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방식이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년 3월 초로 가닥을 잡은 당대표 선거에서 당원투표 비율을 늘리고 여론조사 비율은 낮추겠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최악의 룰 개정"이라며 "당원들만 모여서 할 거면 당비만 받아 운영하지 국고보조금은 왜 받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부산지역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1년 반 전에 이준석 전 대표를 뽑은 전당대회의 책임당원이 28만 명이었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당 책임당원은 100만 명이다. 이건 다르다. 우리가 국민정당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1반 반장 뽑는데 3반 아이들이 와서 촐싹거리고, 방해하고 당원들의 의사를 왜곡하고 오염시키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주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주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내에서 친윤(친 윤석열) 인사들을 중심으로 현재 7대 3 당원투표-여론조사 비율을 9대 1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원 100% 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13일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전주혜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아무래도 1~2년 사이에 저희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28만에서 78만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경선 룰에 있어 당원들의 의사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은 저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혜 비대위원은 "그것을 뭐 9대 1로 할지 100%로 할지 그것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며 "당원들이 어떤 사람을 당대표로 뽑는, 전당대회를 할 때 당원들이 누구를 반장으로 뽑을지에 대한 의사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룰 변경 추진을 두고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당원 수가 늘어나 새로운 룰을 만들겠다는 명분을 대고 있지만 결국 유승민 전 의원이 당대표가 될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룰 개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특정인을 당대표로 당선되지 않게 하기 위한 최악의 룰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장 소장은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는 전당대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결국 이런 모습은 국민의힘의 외연을 축소시키고 왜소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우리당 대표를 뽑으니 우리 당원들만 모여서 할 거라는 주장을 하는데, 그럴 것이면 당비만 받아서 당을 운영하지 국민 세금인 국고보조금은 왜 받느냐"며 "정당 대표는 당원들에게만 대표성을 띠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민주 제도라고 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전당대회 룰 개정은 전당대회 판도에 맞춰 룰을 개정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원투표-여론조사 비율 7대 3을 9대 1로 바꾼다는 것은 아무 철학적 논거도 없다. 유승민 전 의원 한 명을 겨냥해 룰을 바꾸는 것은 명분도 맞지 않고 비웃음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당원투표-여론조사 비율을 7대 3으로 해도 유승민 전 의원이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희박한데 유 전 의원이 당대표 될까봐 겁을 내는 것도 황당하지 않느냐"며 "유 전 의원이 2등도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 목표는 될 수 있겠지만, 이런 정치가 떳떳한 정치는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12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전당대회 룰 개정 추진과 관련해 "(이번 전당대회는)총선을 이끌어야 될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라면서 "만약 1년 전 경선 때 무슨 감정이 남아서 아직도 정치보복을 하는 것이라면, 저는 그런 정치는 정말 속 좁고 너무 쩨쩨한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당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을 향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사람에게 충성하는 사람들, 이게 지금 국민의힘의 모습"이라며 " 왜 국민의힘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은 지금 바로 그분, 그 사람에게 충성을 하지 못해서 이 난리인지(모르겠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무슨 왕이 있는 왕정이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9대 1로 하든 10대 0으로 하든 아마 자기들 마음대로 할 것"이라며 "다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윤핵관 세력들이 저를 떨어뜨리기 위해 룰을 바꾼다는 것은 축구를 한참 하다가 골대 옮기는 것이다. 이게 정말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은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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