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대주주 호반건설 비판기사 삭제와 관련해 서울신문 기자들이 지면 사과문 게재, 외부협의체 구성, 사장 사과, 편집권 독립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26일 열린 기자총회에 참석한 황수정 편집국장은 곽태헌 사장이 직권으로 기사 삭제를 주문했으며 자신은 신중론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기자들은 기자총회에서 독자들에게 기사 삭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디어스가 확인한 기자총회 녹취록에 따르면 A 기자는 “(호반건설과의) 소송을 회피하기 위해 기사를 삭제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우선 전수조사를 해 몇 건이 삭제됐는지 알아야 한다. 사과문을 게재한다면 1면에 광고 없이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신문 (사진=미디어스)

외부인사가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해 편집권 침해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B 기자는 “회의를 가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면서 “외부인사를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C 기자는 “편집국장은 과거 공약으로 ‘편집권 독립’을 말했지만, 우리사주조합이 호반건설과 지분 매매 협상을 하면서 정리된 문서로 약속받은 게 없는 것 같다”며 “편집권 독립에 대한 정확한 부분이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기자협회는 기자들의 요구를 정리해 공개하기로 했다.

황수정 편집국장은 기자총회에서 "(기사 삭제는) 전격적으로 진행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편집국장으로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의견을 피력할 수 없었다. (호반건설검증보도) TF 팀원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받았고 경영진들이 똑같이 합의했기에 편집권 문제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 국장은 “곽태헌 사장이 직권으로 내리겠다고 한 것에 만류하는 것 이상으로 뭘 해야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황수정 편집국장은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기사 삭제를 반대하는 뜻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황 국장은 “‘신중해야 한다’고 한 것은 기사를 앞으로도 내리면 안 된다는 얘기라기보다는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있으면 그때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황 국장은 “호반이 들어왔을 때 사실 숙명이든 뭐든 준비했어야 되는 부분 있다”며 “이게 그 과정 중 하나다. 아프지만, 호반이 들어왔을 때 그런 부분도 우리한테 준비됐어야 했다”고 밝혔다.

황수정 편집국장 "이번 일로 직을 걸 필요는 없다"

황수정 편집국장은 이번 일로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 국장은 “내가 힘이 없어서 기사가 훼손됐다면 직을 내릴 것”이라면서 “이번 일과 관련해선 직을 걸 필요는 없다. 편집국장이 얼마나 엄중한 자리인데 직을 걸어야 하는가”라고 했다. 황 국장은 “내가 생산한 건(기사는) 반드시 책임진다”고 말했다.

또한 황수정 편집국장은 지난해 5월 우리사주조합이 호반건설 소유 지분 인수 시도 과정에서 ‘기사 삭제’를 논의한 것을 거론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5월 우리사주조합이 지분 매각을 제안했을 때 ‘비판기사 삭제’를 조건으로 제안했으며, 당시 사장·편집이사·편집국장·TF팀장·사주조합장·노조위원장 등은 이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인수하지 않기로 하면서 ‘기사 삭제’는 없던 일이 됐다.

황수정 편집국장은 “기사는 존재 자체만으로 완결성을 가져야 한다”며 “기사가 거래 수단이 돼서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건 안타깝지만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미 생명력을 잃게 됐으니 자꾸 외풍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국장은 “숭고한 목적이 있었던 기사를 거래 위에 올려선 안 된다”며 “그것부터 반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 기자가 “독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기사를 삭제한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하자 황수정 편집국장은 “급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하는 게 바람직한 방법일지 고민해보겠다. 독자에게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인지 고민해야겠다”고 답했다.

D 기자는 “지난해 6인 협의체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난해 지분 매매가 무산돼 (기사 삭제) 근거가 사라졌는데 왜 지워진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황수정 편집국장은 “독립언론을 하려고 하다가 좌절이 됐을 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기사를 내리고 아니고를 떠나서 분명히 기사에 대한 체크는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분 매매) 협상이 완결됐기 때문에 기사가 내려지는 게 맞다고 말했고, 그 부분에 대해선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D 기자는 헤럴드경제·인천일보 등 건설사를 대주주로 두고 있는 신문사는 대주주 비판기사를 삭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인천일보는 대주주를 비판한 기사를 삭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황수정 편집국장은 “헤럴드경제는 기사를 삭제한 것으로 들었다”며 “중흥건설에 관한 기사를 내린 걸로 알고 있다. 그 부분은 우리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서울신문, 대주주 비판기사 삭제…헤럴드·인천일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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