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준 절차를 묻는 시민사회단체·언론의 질문에 '윤석열 정부에서는 안 물어보지 않았냐'고 답변했다. 강 비서실장은 인사검증 항목을 비공개 하는 이유에 대해 '불필요한 질문이 이야기 될 뿐'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이재명 정부의 불투명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13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장관급 인선을 발표했다. 교육부·여성가족부·공정거래위·금융위·국가교육위·농어촌특위 등 장관급 6명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

TV조선 기자는 "며칠 전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이재명 정부를 상대로 (고위공직자)지명 경위와 검증항목 공개를 요구했는데 대통령실에서 아직 답변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유를 물었다. 이에 강 비서실장은 "추천 경로를 말씀하시는 것 같다. 여러 경로로 다양한 의견을 잘 듣고 있다고 말씀드린다"며 "검증항목에 대해서는 저희가 별도로 말씀드리지 않는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TV조선 기자가 검증항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강 비서실장은 "그 검증항목에 따라 또다른 질문이 불필요하게 이야기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정부에서도 안 물어본 것 같다. 혹시 기억나는 검증항목 있나"라고 되물었다.
강 비서실장은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전 여가부 장관 후보자 낙마 이후 인사검증 기준이 강화된 부분이 있느냐는 채널A 기자 질문에 "검증을 하면 할수록 더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강 비서실장은 "특히 논문 문제와 기고한 것들을 꼼꼼히 보고 있다"며 "검증 강도는 더 세졌다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경실련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정부 1기 인사검증은 총체적 실패"라며 인사검증 기준과 절차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7대 인사배제 기준으로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 20인을 분석한 결과, 총 29건의 의혹이 발견됐다며 대통령실 인사검증 시스템에 의문을 표했다. 문재인 정부 7대 인사 배제 기준은 병역 기피, 탈세, 불법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성 관련 범죄, 음주운전이다.
경실련은 "이재명 정부는 총리와 19개 부처 장관 등 내각 구성 과정에서 지명 경위 비공개, 인사 기준 미제시, 검증 결과 불투명이라는 '3무 인사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냈다"며 "국회의 인사청문회도 자료제출 거부, 핵심 증인 불출석 등으로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채 국민의 알 권리와 공직자 책임성이 심각히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 같은 문제가 정권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며 "추천자와 결정 과정은 공개되지 않고, 검증 기준과 결과도 국민이나 국회와 공유되지 않아 인사 실패의 책임이 누구에게도 돌아가지 않는 구조"라고 했다. 경실련은 대통령실에 ▲누구의 추천으로 어떤 이유로 후보자를 지명했는지 설명할 것 ▲인사배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것 ▲검증 항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국회에는 도덕성과 정책 능력을 모두 검증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지난달 28일 대통령실에 이재명 정부의 인사추천과 검증절차를 공개하라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참여연대는 질의서에서 "윤석열 정부는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여 담당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인사검증 기준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으며 인사정보관리단 역시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지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는 인사검증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시켰고, 결국 여러 번의 인사 실패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참여연대는 "이재명 정부는 시민들이 12·3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을 끌어내린 뒤 열린 조기 대통령 선거를 통해 출범했다"며 "당선과 함께 임기를 시작해 체계적인 인사검증 시스템을 갖출 여유가 없었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인사는 국정 운영의 성패를 가르는 첫 단추"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인사검증의 난맥상이 드러난 지금부터라도 인사추천 및 검증 절차와 기준을 정비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하여 투명하고 꼼꼼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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