 시점은 전임 사장에 대한 해임 집행정지 가처분 기각 결정이 내려진 2023년 10월 20일 이후로 보인다. 취임 후 '대국민 사과'는 경영계획서의 혁신 방안 중 첫머리에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주요 프로그램 진행자와 간부 70여 명을 전격 교체하고,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을 업무 능력에 상관없이 인사에서 잘라냈다는 비판에 대해 "역대 KBS 사장들은 취임 후 어김 없이 대규모 인사를 해왔다"며 "직원은 정당한 인사권에 따라 언제든지 다른 부서로 인사가 날 수 있다"고 했다. 이 실장은 "이미 경영계획서에서 예고한 내용"이라며 "언론노조 KBS본부가 제기한 단체협약 위반금지 가처분은 서울남부지법에서 각하됐다. 법원은 제작진·진행자의 인사 이동은 회사의 권한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실장은 임명동의제 없이 5개 주요 국장을 임명한 이유에 대해 임명동의제는 사용자의 인사권을 박탈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 실장은 ▲KBS의 인력은 자연감소분과 명예퇴직 등을 종합하면 2026년에 3600명으로 줄어든다는 전망치가 2022 경영평가보고서에 포함돼 있다 ▲KBS 2TV 민영화를 검토한 바가 전혀 없다며 '대외비 문건'을 '괴문서'로 규정했다.

이 실장은 현재까지도 KBS 경영진은 '대외비 문건'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문건을 확보해 살펴본 후 '사실무근' '괴문서' 등의 입장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언론노조 KBS본부)기자회견 내용에 문건의 핵심내용이 담겼다고 보고, 임원진들에 대해 내용 확인을 어느 정도 했다"면서 "경영계획서만 봐도 내용이 거의 다 들어가있는 것이라 간부들이 굳이 문건을 별도로 만들 이유도 없다"고 답했다. KBS는 MBC <스트레이트> 방송 다음 날인 1일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 실장은 '대외비 문건이 아닌 경영계획서를 보고 실행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다른 근거가 있나'라는 질문에 "경영계획서가 오래전에 나왔다"며 "만약 문건을 만든 사람이 경영계획서를 참고해 자기과시용으로 돌렸다면, 저희가 알 수는 없지만 수사를 통해 내부인지 아닌지 밝혀지면 될 일이다. 그럴 경우 저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실장은 경영계획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도 사측의 입장일 뿐이고, 내부 임직원이 문건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부 조사부터 해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저희가 이런저런 확인 과정을 거쳤다. 국장급 이상 관련 부서와 인사·노무도 확인했다"며 "나머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조사할 방법이 없다. 전체 직원을 어떻게 조사하겠나"라고 했다. 이 실장은 "수사기관이 수사하면 가장 빠르다"며 "그걸 누가 쓰고 배포한 것인지 진상규명해보자는 차원에서 고발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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