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구속 촉구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트랙터로 상경해 경찰과 남태령에서 대치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간부들이 19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전농과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내란수괴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농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막아섰다”며 “평화적 집회와 결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1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과 전봉준투쟁단(전농·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서울 방배경찰서 앞에서 ‘남태령 투쟁 경찰 조사 출석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한 하원오 전농 의장이 오후 2시로 예정된 경찰 조사에 앞서 입장을 발표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경남 진주와 전남 무안에서부터 서울 경기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평화를 깬 것이 누구인가. 남태령 고개의 왕복 8차선 도로를 막아 교통 불편을 만든 것이 누구인가. 수많은 시민들이 동짓날 긴긴밤 영하 14도의 추위에 덜덜 떨며 남태령에 갇혀 미신고 집회를 하게 만든 것이 누구인가”라며 “어느 하나 농민의 책임이 아니라 경찰의 책임이라는 것을 온 국민이 똑똑히 보았고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 의장은 “농민들이 왜 트랙터 대행진을 했나.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 개방농정 철폐와 사회대개혁 실현이라는 온 국민의 요구를, 이 시대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였다”며 “그 어떤 탄압에도 남태령의 기적은 꺾이지 않을 것이다. 어둠을 몰아냈던 응원봉의 힘으로 우리는 곧 ‘사람이 하늘’이라는 새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윤석열 탄핵이 코앞이고 내란세력에 대해 차고 넘치는 방대한 수사에 집중해야 할 때 남태령 투쟁에 대한 수사가 웬말인가”라며 “수사는 남태령이 아니라 김건희와 내란동조 세력에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기저기 또아리를 틀고 권력을 행사하는 내란 세력에 통탄을 금치 못하겠다”고 했다.
장 회장은 “남태령의 차벽은 우리가 마주한 모든 벽의 상징이고 농민과 시민들이 함께 넘은 벽”이라며 “나라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목숨 걸고 전면에 나섰던 민중의 힘으로 지켜온 역사처럼, 내란의 밤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국민의 저력이 나날이 커져가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먹거리와 식량 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서 농사를 포기하지 않는 농민들은 윤석열 퇴진과 내란 세력을 뿌리뽑기 위해 시민 여러분과 더 강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자 발언에 나선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는 “크고 작은 곳곳의 집회에 연대하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그게 오늘은 아닐 거란 마음을 갖게 된다”면서 "남태령 투쟁은 내게 새로운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남태령은 달랐다. 시민들의 간절함이 벽을 열었고, 그곳에 뛰쳐나온 시민들은 간절하고 절실하게 오늘이든 내일이든 어떤 순간에도 물러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그곳을 지켰다”며 “남태령을 함께 넘은 분들에게서 강력한 연대의 마음을 배웠다”고 했다.
비상행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방배경찰서장을 지목해 “내란범들이 관내에서 활개치며 국회의원 체포를 위해 내란의 밤 국회의사당으로 진군할 때 넋놓고 가만히 있었으면서, 농민들이 내란 수괴를 체포 구속하라는 시위는 왜 무자비하게 진압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 소장은 “방배서 관내에서 수많은 남태령 시민들이 영하 10도의 추위에 떨며 대한민국을 지킬 때 시민들을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한 경찰은 대체 어디에 죄를 빌어야 용서를 받을 수 있나”라고 했다.

전봉준투쟁단과 비상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트랙터의 행진을 금지하는 제한통고는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이 보장하는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라며 “우리의 평화로운 트랙터 행진은 교통 혼란을 만들지 않았다. 어떠한 위험도 초래하지 않았다. 우리의 연대와 평화로운 행진은 경찰의 제한통고가, 경찰의 차벽이, 경찰의 폭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했다.
이들은 “남태령 투쟁은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밤을 지새운 우리가 만들어낸 기적”이라며 “우리는 어떠한 혐오도, 폭력도 없이, 힘든 투쟁에 참여하는 서로를 응원했다. 우리는 함께 내란수괴 윤석열의 즉각퇴진을 촉구하고,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하며 경찰에 항의했다. 그리고 결국 차벽은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 수괴 윤석열이 무너뜨린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나선 시민들의 목소리가 차벽을 무너뜨리고 멈춰진 트랙터를 움직인 것“이라며 “적법한 절차로 신고된 행진에 대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제약하는 부당한 제한통고에 항의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찰에게 묻는다. 트랙터를 막아서고, 폭력을 행사하고, 차벽을 세우며, 해산을 명령한 경찰의 책임은 조사하고 있는가”라며 “오늘 전봉준 투쟁단의 농민들은 책임을 회피하며 자신은 죄가 없다는 비겁하고 비루하기 짝이 없는 내란수괴 윤석열과 달리 당당하게 경찰에 출석하여 시민들이 만들어낸 남태령 투쟁은 불법이 될 수 없음을 주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남태령에서 농민들과 함께했던 두 명의 시민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하 의장과 최석환 전농 사무국장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방배경찰서로 향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퇴진 전봉준투쟁단은 트랙터와 화물차 등을 몰고 서울에 진입하던 중 경찰의 저지로 서울 남태령 근처에서 가로막혔다. 당시 농민들은 경찰과 28시간가량 대치하며 밤샘 시위를 벌였다. 전봉준투쟁단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신고된 행진”이라고 했지만 경찰 측은 “교통 불편을 일으킬 수 있다”며 진입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9일 오후 2시 하 의장과 최 사무국장 등을 집시법 위반 혐의로 출석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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