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유열 EBS 사장이 부사장 공백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이사에게 회의록에 적혀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며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사장 임명은 사장의 결단 이외 어떤 이유도 없다는 EBS 입장과 배치된다. 

EBS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6월 16일 열린 이사회에서 정미정 이사는 "새 사장이 취임한 지 지금 만 석달이 지났는데 부사장 임명과 관련해 아무런 말이 없는 게 궁금하다"며 "이렇게 오래도록 공석이어도 되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과정이 있는 것인지 진행 경과에 대해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유열 사장은 "부사장 선임 문제는 제가 여기서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기 어려운 점이 좀 있다"며 "그 부분은 양해를 해달라. 인사 문제는 또 회의록에서, 되게 민감한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나중에 제가 따로 설명할 수 있으면 따로 설명드릴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나중에라도 제가 설명드릴 수 있는데, 굉장히 이상한 게 있거나 그런 건 아니고 지금 EBS뿐만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이런 임명 시스템에 완비가 안 돼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유열 EBS 사장 (사진=EBS)

유시춘 EBS 이사장은 "속기록에 기록되기는 좀 부적절하다"며 당일 저녁 회식자리에서 설명할 것을 요청했다. 유 이사장은 "부사장과 역할 분담을 해야 되는데 지금 석 달째 못하고 있어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정 이사가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따(회식 때) 상황이 어떻게 돼 있는 건지 말씀해주시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이따 회식 자리에서도 전체적인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나중에 한 번 기회 있으면 시간 잡아서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이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그 내용은 (이사들이)알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고 재차 비공개 설명을 요청했지만 김 사장은 "지금 제가 확실하게 말씀 드리기 어려운 점이 좀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특별한 어떤 배경이 있다든가 이런 게 아닌데, 어쨌든 인사 문제가 자칫 잘못했다가 또 괜히 제가 감당할 수 없는 게 있을지 몰라 지금 좀 조심스러워서 그렇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결국 유 이사장은 "그렇게 하라"고 했다. 

EBS 부사장은 지난 3월 10일 김 사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5개월 가까이 공석이다. 김 사장이 직전 부사장이었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은 '부사장은 사장이 임명한다', '임원이 결원된 경우에는 결원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보궐 임원을 임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사장이 내정한 부사장 후보에 대한 인사혁신처의 인사 검증이 지연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6월 29일 '인사혁신처 검증이 지연돼 부사장 임명이 늦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냐'는 미디어스 질문에 EBS는 "부사장 임명은 사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인사혁신처 절차 등에 관한 얘기는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EBS 부사장은 인사혁신처 검증 대상이 아니고, 사장이 결단하면 임명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동안 EBS 부사장 후보는 정부 측에 인사검증 자료를 제출하고, 경찰 세평조회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는 EBS 감사는 지난 4월 17일부로 임기가 종료됐으나 후임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까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EBS법은 '임기가 끝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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