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감사조직을 확대개편하면서 파견받은 공무원들의 명단을 비공개하고 있다. 이들은 방통위의 각종 검사·감독을 주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검사·감독 결과를 근거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위원장·부위원장 해촉,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다.
방통위는 감사 업무의 특수성(비밀성·밀행성 등) 때문에 비공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여타 정부부처도 감사 업무 담당 공무원을 비공개하고 있고, 파견받은 공무원을 방통위가 공개할 의무는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관뿐만 아니라 수사·기소를 담당하는 경찰·검사들의 이름과 사무실 전화번호도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법원은 대통령실 직원들의 이름, 소속부서, 직급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대통령실 직원들 상당수는 정부부처에서 파견된 인원이다.

미디어스 확인 결과 방통위는 지난 6월 검찰·경찰·감사원 등으로부터 파견을 받아 '감사팀'을 확대개편한 이후 홈페이지에 각 인원의 이름과 부서, 사무실 전화번호 등을 기재해 공개했다가 이내 삭제했다.
방통위는 운영지원과 산하에 담당 공무원 1~2명을 두는 방식으로 감사팀을 운영해왔다. 여기에 파견 인원이 더해졌다. 당시 방통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운영지원과 감사팀 파견 인원은 유OO 기술서기관, 김OO 감사관, 최OO 부감사관, 이OO 부감사관, 양OO 주무관, 이OO 주무관, 강OO 주무관, 전OO 경정, 고OO 경감 등 9명이다.
당시 방통위의 감사조직 확대개편은 '언론 길들이기' 우려를 낳았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해임되고, 감사원 관료 출신인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이 부임하면서 감사조직 확대개편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방통위는 감사과를 임시 직제로 신설해 3개월간 운영한 뒤 정식 직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해 행정안전부와 논의했으며 조직개편을 통해 정식 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감사팀 주도로 방통심의위에 대한 회계검사, 방문진에 대한 검사·감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 대변인실 관계자는 21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파견 공무원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감사 등의 부서에 계신 분들은 문의와 전화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특별히 홈페이지에서 감사 담당하는 분들에 대해 공개를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파견 공무원들이 방통위 검사·감독을 주도하고 있는데 공무를 수행하는 인원은 공개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방통위 관계자는 "꼭 공개를 하는 것이 원칙은 아니다. 지금 공정거래위원회, 수사기관, 감사원, 방위사업청 등을 보면 다 인적사항 공개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견 공무원들은 방통위 직제에 편성돼 공지돼 있었다가 삭제됐다'는 질문에 방통위 관계자는 "(감사)업무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공개 여부는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삭제는)홈페이지 담당하는 분이 착오가 있어 잠깐 공개됐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그분들은 지금 파견 온 직원이다. 방통위 직원은 아니지 않나"라며 "파견받은 직원들까지 굳이 공개해야 될 이유는 없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아울러 방통위 관계자는 방문진 검사·감독의 경우 감사팀이 아닌 김성환 과장 등 지상파방송정책과가 주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복수의 방송계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는 방문진 현장 검사·감독에 나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실질적인 검사·감독은 감사팀이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국세청, 방위사업청 등은 소속 공무원을 공개하고 있다. 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 정도가 담당과 업무와 연락처만을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8월 17일자로 업데이트 된 서울중앙지검 검사실 배치표(홈페이지 게재)에는 검사장부터 일선 검사에 이르기까지 검사들의 실명과 소속, 사무실 호수를 기재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각 부서명과 업무내용, 사무실 전화번호를 안내하고 있다. 감사원, 국민권익위, 국세청, 방위사업청 등은 소속 공무원 이름과 직책, 업무, 사무실 전화번호 등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비서실에 소속된 직원 명단 등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뉴스타파와 참여연대가 대통령실을 상대로 제기한 '직원명단 정보비공개결정에 대한 취소소송'에 대해 일부(6분의 1)를 제외하고 정보공개청구한 내용을 공개하라고 지난 17일 판결했다. 뉴스타파와 참여연대는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과 세부 조직도를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지만 대통령실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거부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17일 성명에서 "대통령실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즉각 소속 공직자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며 "절대다수의 국가기관이 소속 공직자의 이름, 직급, 담당 업무와 유선 번호를 홈페이지에 상시로 공개하고 있다. 국가기관의 조직 구성과 소속 공직자 명단은 국가기관이 기본적으로 공개하는 정보"라고 했다.

방통심의위 회계검사, 방문진 검사·감독 등이 종료된 상황에서 방통위가 감사팀 인원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성국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사후적이라면 공개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보여진다. 사전적으로도 공개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이지만, 백보 양보해 이런 감사가 기밀성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종료가 됐으면 감사 내용과 결과에 대한 책임이 필요한 것"이라며 "감사팀이 누구였고, 누가 어디서 파견이 왔는지 공무를 수행한 공무원들의 성명과 직책은 밝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활동가는 "보안유지의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파견 인력의 익명성을 보장해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무엇이 있나"라며 "감사·수사 전문 인원까지 차출해 감사를 대대적으로 하는 경우 감사의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상 공공기관에서는 사전에 언론브리핑도 한다. 그런데 특별히 말도 없고, 기자들이 물어봐도 비공개를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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