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권오석 칼럼] 명태균 씨가 최근 유튜브에 출연한 패널 변호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검찰이 수사하지 않은 주요 정치인 30여 명의 혐의를 특검 수사에서 진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검찰은 왜 어떤 범죄는 묻고 어떤 범죄는 묻지 않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다시 꺼내들게 한다.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시스템은 지금 대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검찰의 기소 편의주의는 수십 년 동안 법의 이름을 빌린 권력 행사로 작동해 왔다. 공익보다 권익을 우선했고, 정의보다 권력과의 거리에서 기소 여부가 갈렸다. 국민이 느끼는 분노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공정하지 않은 구조 속에서 반복되어온 ‘체념의 역사’에 대한 집단적 거부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 왜곡죄' 신설 법안은 이러한 왜곡된 사법 생태계에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두겠다는 시도다. 사법행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거나 법률 해석을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포함한 이 법안은, 법률을 특정 정치 세력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첫걸음이다.
기소는 ‘국가형벌권’의 실질적 시작점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기소는 너무 많은 정치적 해석과 권력의 향방에 따라 달라진다. 수사는 했지만 기소는 안 한 사건들, 누군가는 징역형을 살았지만 누군가는 처벌받지 않았던 동일한 범죄들. 그 모든 불균형이 누적되어 지금의 ‘법 불신 사회’를 만들었다.
형사소송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기소에 대한 외부 심사기구를 두어야 한다. 미국의 플리바게이닝 제도처럼 공익을 전제로 한 협상제도를 도입하되, 이를 사법적 통제 하에 두는 안전장치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사법제도는 국민이 예측 가능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정상’이라 불릴 수 있다.
이 모든 논의는 결국 ‘경제’와도 닿아 있다. 법적 안정성 없는 국가에 투자는 들어오지 않는다. 판결이 늦고, 불투명하며, 정치에 따라 달라지는 법률 시스템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기피하는 이유 중 상당수는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법제도에서 기인한다.

검찰의 기소 독점, 선택적 수사, 정권에 따른 판단 기준 변경은 단순한 법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다. 외국 자본과 산업 유치를 위한 경제 전략도 결국은 ‘공정한 사법 시스템’이라는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
국회는 조속히 형사사법제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 기소심의위원회 도입, 수사청 신설, 플리바게이닝 제도의 공적 운영 등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법 정상화’의 조건이다.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 공정한 법은 국민을 갈라놓지 않고, 공정한 국가는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
정의는 거창한 말이 아니다. 국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공정함, 그것이 바로 정의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공의가 마르지 않는 시내처럼 퍼지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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