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경제·이데일리 등 경제신문이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 신문은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사망사고 속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망사고가 더 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고건수와 사망자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줄었다.
2월 28일 한국경제·이데일리·서울경제 등 경제신문은 중대재해법을 비판하는 사설·칼럼을 지면에 게재했다. 이들 신문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 사고건수와 사망자 수가 늘었기 때문에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사설 <공포의 중대재해법 한 달, 어떻게든 보완 시급하다>에서 “아무리 강력한 처벌법을 만든다고 해도 산업현장에서 사고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법”이라면서 “오히려 법 시행 후 한 달 동안 산업현장 사망사고(사고 23건, 사망자 29명)는 지난해 같은 기간(18건 18명)보다 더 늘었다”고 썼다.
이데일리는 사설 <안전보다 기업 공포 더 심어준 시행 한 달 중대재해법>에서 “사고엔 제동이 걸리지 않았고 되레 피해 규모가 더 커졌다”며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달(1월) 27일부터 지난 23일까지 발생한 산재사망 사고 건수는 총 24건에 사망자는 2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사고 18건, 사망자 18명)보다 모두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헤럴드경제는 칼럼 <줄지 않는 산재사망…‘중대재해법’이 놓친 것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더 늘어났다”며 “중대재해법 시행과 관련은 없지만, 단순 수치상으로만 보면 증가한 게 사실이다. 법 시행 이전 기업들이 시스템을 정비하고, 안전설비 강화에 대대적으로 나섰지만 중대사고를 막기엔 불가항력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고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서울경제 시론에서 “법률 시행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달 23일까지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 건수는 총 24건, 사망자는 29명”이라며 “지난해 같은 기간 사고 18건, 사망 18명보다 오히려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이들 신문이 사설·칼럼에서 인용한 데이터는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사망사고 속보’다. 산업안전공단은 언론보도, 119 신고 등을 통해 1차 확인된 사고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산업안전공단은 “신고 및 현재 파악된 내용으로 조사결과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경제가 '사망사고 속보' 데이터를 보도한 이후 올해 산업재해 통계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 건수와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하락했다.
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사망사고 속보 데이터는)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사고만 올리는 것”이라면서 “데이터 담당 부서에서 만들어진 자료는 아직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자료를 100% 정확하다고 볼 순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안전공단 자료는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사실을 반영 못 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미디어스는 사설에 고용노동부 발표자료 대신 ‘사망사고 속보’를 인용한 이유를 묻기 위해 한국경제 논설위원실에 전화했으나 “(해당 사설을 작성한) 논설위원이 재택근무 중이라서 통화가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법 시행 전후 한 달 두고 따지는 것 자체가 억지”…“사망 감소 효과 가시적으로 나타나”
탁종렬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기본적으로 중대재해법 시행 한 달을 두고 따지는 것 자체가 억지”라고 지적했다. 탁 소장은 “올해 초 벌어진 많은 사고들은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했다”며 “이것을 두고 ‘공포’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하며 “산재 사망 감소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사설 <중대재해법 사망자는 줄었지만, 제도 안착 시급>에서 “법 시행 전부터 산업계는 처벌만능주의, 과잉입법이라고 반발했지만 산재 사망 감소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건 경영책임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면 산재 예방 대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법 제외·유예 대상인 50인 미만 기업의 산재는 감소폭이 미미했다”며 “보건안전 시스템에 대한 기업의 지속적 투자, 산업현장에서 노사의 안전의식 강화 등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산업계는 법 시행 이후 재판과 판례 등을 검토한 뒤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순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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