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업체 씨앤앰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씨앤앰 하도급업체들은 원청의 자금 지원 부족을 이유로 들며 노동자들에게 임금 20% 삭감을 요구했고, 동시에 조합원에 대한 전원 고용승계 약속을 어겼다. 협력사들은 파업 하루 만에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노동자 수백 명이 길거리에 내몰렸다. 상황은 지난해 사회적 노사합의를 했던 모습과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만든 사모펀드의 빚을 갚다 망가진 씨앤앰은 하도급업체 직장폐쇄에 개입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노동조합 현황을 파악하면서 대체인력 투입계획까지 세웠다. 그리고 분할매각 등을 포함한 마지막 ‘먹튀’ 계획까지 세웠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매각을 앞둔 투기자본 씨앤앰 케이블방송의 ‘먹튀경영’ 사례 발표 및 ‘슈퍼갑질·비정규직해고’의 문제점과 경제민주화 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이대순 공동대표(변호사)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씨앤앰 사태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설명한‘투기자본의 씨앤앰 침투’ 과정은 이렇다. 1997년 이민주씨는 자금난에 처한 지역 케이블을 사들여 씨앤앰을 설립했다. 이씨는 2004년께 골드만삭스에 지분 30%(1400억 원 수준)를 매각했다. 골드만삭스는 2007년 맥쿼리에 이 지분을 매각했다. 맥쿼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은 이때다. 맥쿼리는 골드만삭스에게 넘겨받은 지분의 절반을 MBK파트너스에 넘겼다. 맥쿼리와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 ‘국민유선방송투자’(KCI)를 만들었고, 2008년 씨앤앰의 나머지 지분 61.17%(이민주 회장 부부 지분)를 1조4천억 원에 매입, 씨앤앰 인수에 성공했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는 2조750억 원을 들여 씨앤앰을 인수했는데 이중 자기자본은 3500억 원뿐이었다. 이런 까닭에 3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씨앤앰의 영업이익은 대부분 이자비용과 배당금으로 빠져나가게 됐다. KCI의 2008년, 2009년 이자비용은 각각 989억 원, 988억 원이었다. 씨앤앰의 2009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영업이익은 4841억 원인데 이중 53.2%(2557억 원)가 이자비용으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1647억 원의 81.6%(1344억 원)가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9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지난 5년 동안 1300억 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3위 케이블SO 씨앤앰은 대주주 빚만 갚는 ‘만신창이’가 됐다. 그런데 대주주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IPTV의 등장 등 유료방송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투기 목적의 투자를 한 것이 문제였다. KCI는 5년 동안 이자비용을 4280억 원을 썼고, 이 기간 적자는 4606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손해를 보지 않고 씨앤앰을 매각할 필요를 느끼는 대주주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여 매각가를 높이는 것뿐이다. 가입자를 유지하면서 협력업체와 노동자 수를 줄이면 매각가는 높아진다. 이대순 대표는 “씨앤앰은 경기지사, 구로지사, 중부지사, 콜센터 건물을 매물로 내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 지난달 8일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 수십 명이 대주주 MBK파트너스 사무실 주변 노숙농성에 돌입한 날, 하도급업체 13곳 이상이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뒤편 농성장에 걸린 걸개그림. (사진=미디어스)

씨앤앰 경영진은 최근 씨앤앰의 대정부 접대자료가 공개된 이후, 국회와 노동조합에 전향적인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씨앤앰 경영진은 별 다른 이유를 대지 않고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방송법 개정으로 인수대상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씨앤앰 대주주가 분할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 또 ‘강경모드’로 선회한 배경에는 간접고용 문제 확산을 막으려는 동종업계 대기업들의 압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씨앤앰과 티브로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국회와 함께 ‘사회적 합의’로 해결했는데 이것이 간접고용 문제를 확산했다는 이야기다.

씨앤앰의 강경입장은 원청-하도급업체노동조합의 ‘고용승계’ 합의 파기, 동시다발적 ‘공격적’ 직장폐쇄와 대규모 대체인력 투입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6월 말과 7월 말 바뀐 하도급업체는 ‘전원 고용승계’ 약속을 어기고 ‘일대일 면접-선별 고용승계’를 고수했고, 이 결과 99명의 노동자가 계약만료로 해고됐다. 8월 말이면 140여 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계약만료되기 때문에, 해고노동자는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협력사협의회는 지난달 노동자들의 파업 하루만에 대규모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씨앤앰은 파업 전부터 업체별 조합원의 수와 업무를 파악하기도 했다. 그리고 5월 말부터 한 달 반 동안 일당 20만 원의 대체인력을 투입, 16억 원을 썼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문대 변호사(법무법인 로그)는 “원청이 쟁의행위 중인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 정상 업무 수행을 강요하거나 협력업체와 계약해지를 협박하거나, 협력업체의 직장폐쇄에 관여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원래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할 때 사용자가 쟁의행위에 참가하지 않은 노동자에게 임금지급 의무를 면하기 위해 인정되는 것’인데 씨앤앰 협력업체의 직장폐쇄의 경우, 모두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선별적 직장폐쇄’라는 점에서 위법”이라며 지적했다.

▲ 지난달 9일 낮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희망연대노동조합 집회. 이날 집회에서는 1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집결해 씨앤앰과 티브로드 하도급업체의 직장폐쇄를 규탄하고 원청의 교섭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씨앤앰 하청 문제는 대주주가 풀어야 한다는 것이 노동조합 입장이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이종탁 위원장은 “협력업체 직장폐쇄와 대규모 해고 사태를 장기화하고 있는 핵심주체는 대주주”라고 지적했다. 대주주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씨앤앰은 지난해 금융권과 2조2천억 원 규모의 재무약정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이종탁 위원장은 “보통 ‘가입자당 얼마’로 계산해서 자산가치를 산출하는데 2조 원이 넘게 평가가 됐다는 것은 씨앤앰이 가입자수를 뻥튀기했거나 가입자당 가치를 뻥튀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재무약정에는 약정을 이행하지 못하면 경영권이 넘어가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가 흑자도산에서 마지막 ‘먹튀’까지 모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주무부처 미래창조과학부와 국회가 나서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미국의 최대 유료방송, 브로드밴드 플랫폼사업자인 컴캐스트에서도 다단계하도급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업체끼리 경쟁하게 만들고, 기본급 없이 성과급으로 운영하면서, 가입자 서비스와 직결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추혜선 사무총장은 “미래부가 유료방송플랫폼사업자 승인, 재허가 과정에서 다단계 하도급 문제와 가입자 권리를 반영해야 한다”며 “지금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강하게 규제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특정자본에 대한 손들어주기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씨앤앰 사태 초기부터 중재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도 을지로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태 해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원식 최고위원(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사실상 정부가 먹튀를 허용해준 사례”라며 “해결되지 되지 않을 상황이 제기되고 있는데 을지로위원회가 끝까지 노력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준 의원은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는 대부분 차입으로 씨앤앰을 인수한 뒤 공공성 추구보다는 오로지 단기적으로 뱃속만 챙기는 경영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은수미 의원은 “방통위의 인수 승인 자체가 문제였다”며 씨앤앰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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