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신문 기자들이 사옥 이전·편집권 침해 논란 등 경영진의 일방적 회사 운영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은 공동성명이 나온 후 ‘사옥 이전 철회는 없다’는 메시지를 부장단에 전했다.

서울신문 기자 56명은 19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현재 상황을 “저널리즘의 위기”라고 규정하고 “(사주와 경영진이) 매체와 보도를 사유화하고 이제는 부동산 돈벌이로까지 이용하겠다고 나섰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전체 기자(170여명) 3분의 1이 공동성명에 참여했다.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이 후보 시절 공개한 프레스센터 재건축 조감도

기자들은 “임시 이전 장소 또한 왜 하필 서울 외곽의 우면동 호반파크인지도 의문”이라며 “재건축을 핑계 삼아 경영진의 뜻에 순응하지 않는 서울신문 구성원을 호반파크 아래에 두고 길들여 ‘식물 언론’, ‘죽은 기자’로 만들겠다는 속셈인가. 곽태헌 사장은 본인의 성과를 위해 후배들을 불분명한 미래로 떠넘기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기자들은 사옥 이전의 이유인 ‘프레스센터 재건축’에 대해 “재건축은 ‘만에 하나 구성원의 총의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며 “공론화 과정을 멋대로 생략한 채 밀실에서 사옥 이전을 100% 확정지은 경영진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자들은 서울신문 지면이 호반건설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구성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들은 “외부에 알려진 기사 삭제 사건 외에도 뉴스 가치와 무관한 사주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취재·보도 여부와 지면 구성이 결정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회사에서 현장 기자가 경영진의 이익만을 위한 취재·기획팀에 투입되고 있다. ‘직을 걸고 편집권 침해를 막겠다’던 편집국장의 말씀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고 했다.

기자들은 “김상열 회장은 잇단 사원 면담 자리에서 곽태헌 사장과도 공감대를 이뤘다며 이른바 ‘칭찬하는 신문’을 만들자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며 “우려스러운 언론관을 가진 사주와 경영진이 편집권에 개입해 서울신문을 ‘식물 언론’으로 전락시킬까 두렵다. 편집권의 주체는 기자가 아닌 사주라고 말하는 듯한 사장과 편집국장을 비롯한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기자들은 ▲사옥 이전 결정을 철회하고 구성원 전원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부터 시작 ▲프레스센터 재건축이 추진되는 전 과정을 사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 ▲편집국 내 ‘공정보도실천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공동성명이 발표된 후 곽태헌 사장은 ‘10월에 반드시 사옥을 이전한다. 사옥 이전 철회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신문 기자 A 씨는 “편집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기자들이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회사 운영이 일방적이고 공포스럽게 되는 것 같다. 기자들이 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서울신문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사실 사옥 이전보다 편집권 침해 논란이 더 큰 문제”라며 “모든 게 사주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문제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신문에 내제된 문제는 편집권”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남욱 변호사의 ‘대장동 개발’ 관련 법정 증언을 보도하면서 김상열 회장이 언급된 부분을 삭제했다. 기사 초안에는 김상열 회장 관련 내용이 있었으나 데스크가 이를 삭제했다. 또한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이 대주주가 된 후 2019년 나온 ‘호반건설 그룹 대해부’ 특집기사 57건을 삭제했다.

미디어스는 서울신문 측 반론을 듣기 위해 황수정 서울신문 편집국장, 김준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장, 이호정 서울신문 경영지원본부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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