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보도와 관련해 KBS가 기계적 중립으로 중계식 보도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20일 열린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김지미 위원은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의 문제점은 그 자체로도 비판받아 마땅한 행태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MBC가 왜곡했다’ 등의 메시지를 냈다”며 “더 나아가 MBC의 취재기자 등이 고소·고발을 당하거나, 국민의힘이 MBC를 항의방문하는 등 사건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KBS는 이에 대한 비판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화가 난 보도도 있었다“며 ”특히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식의 대통령실과 MBC가 서로 싸우는 것처럼 보도하는 부분이 굉장히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KBS도 이 사건을 MBC와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보도했다“며 ”MBC가 첫 보도를 한 것만으로 이렇게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KBS가 '이 정도로밖에 보도할 수 없었나'하는 아쉬움이 굉장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최경진 위원장은 “균형 잡힌 여론 형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방송의 입장을 잘 알고 존중한다”면서 “다만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뉴스 보도의 기계적 균형 개념이 의미를 잃은 지 오래되었는데, 이번 대통령 발언 사태를 보면서 방송뉴스에서 기계적 균형 개념이 통용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대표적인 예가 ‘논란’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라며 “KBS 첫 보도에서도 ‘논란’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이러면 마치 시청자들은 어떤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인식한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통령실이 보도 자제를 요청할 만큼 곤혹스러운 분위기였다고 하는데 이러면 언론에서도 충분히 보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석 KBS 통합뉴스룸 국장은 “사실들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의미, 맥락 등을 총체적으로 드러내 실체적 진실을 최대한 추구하는 것이 언론의 본령이라는 생각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에 대해 반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통합뉴스룸 국장은 “대통령실 해명이 나오고 나서 저희 음향전문가에게 원본을 최대한 클리어하게 작업을 맡겼고 원본, 그리고 클리어하게 작업한 것을 홈페이지에 올렸다”며 “그리고 9시 뉴스에서도 ‘어떻게 들리는지 한번 들어보십시오’라고 (관련 영상을 비교해 틀었다)”고 설명했다.
김 통합뉴스룸 국장은 “MBC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된 이후 상세하게 시간대 별로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라고 찍어서 (보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과 의미·맥락 등을 드러내면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보도를 이어갔다”며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있는 것만 전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는데 향후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논란' 표현을 과하게 쓴다는 지적에 대해 김 국장은 “’동감한다”며 “기사와 리포트를 분석해 100개 정도의 문제적 표현, 상투적 표현을 도출했다. 이것을 가지고 국어, 저널리즘 전문가와 논의를 해서 쓰지 말아야 할 것들을 도출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상투적으로 ’논란‘을 쓰는 것에 대해 열심히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KBS가 과도하게 국회의원을 출연시켰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남익 위원은 “10월 5일 하루에만 국회의원 6명이 나왔다”며 “’KBS도 피감기관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의 흐름을 너무 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국정감사 보도인 것을 명확하기 위해 ’~당 의원‘이 아닌 ’국회 과방위원‘으로 표기하는 등 나름 신경을 썼다”면서 “내년에는 이런 의견들을 기초로 시청자들이 느끼는 어색함 등이 없도록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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