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서울신문이 언론 유관단체가 입주한 프레스센터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선거 사무실을 임대하고 홍보 현수막 게재를 허락하자, 언론시민단체가 반발에 나섰다. 오 후보 캠프는 서울신문과 계약을 맺고 11층에 선거사무실을 차렸으며 지난 13일 7~8개 층을 덮는 대형 현수막을 프레스센터 외벽에 설치했다.

대형 현수막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자 오 후보 측은 자신들이 계약한 11층 칸에 맞게 현수막을 축소해 게재했다. 현재 서울신문이 프레스센터 지상 11층까지 소유하고 있다. 지상 12층부터 20층까지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운영권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가지고 있다.

프레스센터에 게재된 오 후보 홍보 현수막, 현재는 축소됐다. (사진=바른언론 실천연대 유튜브 화면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8일 성명을 통해 “1985년 완공 후 한국 언론을 상징하는 공간이자 언론계 공동 자산으로 불리는 프레스센터가 특정 정치인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특히 서울신문이 오세훈 후보에게 선거사무실을 내준 것도 모자라 프레스센터 공동소유주 한국방송진흥공사와 운영주체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반대에도 선거 현수막 설치를 허용한 사실은 시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고 말했다. 이어 민언련은 “서울신문 지분을 잇달아 매입한 호반건설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후 편집권 침해 등 각종 논란을 자초하더니 결국 특정 정치인에 언론의 상징 공간마저 내준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프레스센터는 언론단체가 공동운영했던 신문회관 터에 공적 자금이 투입돼 건립됐다. 프레스센터에는 한국기자협회, 한국편집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어문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신문윤리원회, 관훈클럽, 한국외신기자클럽,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와 한국방송진흥공사,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중재위원회 등 언론유관기관은 물론 서울신문, 지역언론·외국언론 사무소까지 입주해 공익목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민언련은 “두 번이나 언론계 공적 공간인 프레스센터에 선거사무실을 차린 오세훈 후보의 낮은 언론관도 문제”라면서 “그러나 더욱 심각한 우려는 호반건설에 매각된 후 빠르게 언론 본연의 역할을 상실해 가는 서울신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서울신문은 그때도 지금도 정당한 임대라는 입장이지만, 언론사 사옥에 특정 정치인이 선거캠프를 차리고 선거홍보 현수막이 걸린다면 언론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2010년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숙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가 프레스센터에 선거본부를 차렸다. 2011년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선거캠프를 꾸려 비판받은 바 있다.

민언련은 “최대주주 호반건설의 언론 사유화 문제뿐 아니라 서울시 부동산 정책과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이란 점에서 유력 서울시장 후보에게 선거사무실을 대여한 이번 사건은 예삿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언련은 “서울신문이 언론윤리조차 팽개친 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발상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일 뿐”이라며 “서울신문은 더 이상 언론계를 부끄럽게 하지 말고, 프레스센터를 공적 공간으로 되돌려 놓으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언론장악의 신호탄’이라고 비판했다. 김의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공보단장은 논평을 내고 “오 후보의 현수막에 언론계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지만, 오 후보는 기어이 현수막을 내건 채 공식 운동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김 공보단장은 “프레스센터는 언론 유관기관들이 다수 입주해 있는 언론인의 공간이자, 한국언론을 상징하는 곳”이라며 “오 후보는 ‘현수막은 선거법상 선거사무소에 있는 곳에 달아야 한다’고 항변하지만, 왜 꼭 한국언론의 상징 건물에 오세훈 이름 석 자를 내걸어야 했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김 공보단장은 ‘TBS를 교육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오 후보의 발언과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한겨레의 광고를 중단시킨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오 후보는 언론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기어이 프레스센터에 내걸린 ‘오세훈 현수막’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오 후보의 잘못된 인식과 욕심을 드러내는 신호탄이 아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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