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권오석 칼럼] 

통제 불능 권력이 된 사법부 

경찰과 검찰에 이어 법원마저 국민 위임 권력을 사적·정치적 이해에 종속시키는 반민주적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사법 독립은 특정 집단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패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위임 권력의 보루이다. 그러나 현실의 사법부는 최근 내란 재판의 진행과 구속영장 기각 등을 통해 더욱 신뢰를 잃었으며, 국민들의 법원 개혁에 대한 찬성 여론은 증가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 사법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주권적 통제의 부재다. 이를 위해 존재하는 국민참여재판의 배심 평결은 권고에 불과해 판사가 무시할 수 있으며,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사실상 사건 종결을 의미한다. 판결문과 영장 발부 사유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판사와 검사의 징계는 내부 절차에 매몰되어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검사 탄핵심판 과정과 일부 판사의 자체 감찰 과정을 지켜 보면서 국민의 사법 개혁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역사 속 교훈: 공정한 사법 vs 타락한 사법 

역사는 사법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흥망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 번영을 이끈 사법: 미국 연방대법원의 브라운 판결(1954)은 인종차별 철폐의 신호탄이 되었고, 남아공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위법 행위에 제동을 걸며 민주주의 신뢰를 회복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기본법을 수호하며 유럽 통합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고, 인도 대법원은 ‘기본구조론’을 확립해 권력 남용을 제도적으로 차단했다.

 

▷ 퇴행을 초래한 사법: 반대로 바이마르 독일 법원은 나치에 협력하며 법치주의를 붕괴시켰고,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정권의 장악 도구로 전락했다. 튀르키예는 사법 숙청으로 독립성을 상실했고, 폴란드는 사법평의회의 정치화로 EU의 제재를 받았다.

이 대비는 명확하다. 사법부가 국민에게 봉사할 때 국가는 번영했고, 권력에 종속될 때 국가는 몰락했다.

양심의 변질과 욕망의 유혹 

사법 타락의 뿌리는 인간의 욕심과 부도덕이다. 검사와 판사는 조직 승진 구조, 전관 네트워크, 정치권과의 친교에 쉽게 휘둘린다. 합의부와 지휘라인은 책임을 분산시켜 “규정대로 했을 뿐”이라는 자기합리화를 낳고, 폐쇄적 조직문화는 도덕적 무감각을 심화시킨다. 결국 사법권력은 국민의 눈을 외면하고 권력자와 조직을 향해 기울게 된다.

따라서 개혁의 핵심은 개인의 양심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권력의 유혹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신분을 보장해 주고 특별한 헌법상의 보호를 받는 대신 그 본분을 이탈 하거나 법관의 양심을 저버린 판결을 하는 경우 엄중한 책임을 묻는 예방적 법률을 제정해 놓아야 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한국형 사법개혁의 방향

지금 우리가 추진해야 할 개혁은 단순한 사법개혁이 아니라 사법의 민주화다. 그 구체적인 방안은 다음과 같다.

1.  배심 평결의 구속력 강화

중대범죄와 권력형 사건부터 배심 평결을 구속력 있는 판결로 인정해야 한다. 시민의 판단이 사법 정의를 실질적으로 이끌도록 해야 한다.

 

2.  국민기소심사제 도입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시민이 강제기소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처럼, 시민이 직접 권력형 범죄를 재판정에 세울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의 기소심의위원회는 그 독립성이 더 강화 되어야 하며, 권고에 그쳐서는 유명 무실한 제도에 지나지 아니하다고 본다.

 

3.  수사·기소 분리와 독립수사 강화

권력형 사건은 상설특검이나 독립수사국이 전담해야 한다. 검찰 내부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수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존의 검찰세력들은 국민들의 권리 보호와 경찰의 수사 능력 부족 등을 내세우며, 보완수사권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기소권을 가지지 아니하는 별도의 조직에 의해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수사와 기소는 철저히 분리 시켜야 한다. 

 

4.  독립 사법평의회와 외부 징계기구

법관 인사·예산·징계를 정치와 행정부로부터 분리하고, 외부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기구가 징계를 전담해야 한다. 영국처럼 옴부즈맨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법관의 비양심적 판결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입법은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

 

5.  법원의 투명성 강화

영장 발부율, 보석 허가율, 판결 이유를 데이터로 공개하고, 판결문은 요지와 논리 구조까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공시해야 하며, 재심 청구 등의 절차도 독립적인 기구에 의해서 결정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8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사법권한 분산 및 신뢰 회복을 위한 국민경청대회에서 백혜련 위원장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8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사법권한 분산 및 신뢰 회복을 위한 국민경청대회에서 백혜련 위원장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사법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야 

사법부가 국민 위임 권력을 오용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그러나 사법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때 국가는 번영의 길을 걷는다. 오늘날 한국이 직면한 과제는 ‘사법개혁’이 아니라 ‘사법 민주화’다. 배심제 강화, 불기소 통제, 인사·징계의 독립화, 판결의 투명화 등은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사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원칙은 민주주의의 근본이다. 이제는 국민의 손으로 사법을 다시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야 할 때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진정한 법치국가, 민주국가로 도약하는 길이다.

22대 국회가 기득권의 저항을 이기고 진정한 사법부의 민주화를 이루는 입법을 완성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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