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농업계로부터 '농망·내란장관' 비판을 받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키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농민들로부터 최소한의 신뢰도 받지 못하는 장관이 이재명 정부의 농업 정책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참석자이고, 송 장관의 유임이 농업정책 향방에 대한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와 송 장관이 농민단체의 비판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 24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송 장관 유임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설득에 나선 것이다. 우 수석은 간담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은 대통령이 공약했던 농업 정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를 전달했고 대통령께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며 "송 장관이 이재명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열심히 일하겠다 약속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5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우 수석에게 송 장관이 양곡관리법 등 주요 법안에 대해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법'이라고 반대했던 점을 거론했다. 24일 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SNS에 "새 정부의 농정은 농민과 직접 대화하고 설득하고 협조해야 하는 일들이 많을 것이다. 농업현장이 나아질 여지보다는 나빠질 여지가 더 많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농정의 수장은 농민들로부터 최소한의 신뢰를 받는 분이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윤준병 의원은 SNS에 "한 사람을 오래 속일 수 있다, 여러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다"며 "그러나 여러 사람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는 글을 남겼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송 장관 유임에 반발하고 있다. 24일 박웅두 혁신당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내어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식량주권과 농업의 다원적 복합적 기능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송 장관의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대통령의 농정공약 이행 원칙과 방향 등에 대해 폭넓은 토론의 과정을 통해 농정 기조를 새롭게 수립한 이후 장관 인선을 다시 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전 의원은 24일 1인 시위에 돌입하면서 "송 장관은 윤석열의 비상계엄의 밤 의결을 위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국회와 국민들의 생명과 안위, 민주주의에 총구를 겨누는 엄중한 사안을 앞에 두고도 비상계엄을 막지 않았다"며 "이는 국무위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방조한 것이며 범죄"라고 했다.
전 의원은 "송 장관은 윤석열 농망 정책의 충실한 이행자"라며 "농지 규제를 완화하고, 쌀값 폭락도 막지 못했고, 수입 쌀은 보호하고, 식량안보를 지켜온 농민을 탓하면서 농지와 경작권을 빼앗는 벼 재배면적 감축을 강행했다. 농민들의 생존권 요구를 담은 농업4법을 '농망4법'이라며 국회와 농민을 기만했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송 장관 유임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트랙터 시위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24일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장관 유임)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이재명 대통령이 스스로 뱉은 '남태령 정신' 계승을 뒤집는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트랙터를 몰아 '투쟁의 광장'을 열 것"이라며 "송 장관의 유임은 내란 농정의 연장"이라고 했다. 전농은 향후 전국에서 송 장관 유임 철회를 촉구하는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내달 초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25일 한겨레는 사설 <송미령 장관 유임, 농민단체 반발·우려 간과해선 안 돼>에서 "송 장관은 지난 23일 발표된 12명의 장관급 인선에서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통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면서 "그러나 송 장관 유임은 혼란스러운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중략)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핵심적 농업 정책에 강력 반대했던 송 장관을 유임시켰으니, 정책 추진이 어떻게 될 것인지 의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송 장관이 지난 정부에서 민주당이 추친한 주요 농업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한 인물이라며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거론했다. 이재명 대표는 송 장관에 대해 "대통령이 시도 때도 없이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니 장관도 자기 마음대로 거부권을 운운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송 장관은 유임 이후 양곡관리법 등 농업 정책에 대해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춰 적극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겨레는 "간극에 대한 우려가 그 한마디로 해소되는 건 아니다"라며 "송 장관은 설득력 있는 정책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비상계엄 국무회의 참석에 대해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그는 지난해 12월 11일 국회에서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몸으로 막을 상황이 안 됐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했지만, 다시 한번 진솔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석열의 농업 파괴, 농민 말살 정책을 주도한 농망장관이자 12·3 내란사태를 방조한 내란장관'이라는 농민단체의 목소리를 송 장관이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24일 돌연 송 장관의 반년 전 검찰 진술이 언론에 보도됐다. 연합뉴스 기사 <송미령 "머릿수 위해 계엄국무회의 동원…무력·분노" 검찰진술>에 지난해 12월 17일 송 장관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진술한 내용이 확인된다. 송 장관은 검찰에 "저는 대통령의 계엄에 대해 동의하지도 않고 동조한 적도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저 스스로 무력감, 무능감, 분노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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