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대변인 내정설로 퇴사했던 KBS 기자가 최근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맡아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과거 채널A 기자 시절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보도했다.
천효정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행정관은 채널A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인 후 2017년 KBS로 이직했으며 사회부 법조기자로 활동했다. 그에 대한 대통령실 부대변인 내정설이 4월 중순 불거졌다. KBS 사표 수리 당일 "대통령실 부대변인에 내정됐다"는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의 발언이 더팩트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천 행정관은 미디어스에 직을 제안 받은 적 없다며 "소문이 도는 상태에서 회사에 계속 몸을 담고 있는 것도 논란이 될 것 같아 사표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부대변인으로 이재명 채널A 앵커(동아일보 기자)가 임명됐다. 이 부대변인은 지난 5월 "최근까지 기자로 방송 활동을 하다가 특정 정부에 참여하게 돼 송구할 따름이다. 저를 향한 모든 비판은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권력을 감시하는 위치에서 권력의 한 자리로 가는 것은 언론과 정치권력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헤친다는 이른바 '폴리널리스트'(politician+journalist, '정치인'과 '언론인'의 합성어)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천 행정관은 자신에 대한 '폴리널리스트' 논란은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 행정관은 8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여기 대통령실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겠다'는 서약을 하고 들어오는 공무원 조직이다. 제가 당으로, 선거 캠프로 간 게 아니기 때문에 명백히 다르다"며 "저는 일개 행정관이고 실무자일 뿐이다. 다른 부처에서 파견 오는 분들(일반직 공무원)도 정치적 중립이 안 지켜지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천 행정관은 "(기자가)직업을 옮겼다고 해서 모두가 '폴리널리스트'라고 할 수 있나. 그러면 기업 홍보팀으로 가면 모두가 대관이고 로비스트가 되는 건가, 아니잖나"라며 "밤낮·주말없이 취재원 만나고, 단독보도 많이 해서 사내·외 평가를 바탕으로 여러 곳에서 제의가 좀 왔다. 사표를 쓰고 학계, 기업, 창업 이런 것을 생각하던 차에 고민하다 최근에 여기에 오게된 것"이라고 했다.
천 행정관은 "저는 정치부에 있지도 않았고, 앵커 출신도 아니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윤리강령은) KBS라는 간판을 활용해 정치적 입지를 쌓거나 그런 걸 문제삼는 거다. 저는 사회부에서 간 것이기 때문에 윤리강령의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KBS 윤리강령은 'KBS인 중 TV 및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정치 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해당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천 행정관은 "(윤리강령은)정치부 기자랑 앵커만 명시를 해놨다. 그게 아니라면 모든 기자의 직업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제 기사가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거나 편향되어서 논란이 된 게 한 건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행정관은 3~5급의 일반직·별정직 공무원이다. 소위 '고위급'은 아니지만 '대통령실'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일반 정부부처 공무원과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에서 청와대 행정관 경력을 앞세운 후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통령실 행정관은 각 분야별로 대통령 업무에 필요한 세부 자료 준비, 동향 파악, 정부부처 소통 등의 업무를 맡는다. 별정직 공무원들은 주로 주관부처가 없는 정무·홍보·인사수석실에 많이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 행정관은 2014년 9월 채널A 기자로서 송옥렬 공정위원장 후보자의 성희롱 발언 논란을 최초 보도했다. 지난 4일 서울경제 단독보도를 통해 송 후보자가 제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당사자로 특정되었으나, 2014년 9월 4일 채널A <서울대 로스쿨 교수, 여제자 성희롱에 폭행까지> 기사로 해당 사건이 처음 알려졌다.
서울경제와 채널A 보도를 종합하면 송 후보자는 지난 2014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 100여 명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학생들의 외모 등급을 매기고, 자신을 만류하는 동료 교수의 뺨을 치고, 로스쿨 원장의 외모를 비하했다.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 "이효리 어디갔다 왔느냐", "너 얘한테 안기고 싶지 않으냐, 나는 안기고 싶은데", "못생긴 사람은 비키라" 등의 발언이 알려졌다.

지난 4일 대통령실은 송 후보자의 성희롱 발언 보도가 나간 뒤에도 언론브리핑에서 "굉장히 인재로 알려진 유명한 분"이라면서 "그게(성희롱 발언) 확인된 것인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금 더 알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이어지자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보도 참고문을 언론에 배포하며 "검증 과정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발언 경위 및 구체적 내용 등을 확인했다"며 "당시 후보자는 참석자들에게 사과했고 그것으로 일단락된 사안으로 학교의 별도 처분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과 5일 '인사 실패'에 대한 질문에 "도덕성 면에서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과 비교될 수 없다", "전 정권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나" 등의 발언을 했다. 송 후보자는 10일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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