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중앙일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 언론은 윤 후보와 김 씨의 늦은 사과가 사태를 키웠다며 이번 사과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씨는 26일 대국민사과에서 '허위경력' 의혹에 대한 구체적 해명을 생략했다. 취재진과 질의응답은 없었다. 국민의힘은 김 씨가 경력을 부풀린 건 잘못이지만 허위경력 기재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또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추정'을 근거로 반박하기도 했다. '겉핥기 사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7일 조선일보는 사설 <김건희 씨의 사과가 남긴 교훈>에서 지난 14일 YTN 단독보도 이후 윤 후보와 김 씨가 보인 태도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조선일보는 "처음부터 김 씨가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 씨가 회견에서 '진작에 말씀드려야 했는데 너무 늦어져서 죄송하다'고 한 그대로"라고 썼다.

이어 조선일보는 "국민은 대선 후보 가족에게 한 점 티끌도 없는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잘못이 있었다면 그 부분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이해를 구하는 태도를 보고 싶은 것"이라며 "윤 후보는 이번 일을 통해서 국민은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을 둘러싼 의혹 자체는 물론이고, 그 의혹을 대하는 방식 역시 주목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김건희 씨 "용서해 달라"… 진정성이 관건>에서 윤 후보의 대처가 '빈약한 사과'에 그치면서 "후보 선택에 참고사항이었을 수 있던 김 씨 문제가 마치 결정적 문제인 양 확대됐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기본적으로 후보 본인에 대한 검증보다 가족에 대한 검증이 과열되는 건 비정상"이라며 "정말 중요한 후보들의 국정 운영 능력이나 비전 경쟁이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김 씨의 사과를 계기로, 대선 경쟁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길 고대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0의 잘못을 10으로 만드는 재주가, 윤 후보는 50의 잘못을 100으로 만들어 버리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는 한 정치평론가 말을 인용하며 "맞는 말이다. 윤 후보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12월 27일 사설 <김건희씨의 사과가 남긴 교훈>

김 씨는 26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이라며 7분 가량 사과문을 읽었다. 사과문은 개인사와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허위경력 논란에 대한 구체적 해명은 전무했다. 언론의 질의응답은 받지 않았다.

김 씨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 해명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대신했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배포한 설명자료는 김 씨가 경력을 부정확하게 표기한 사실이 있지만 이는 고의성이 없고, 교수 임용에 지원하면서 제출한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 등은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교생이나 강사로 일한 경력을 '광남중 근무' '영락고 미술교사' 등으로 적은 행위 ▲BK21 사업을 한 적이 없는데 '정부지원 BK21 사업 프로젝트'라고 적은 행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EMBA 경영전문석사를 '서울대 경영학 석사'로 기재한 행위 ▲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대상을 자신의 경력으로 기재한 행위 ▲삼성플라자 갤러리 전시를 '삼성 미술관' 전시로 기재한 행위 등에 대해 '부정확한 기재'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김 씨가 혼동을 하거나 학계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표기를 잘못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김 씨가 수원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임용에 지원하면서 제출한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 '에이치컬쳐테크놀로지 전략기획팀 이사' '대안공간로프 학예실 큐레이터' 재직증명서는 위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종전 단체에 있던 활동내역이 게임산업협회에 자료로 넘어와 관리되던 중 당시 자료에 따라 재직증명서를 발급한 것으로 추정되나, 협회는 오래 전이라 현재 당시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가 약 6개월짜리 서울대 GLA 과정에 포함된 5일간의 '뉴욕대 연수'를 '2006 NYU Stern School Entertainment & media Program 연수'로 학력란에 기재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단기·장기 여부와 상관 없이 '연수' 사실을 명기해 이력서에 쓸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동안 윤 후보, 김 씨, 국민의힘이 주장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주장이다.

26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발표한 '김건희씨 허위경력 의혹에 대한 설명자료'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 <뒤늦게 등 떠밀린 사과 하며 남편 지지해 달라는 김건희>에서 "김 씨는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직접 설명하진 않았다"며 "예기치 않은 실언이 나올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였을지 모르나 '과잉보호'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선대위가 '허위는 아니고 부정확한 기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윤 후보 측이 이번 사과로 '배우자 리스크'가 말끔히 해소됐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며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것이라도 덮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예상되는 의혹을 철저히 점검하고 투명하게 밝히는 게 정도"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사설 <뭘 사과한다는 건지 알 수 없는 김건희 '겉핥기 사과'>에서 "김 씨에게 제기되는 의혹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15년에 걸쳐 최소 5개 대학에 허위로 작성한 이력서를 제출해 강사와 겸임교수로 채용됐다는 내용"이라며 "그 자체로 심각한 도덕적 일탈일 뿐 아니라 몇몇 의혹에는 '사문서 위조'와 '사기' 등의 범죄 혐의까지 제기된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사설 <내용 없이 남편 지지·동정심 유도에 치중한 김건희씨 사과>에서 "김 씨 문제로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자 어쩔 수 없이 사과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김 씨는 그 흔한 사과 후 질문조차 받지 않고 당이 해명 자료로 대신했다"면서 "경력을 허위로 제시하거나 과장해서 속인 것은 윤 후보가 앞세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사설<떠밀려 한 김건희 늑장 사과, 알맹이도 없다>에서 "유권자들로서는 허탈함을 감추기 어렵다"며 "김 씨는 허위 날조 경력으로 교육기관과 학생들을 기망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교육단체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경찰은 김 씨의 사과와 별개로 이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고 썼다.

한편, 26일 발표된 CBS·서던포스트 여론조사 결과 윤 후보의 지지율은 27.7%, 이재명 민주당 후보(36.6%)에게 오차범위(±3.1%) 밖에서 뒤쳐진 것으로 집계됐다. (24~25일 전국 성인 1010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실시. 자세한 내용은 서든포스트·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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