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경영진이 프리랜서 계약서 작성률이 증가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방송작가에 대한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법원 결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와 상반되는 위탁계약서가 상당 부분 포함됐다. 근로계약서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유효한 상황이다. 

경영진은 29일 이사회에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경영진은 방송작가 등 프리랜서 직군과 관련해 “프리랜서는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 위임계약으로 운영하며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 또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스태프 표준 업무위탁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으로 프리랜서의 계약서 작성률은 2020년 60%대에서 2022년 96%대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또 경영진은 2021년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거론하며 “프리랜서 위임계약을 체결했으나 사용자로부터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는 등 근로자와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주장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본사는 지휘 감독이 필요하고 업무 종속성이 강한 직무에 대해서는 근로계약으로 전환하고 있고, 프리랜서 직무에 대해 업무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고용노동부는 지상파 3사 보도·시사 분야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KBS의 경우 70명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자성 판단을 받기 전 방송사를 떠난 작가들이 있어 54명의 작가가 시정지시 대상자가 됐다. 

이와 관련해 김유경 노동법률사무소 돌꽃 대표 노무사는 이날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KBS가 자평하는 계약서 작성률은 근로계약서와 무관한 쟁점인 것 같다”면서 “방송작가의 근로 실질을 반영할 수 없는 형식적인 계약서다. 위탁계약서 작성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위탁계약서가 프리랜서의 근로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최근 프리랜서가 근로기준법상에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위탁계약서를 쓰라는 것은 오히려 프리랜서라고 낙인을 찍는 지표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노무사는 “지금 해야 할 것은 집필 계약서를 열심히 쓰는 것보다 노동 수준에 맞는 계약서를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는 방송작가의 구두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제작한 '프리랜서' 계약서다. 최근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이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프리랜서 계약서 작성률은 법원 판단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미디어친구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미니토크 온 더 블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미디어친구들이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미니토크 온 더 블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경영진은 현재 KBS 인력 구성이 정규직 67.5%, 비정규직 15% 프리랜서 17.5%로 구성돼 있다고 보고했다. 정규직은 일반직, 무기계약직 등을 비롯한 근로감독 시정지시로 직접 고용한 특정 업무직을 포함한다. 비정규직은 한시 계약직, 아르바이트, 파견 노동자 등이 해당된다.

경영진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는 직간접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임시 사역과 아르바이트는 90% 중반대, 다른 고용형태는 100%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은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와 관련해 지난 2019년 연봉계약직 사원 125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으며 비정규직 사원 103명을 전환 심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3배 정도라고 하는데 언제까지 적정한 수준으로 격차를 줄일 것인가’라는 이사 질의에 경영진은 “일반 정규직의 경우 평균 근속연수가 20년 정도이고, 비정규직는 평균 1년 이내에 불과하다”며 “현실적인 측면에서 급여 차이를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초봉 기준으로 보면 직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70%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중 정규직과 중복된 일을 하고 있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경영진은 “정규직과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다고 구분할 수 있는 직군은 한시 연봉직”이라며 “이들 중 대부분은 ‘퇴직자 재고용’이다. 이들이 120명 정도 되고, 육아휴직 대체인력이 100명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경영진은 현재 진행 중인 비정규직 소송은 14건이라고 밝혔다. 류일형 이사는 “KBS가 가장 많이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라며 “집행부와 비정규직군 간의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소송까지 가지 않고 대화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소송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화해나 중재 등을 통해 좋게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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