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병일 칼럼] ‘조선시대에는 근거나 증거 없이 퍼져나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말, 즉 유언비어에 대해 매우 단호한 처벌을 내렸다. 유언비어, 즉 가짜뉴스는 그 파급력이 크고 확산 속도가 빨라,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가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로 간주되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당시 법과 행정 체계는 유언비어를 퍼뜨린 자를 철저히 추적하여 엄중히 다루었으며, 처벌은 경우에 따라 극형에 이를 정도로 강력했다. 이러한 조선의 사례는 현대 사회에서도 유언비어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유언비어가 빠르게 생산되고 유포되는 오늘날, 이를 관리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 조선시대의 교훈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조선 개국 초기, 태조 이성계가 고려 왕조를 폐하고 새로운 왕조를 세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한양 곳곳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 나라가 오래가지 못할 징조로, 흰 동물을 기르는 것이 금지될 것이다.” 이 소문은 도성 안에서 빠르게 확산하며 민심을 술렁이게 했다. 특히 “흰색”이라는 색상은 당시 청렴과 순수를 상징했기 때문에, 흰 동물을 기를 수 없게 된다는 말은 왕조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상징적인 소문으로 작용했다. 흉년과 전염병 같은 당시의 사회적 불안도 이러한 소문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 태조는 이에 즉각적으로 조사를 명령하여, 소문의 출처를 추적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태조는 소문의 유포자들을 체포하고 그들 중 주동자들을 참형에 처하는 한편, 관련된 주변 인물들에게도 엄중한 처벌을 내렸다.
세종 16년(1434년)에도 한양에서 기묘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늘이 곧 조선을 벌하리라.” 이 소문은 국가의 안녕을 위협하는 천재지변이 다가오고 있다는 식으로 퍼져나갔으며, 민중들 사이에서는 점차 왕실의 권위와 연결된 불길한 징조로 해석되었다. 소문이 심각해지자 세종은 즉시 이 사건을 조사하도록 명령했다. 소문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은 김용성이란 인물로, 그는 체포된 후, 소문의 근원을 묻는 신문에서 자신이 조선을 위협하는 재앙을 막기 위해 신탁(神託)을 받았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세종은 이러한 유언비어가 민심을 어지럽히고 왕조의 정통성을 흔드는 행위로 간주하여 강경하게 대응했다. 김용성은 결국 처형되었고, 그의 일가는 유배형에 처해졌다. 세종은 이 사건을 통해 유언비어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후에도 그러한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지방 관료들에게 민심을 안정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숙종(재위: 1674∼1720) 시기, 한양에서는 전염병이 창궐하던 어느 해, “전염병은 특정 마을의 우물에 독이 풀려 퍼졌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 소문은 근거 없는 것이었지만,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특정 지역의 주민들을 불안과 공포에 빠뜨렸다. 특히, 일부 사람들은 이 소문을 믿고 우물 사용을 거부하며 혼란을 일으켰고, 우물 근처에 사는 주민들에 대한 비난과 갈등까지 발생했다. 이 소문이 민심을 크게 동요시키자, 숙종은 이를 단순한 헛소문으로 방치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수사를 명령했다. 조사는 소문을 퍼뜨린 자를 색출하는 데 집중되었고, 결국 특정한 장사꾼이 이 소문의 주동자로 밝혀졌다. 그는 자신의 물을 팔기 위해 우물을 비방하는 소문을 의도적으로 퍼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숙종은 이를 상업적 이익을 위해 민심을 어지럽힌 중죄로 간주하고, 해당 인물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렸다. 이 사건 이후, 숙종은 백성들에게 소문에 휘둘리지 말라는 교훈적 조서를 내렸다.
이러한 조선시대 사례를 보면,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민심을 동요시키고 사회적 질서를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단호히 대응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오늘날에도 유언비어나 가짜뉴스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대량으로 유포되며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왜곡된 정보와 자극적인 주장을 퍼뜨리며 사회적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의 유언비어와 마찬가지로 공동체 전체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조선시대의 사례가 보여주듯, 허위 정보의 유포를 단호히 처벌하는 것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일 교수는 한국외대 경영학부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칼럼 [박병일의 Flash Talk]를 2020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프레시안에 연재했으며 현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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